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 혈액형] 돼지 15개·닭 13개… 오랑우탄은 사람과 같이 4개래요
혈액형
▲ /그래픽=유재일
지난 8월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이 장기이식을 위해 기증된 B형 기증자 신장의 혈액 유형을 O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대요. 인체 장기의 혈액형을 바꾸는 데 성공한 건 지난 2월 토론토대 연구팀이 A형 의 폐를 O형으로 바꾼 이후 두 번째인데요.지금까지는 장기이식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다르면 이식이 불가능했어요. 혈액형이 다르면 통상 수혈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요. 왜 혈액형이 다르면 수혈을 받지 못하는 걸까요? 혈액형이 뭔지, 동물에게도 혈액형이 있는지 등 혈액형에 대해 알아볼게요.
혈액형, 세부적으로 나누면 수백 가지
혈액형은 사람이 갖는 피의 종류를 말해요. 흔히 A형, B형, O형, AB형으로 혈액형을 분류하는 ABO식 혈액형 분류법과 플러스(+), 마이너스(-)로 혈액형을 분류하는 Rh식 혈액형 분류법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혈액형은 피에 있는 응집원(항원)과 응집소(항체)의 종류에 따라 수백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다만 ABO식이나 Rh식에 비해 의료적으로 영향을 적게 미치기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요. 응집원과 응집소는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만드는 핵심 물질입니다. 응집원은 혈액형을 결정하는 물질로, 혈액 속 적혈구에 있어요. 응집소는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상 성분)에 있어요. A형, B형, O형, AB형이 가진 응집원과 응집소의 종류는 각기 다릅니다.
문제는 특정 혈액형의 응집원과 특정 혈액형의 응집소가 만나면 서로 뭉쳐 피가 엉기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혈액형의 피를 골라 수혈하는 거지요. 이 때문에 수혈은 같은 혈액형끼리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AB형이나 O형은 다른 혈액형에 피를 일부 주거나 받을 수는 있지만, 다른 혈액이 없는 위급한 경우 소량만 가능합니다.
혈액의 비밀 아직 다 못 풀어
그렇다면 혈액형을 바꾸거나 새롭게 혈액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아주 드물게 혈액형이 바뀔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혈액형의 골수를 이식받는 경우지요. 골수는 백혈구와 적혈구를 만들기 때문에 B형 골수는 B형 적혈구를 만듭니다. 골수 이식을 받을 때에는 기존에 갖고 있는 골수를 모두 없앤 뒤 새로운 골수를 이식받기 때문에 혈액형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혈액형은 유전자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바뀌지 않는데요. 그런데 스티븐 위더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혈액을 다른 혈액형으로 바꿔 수혈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결과를 2018년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미생물에 발표했어요. 효소를 사용해 적혈구 표면에 있는 A형이나 B형 응집원을 없애는 방식이었는데요. 적혈구 표면에 A형 혹은 B형 응집원이 없다면, 이 피는 O형 혈액이 됩니다. O형은 소량이긴 하지만 다른 혈액형에도 전혈(全血) 헌혈이 가능해 유용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피의 혈액형을 바꾸는 것 말고 인공 혈액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직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피는 우리 몸에서도 비밀이 많거든요. 수혈 과정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출산한 여성은 평생 혈소판(혈액의 성분 중 하나) 헌혈이 불가능한데, 급성 폐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영장류 장기는 이식 실험 대상도 돼
피를 가진 동물이라면 혈액형이 있습니다. 동물의 피에도 다양한 응집원이 있어요. 이에 따라 소에게는 A, B, C, J, L 등 12가지의 혈액형이 있습니다. 말은 7가지, 양은 8가지, 닭은 13가지, 돼지는 15가지나 되는 혈액형을 갖고 있지요.
유인원의 혈액형은 인간과 비슷한데요. 침팬지는 대부분 A형이고, 고릴라는 A, B, O형만 있어요. 오랑우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A, B, O, AB형을 모두 갖고 있고요. 이런 유사함 때문에 유인원은 이종(異種·다른 종) 장기이식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1963년 혈액형이 같은 침팬지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9개월 생존한 사례가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 사람처럼 헌혈과 수혈도 가능합니다. 다만 고양이는 개보다 헌혈과 수혈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데요. 헌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큰 고양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고양이는 A, B, AB형의 혈액형을 가지는데, A형이 대부분이랍니다.
개의 혈액형은 13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개의 첫 수혈은 혈액형과 관계없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의 경우 첫 수혈을 할 때는 응집소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두 번째 수혈부터는 반드시 혈액형이 맞는 피를 수혈해야 합니다.
[혈액형과 성격 무관해요]
혈액형과 성격은 전혀 관계가 없답니다. 혈액형은 응집원에 따라 결정되는데, 응집원은 성격을 결정짓는 호르몬 등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지요. 성격은 환경적 요인과 교육 등에 따라 형성돼요. 대한혈액학회에 따르면,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하네요.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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