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 벚나무] 유전자 쉽게 섞여 종류만 수십여 종… '겹벚나무'는 늦은 봄까지 꽃 피워요
▲ 지난 8일 제주에 핀 겹벚꽃입니다. 겹벚꽃은 진한 분홍색이 특징이에요. /뉴시스
벚꽃은 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에요. 벚꽃은 대개 3월 말 제주도부터 피기 시작해 4월 초에는 경기 북부 지역까지 피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사나흘, 빠른 곳은 열흘 정도 일찍 피었습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져 벚꽃이 빨리 핀 거예요. 그런데 올해 벚꽃이 피기 시작하자마자 비가 내리면서 많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어느덧 길가에 있는 벚나무는 초록 잎으로 전부 옷을 갈아입고 여름 준비를 하고 있지요. 그래서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서 특별한 벚나무를 찾아볼 수 있어요. 바로 '겹벚나무'인데요. 벚꽃이 여러 장 겹쳐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얄따란 꽃잎이 아주 풍성한 모습이 특징이지요. 겹벚나무는 본래 5월 초에 꽃을 피우는데, 기후변화로 다른 벚나무처럼 조금 일찍 꽃을 피웠습니다. 겹벚나무는 꽃을 오래도록 피우며 색깔이 하얀색에서 점점 분홍빛이 진해지기 때문에 다른 벚꽃과 달리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늦봄의 정취를 만들어줍니다. 원래는 추위에 약해 주로 경주나 대구 등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랐는데요,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서울 등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됐습니다. 오래도록 벚꽃을 보고자 서울 이곳저곳에 겹벚나무를 심었답니다.
겹벚나무는 산벚나무를 육종(育種)해서 만든 품종입니다. 육종은 나무의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사람에게 유익한 새로운 종을 만드는 과정인데요. '벚나무류'는 서로 다른 종이라도 유전자를 쉽게 나누어 갖는 '교잡'(交雜)이 쉽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서로 품종이 섞이기도 하고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육종하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벚나무로 묶어 생각한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새가 제각각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왕벚나무·올벚나무·산벚나무 등 수십 종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꽃이 여러 송이 둥글게 짝을 지어 달리는 특징이 있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조금씩 차이가 있답니다. 우선 크고 화려한 흰색 꽃을 잎보다 먼저 피우고 꽃도 4송이 이상 모인 큰 꽃송이를 만드는 벚나무는 왕벚나무·올벚나무입니다. 올벚나무는 꽃 밑동이 불룩한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어요. 또 꽃과 함께 끝이 붉은 잎을 피워 꽃이 피어도 갈색이 많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산벚나무입니다. 꽃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습이 보이면 겹벚나무입니다. 봄에는 물론 가을에도 겹꽃을 피우면 가을벚나무라고 하는 춘추벚나무입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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