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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자존심과 자긍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7. 6. 25.

 

자존심과 자긍심

 

  

 자존심과 자긍심


이진경


인정욕망과 시선,

이는 우리가 흔히 쉽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자존심과

자긍심이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의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감점을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남들에게 인정 받으려는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존심은 자의식의 다른 형태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근심하는 것, 그게 자의식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하며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만약 그게 드러난다 싶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심청전>에서

물에 빠졌다 살아난 심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덥석 그러마고 말한다.

그를 구해준 몽은사 화주승은

심봉사의 살림을 보고 그게 가능하겠냐며 만류한다.

그러나 가난을 걱정하는 화주승의 말에 심봉사는 벌컥 화를 내며

"남의 집 살림을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오?

사람을 업수이 여겨도 유뷴수지..."라며 시주첩에 적으라고 재촉한다.


심봉사의 자존심이 곧바로 후회하게 될 엄청난 사고를 치게 하는 것이다.

자의식과 자존심은 이처럼 자기 삶을 갉아 먹는다.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남이 아닌 자신의 척도에 스스로를 비추어 본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비추어

자신이 잘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이라면 

가난을 감추고자 하지 않을 것이며,

가난이 드러난다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자신이 선택한 것의 일부고 자신이 긍정하려는 것이니까.

왜 그런 식으로 사느냐고 물으면 굳이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누가 오해할까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잘 알려진 김상용의 시에서처럼

"왜 사냐건 웃지요" 식으로 여유 있는 웃음 한 번이면 충분할 것이다.

돈도 학벌도 명예도 다른 어떤 것도 자긍심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오직 자기가 세운 기준만이 자기를 흔들 것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자, 그럼 다시 한번 ' 하

자신이 긍정할 수 있는 곳을 향해 스스로를 일으켜세우고

새로 시작하도록 촉발할 것이다.

 

자존심은 약한 자들이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고

자긍심은 강한 자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힘에 대한 긍정이다.

전자는 남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기를 향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남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남의 비판에는 귀가 닫혀 있고,

자긍심은 남 얘기에 귀를 세우지 않지만 남의 비판에는 열려 있다.

자존심은 항상 남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변명하려 하지만

자긍심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약한 자, 스스로를 밎지 못하는 자는

한번의 큰 흔들림이나 의심만으로도 붕괴할 수 있지만

강한 자, 스스로를 확신하는 자는

어떤 흔들림이나 의심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 자신을 세우려는 자는

작은 비판도 받아치고 반박해야 하지만

스스로를 확신하는 자는

근본적인 비판이나 의심조차 진지하게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 이진경 <삶을 위한 철학수업> 중에서

 

이진경 약력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저서:『철학과굴뚝청소부』『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노마디즘』『수학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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