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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世說新語] [512] 수상포덕 (守常抱德)

by 맥가이버 Macgyver 2019. 3. 28.




수상포덕 (守常抱德)


[정민의 世說新語] [512] 수상포덕 (守常抱德)


명나라 진무인(陳懋仁)의 '수자전(壽者傳)'을 읽었다.

역대 제왕과 국로(國老), 그리고 일반 백성 중 장수자의 전기를 모은 책이다.

두공(竇公)은 위나라 문후(文侯) 때의 악사였다.

나이가 280세였다.


문후가 두공을 불러 물었다.

"무엇을 먹었길래 이렇게 오래 살았는가?"


그가 대답했다.

"신은 나이 열세 살에 눈이 멀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를 슬피 여겨 제게 금(琴)을 타도록 하셨지요.

날마다 연습하여 익히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습니다.

신은 따로 먹은 것이 없어 달리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의 장수 비결은 장님이 된 뒤 마음을 온전히 쏟아

평생 악기 연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이야기 끝에 붙은 찬(贊)은 이렇다.


"훌륭하다 두공이여! 눈과 마음 적막하다.

오현을 퉁기면서, 별다른 것 안 먹었네.

임금께서 무엇으로 장수했나 물었건만,

마음에서 나온 대답, 수상포덕(守常抱德) 그것일세

(良哉竇公, 目與心寂. 手揮五絃, 無所服食.

帝曰何道, 而躋此域. 對出由衷, 守常抱德)."


수상포덕이란 항상됨을 지키고 덕을 품었다는 뜻이다.

그는 나날의 일상에 충실했고, 덕스러운 마음으로 자기 일에 임했다.

특별한 보양식을 먹은 적이 없고, 불로의 비방을 실천한 것도 아니었다.

헌원집(軒轅集)이란 노인은 나부산(羅浮山)에 숨어 살았다.

수백 살이 넘었어도 낯빛이 붉었다.

침상 위에서 머리카락을 드리우면 땅에 닿았다.

어두운 방에 앉아 있을 때는 눈빛이 몇 척 거리까지 형형했다.

당나라 선종(宣宗)이 그를 불러 장생의 비법을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성색(聲色)을 끊고 맛이 진한 음식을 멀리 하십시오.

상황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하시고, 덕을 베풀 때 치우침이 없게 하십시오

(輟聲色, 去滋味, 衰樂一如,   德施無偏)."


찬에서는 이를 '흔척여일(欣戚如一)'이란 네 글자로 압축했다.

성색을 멀리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렁임 없이 평정심을 유지한 것이 그의 불로 비법이었다.


근사한 대답을 기대했던 두 임금은 실망했겠지만,

두 사람의 오랜 수명의 비결은

욕망의 절제와 한결같은 꾸준함에 있었을 뿐

불로초의 신비한 약효 때문이 아니었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