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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사람과 길] 강원도 사북-고한 옛 광산마을 - 폐광의 상처, 예술로 아물었다… 먹먹함을 남겨둔 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1. 16.

[박종인의 사람과 길]강원도 사북-고한 옛 광산마을-폐광의 상처, 예술로 아물었다…먹먹함을 남겨둔 채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강원도 사북-고한 옛 광산마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전리 물레방아.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에 새 신부가 탄생하면 광산에서는 공동으로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빌려주곤 했다. 광산은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예술 공간으로 변했고, 웨딩드레스는 신랑이 장화를 씻던 세화장 천장에서 너을너을 춤춘다. / 박종인 기자
방좌수(方座首)라는 부잣집 땅지기(사음·舍音)가 있었다고 해서 사북(舍北)이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그 땅에 탄광이 생기고, 장정들이 팔도에서 몰려와 탄을 캐며 살았다. 인구가 많아지자 사북에서 고한(古汗)이 분리됐다. 사람도 돈도 흘러넘쳤던지라, 사북-고한 강아지들은 한동안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했다.

1.폐광이 예술로―삼탄아트마인

정선에서 가장 컸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2001년 문을 닫았다. 폐광은 12년이 지난 작년 5월 그 을씨년스러운 외형을 유지한 채 혁명적으로 변신했다. 삼탄아트마인이다. 삼탄은 삼척탄좌, 아트는 예술, 마인(mine)은 탄광이라는 뜻이다. 3000명 넘는 광부들이 쓰던 샤워장, 화장실, 기계실, 통제실, 수직갱도가 예술 공간으로 바뀌었다.

샤워 꼭지마다 엑스레이 필름과 서류, 차용증이 걸려 있는 샤워장에 들어서면 가슴이 먹먹하다. 광부들, 몸은 씻었으되 폐에 들어찬 탄가루는 씻지 못했다. 수직갱 출입구 한쪽에는 장화를 씻었던 세화장이 있다. 그때 새 신부들이 결혼식날 빌려 입었던 웨딩드레스들이 하늘에서 너울거린다. 역시 가슴이 먹먹하다.

전시장에는 현대 예술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작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빌려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있는데, 숙소 침구나 가구가 작품급이다. 빈방은 일반인 숙박 시설로 사용된다. 탄광 시설을 활용한 레스토랑도 근사하다. 입장료는 조금 부담스러운 1만3000원.

2.정암사 적멸보궁

삼탄아트마인에서 만항재 쪽으로 800m만 올라가면 절이 나온다. 정암사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웠다는 이 절은 한반도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적멸보궁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법당에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 절이다. 열목어가 사는 작은 개울을 건너 10분 정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있다. 탑에 걸린 풍경(風磬) 소리를 들으며 앞산을 바라본다. 대개 한국 절은 대웅전 정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다. 정암사에서는 수마노탑이 바로 그 자리다.

3.설국(雪國) 만항재

만항재는 정암사에서 6㎞ 떨어져 있다. 포장도로가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해발 1330m다. 지금 만항재는 설국(雪國)이다. 아스팔트 양옆으로 온통 흰색이다. 수직으로 뻗은 나목(裸木)들과 평평한 눈밭 대비가 극명하다. 휴게소 주변에 작은 공원이 있다. 휴게소 직전에는 함백산으로 가는 도로가 있다. 제설작업이 안 돼 있어서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진입 금지다. 그 길 끝에 함백산 등산로가 있다.

4.120년 된 백전리 물레방아

이번에는 사북읍에서 화암면 쪽으로 들어가 물레방아를 만난다. 고개에서 정선, 사북 쪽으로 25㎞ 거리에 있다. 물레방아는 1890년 무렵 만들어졌다. 한국 최고(最古)다. 방아는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나올 정도로 화전민 필수 도구였다. 방아계 계원들 관리 덕분에 120년째 현역이다. 겨울에도 떨어지는 물은 수량도 많고 거세다. 얼음을 젖히고 콸콸 떨어지는 그 기운을 느껴본다.

5.보너스, 59번 국도

사북읍이나 고한 하이원리조트 주변에서 하루를 묵는다. 다음날 영동고속도로 진부IC까지 59번 국도를 탄다. 길은 좁고 많이 구부러졌다.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정선 5일장도 만난다. 오대천 옆으로 난 숙암계곡도 만난다.

정선에서 가장 정선스러운 단임골 방문도 좋겠다. 숙암교 건너 왼쪽으로 들어간다. 길에 덮인 아스팔트가 시멘트로, 시멘트가 흙이 되더니 급기야 길이 눈 속으로 사라지는 7㎞ 시골길 끝이다. 소설가에 약초꾼에, 악다구니 세상 싫어서 숨어든 사람까지, 계곡에 흘러넘치는 마을 사람들 사연은 그분들께 직접 들어보시라.


	드위트리 펜션 객실.
드위트리 펜션 객실.

가는길(서울 기준, 추천 일정순)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 영월 방향→느릅재~고한터널까지 터널 12개→상동·정암사 방향→삼탄아트마인→1㎞ 정암사→정암사 오른쪽 414번 지방도 6㎞ 만항재→38번 국도로 돌아와 사북·영월 방향→사북읍 한국병원 삼거리에서 화암면 방향 11㎞ 백전리 물레방아(폐교된 용소분교 지나 오른편)→한국병원 삼거리에서 정선 방면으로 북상하면 진부IC가 나온다. 도로 번호는 59번.

묵을 곳

1.삼탄아트마인 레지던시:11만~22만원. 입장료 및 시설이용료 포함.
www.samtanartmine.com, (033)591-3001. 월요일 휴관.
2.드위트리펜션:26만원부터. 조식, 아로마 입욕용품, 하이원 리프트 할인권 포함.
www.dwitree.co.kr, (010)5251-7531
3.고한읍 내 저렴한 숙소 다수. 정선 관광사이트
www.ariaritour.com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숙소 검색 가능.

먹을 곳

1.삼탄아트마인 레스토랑 832L: 스테이크부터 설렁탕까지 가격대 다양. 20인 이상 단체 바비큐 예약 가능.
2.고한읍 내 메밀촌막국수: 스키어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난 곳. 막국수 및 곤드레밥. (033)591-3939
정선문화관광 안내전화: 154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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