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히어리]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식물…개나리처럼 잎보다 꽃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사
▲ /천리포수목원
봄이 오면 많은 나무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꽤 바빠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나무가 있어요.
바로 '히어리'인데요.
히어리<사진>는 미선나무나 개나리 등과 함께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워요.
이런 특징 때문에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린답니다.
나무들의 이름은 다양한 이유로 붙여지는데요.
말 채찍으로 쓰이는 말채나무처럼 쓰임새에 따라 이름이 붙기도 하고,
흑산도비비추처럼 사는 곳의 지명이 붙기도 하지요.
히어리는 전남 순천 지역에 있는 북쪽 산면의 골짜기를 따라 사는데요.
약 3.9㎞ 정도인 십 리(里)나 오 리 간격마다 모습을 드러내
'시오리'라고 부르던 데에서 '히어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 식물이에요.
100여 년 전인 1924년 순천 조계산의 송광사 근처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이 세상에 알려졌답니다.
지금은 경기도와 강원도가 접한 광덕산이나 백운산에도 히어리를 볼 수 있지만,
히어리의 본거지는 전남과 경남이에요.
개나리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훨씬 좁은 지역에 사는 나무입니다.
히어리는 평평하고 넓은 잎이 달리는 넓은잎나무로, 잎은 무척 독특한 모습이에요.
넓은 잎에 잎맥이 단정하게 퍼져 있어
부채의 살 모양을 닮았지요.
잎보다 먼저 피는 노란색 꽃은 초롱 모양으로, 8~12개가 모여 조랑조랑 가지에 매달린 채 밑으로 늘어져서 펴요.
길게 자란 꽃대를 따라 여러 개의 꽃이 지그재그로 어긋나게 하나씩 달리는 거지요.
이런 모양의 꽃의 배열(꽃차례)을 '총상화서'라고 해요.
가지마다 포도송이처럼 꽃송이가 가득 핀 히어리꽃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로 벌 같은 곤충들이지요.
꽃이 적은 이른 봄에 나온 곤충들은 먹이가 부족하겠죠.
히어리꽃의 꽃가루는 이들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어 주고, 곤충들은 히어리가 열매 맺는 것을 도와줍니다.
히어리는 6m 정도까지 자라는데요. 기름지고 물 빠짐이 좋은 산성 땅을 좋아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지만,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돌투성이 땅에서도 잘 자라요.
은행나무처럼 잔병 없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도 하고요.
꽃이 적은 이른 봄에 풍성한 꽃을 피우고 가는 줄기가 많이 자라는 특성 때문에 생울타리로 쓰이기에 아주 좋답니다.
숲 가꾸기 행사를 하면서 조그만 나무라는 이유로 히어리를 모두 베어 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히어리가 자신의 삶터에서 위협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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