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반나절 문화 기행] '응팔'의 추억이 있고 둘리의 童心이 있다
양지호 기자
쌍문동 반나절 문화 기행
아기공룡 둘리가 ‘빙하 타고 내려온’ 우이천을 따라 둘리 벽화가 그려져 있다. 둘리의 고향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는 지하철역, 박물관, 거리 곳곳에서 둘리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도시 속으로 떠나는 문화기행이다.
한국 근현대사 발자취가 가득하고 대중문화 정취가 골목골목 배인 쌍문동이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탄생한 공간이다.
인권운동가 함석헌(1901~1989) 선생의 거처는 기념관이 됐다.
인근 방학동에는 김수영 문학관과 간송 전형필 가옥이 있다.
◇둘리의 고향, '응팔'의 공간
서울지하철4호선 쌍문역은 '둘리테마역사'다.
◇둘리의 고향, '응팔'의 공간
서울지하철4호선 쌍문역은 '둘리테마역사'다.
역사 내 기둥, 에스컬레이터 벽면, 쉼터와 화장실 곳곳에 만화 '아기공룡 둘리' 관련 그림과 조형물을 최근 조성했다.
둘리는 만화가 김수정의 쌍문동 작업실에서 태어나 1983년 만화 잡지 '보물섬'에 첫선을 보였다.
아기 공룡 둘리의 고향이다.
쌍문역을 나와 수유동 방향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쌍문동과 수유동을 나누는 우이천이 나타난다.
쌍문역을 나와 수유동 방향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쌍문동과 수유동을 나누는 우이천이 나타난다.
극 중 빙하 속에 있던 둘리가 발견된 그 하천이다.
우이천 수유교와 쌍천교 사이 150m 구간은 둘리 벽화로 장식돼 있다.
알록달록한 둘리 벽화를 옆에 끼고 하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벽화는 미완이다.
올해 안에 420m 길이로 연장할 계획이다.
작년 개관한 '둘리뮤지엄'은 둘리 투어의 꽃.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 입장료는 13세 미만 7000원, 13세 이상 5000원이다.
13세 미만 가격이 더 비싸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 둘리 주제가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놀이터가 갖춰져 있다.
김수정 작가의 육필 원고, 둘리 시나리오, 둘리가 처음 연재됐을 당시의 잡지도 전시하고 있다.
둘리 박물관인데 정작 만화책을 읽어볼 수 없어 아쉽다.
인근 공원에는 버스를 개조해 만든 아동용 도서관 '붕붕도서관'이 있다.
장서 1500권 규모. 아이는 책을 읽고 어른은 공원을 걸어 다니면 좋다.
쌍문동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다.
연출한 신원호 PD 는 "당시 평균적인 서울을 상징하고 이름이 정겨워 선택했다"고 했다.
쌍문역 3번 출구 인근 뒷골목은 차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간판은 낡았다.
드라마 촬영은 의정부 세트장에서 진행해 똑같은 곳은 없지만 그때 그 느낌이 물씬 난다.
◇씨알 풀 그리고 소나무
쌍문동 '함석헌 기념관'은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이 1983년부터 영면할 때까지 살았던 집이다.
쌍문동 '함석헌 기념관'은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이 1983년부터 영면할 때까지 살았던 집이다.
실제 집이었던 만큼 골목길에 숨어 있다.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전시 공간과 작은 도서관을 꾸려 작년 9월 개장했다.
전시실에는 수십 권의 책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로 꽂혀 있다.
1985년 화재로 타버린 장서 5000여권 중 살아남은 책들이다.
벽에 걸린 '무욕청정(無慾淸淨)'이라는 붓글씨는 선생의 됨됨이를 보여준다.
도서관에서는 그의 씨알 사상이 담긴 저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인근 방학동 아파트 단지 골목에는 김수영 문학관이 있다.
인근 방학동 아파트 단지 골목에는 김수영 문학관이 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풀' 등 대표작을 남긴 김수영 시인의 육필 원고가 가득하다.
전시실 1층에 마련된 낭송·녹음실에서는 시인의 시를 따라 읽고 녹음해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시인의 시어(詩語)를 막대로 만들어 벽에 자석으로 붙여둔 시작(詩作) 코너도 신선하다.
김수영 시인이 즐겨 쓰던 단어로 자신만의 시를 지어본다.
옥상 쉼터도 놓치면 안 된다.
북한산 세 봉우리 백운대·인수봉·만경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간송(澗松) 전형필 가옥은 그가 소유했던 집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다.
간송(澗松) 전형필 가옥은 그가 소유했던 집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다.
버려져 있던 집을 보수해 작년에 처음 개장했다.
운현궁과 비슷한 양철 처마가 20세기 초 지어진 근대 한옥 양식을 잘 보여준다.
마침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툇마루에 앉아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교외로 나간 것처럼 호젓했다.
■ 골목이 많은 쌍문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차 걱정을 덜 수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우이천→둘리뮤지엄→김수영문학관→전형필가옥→함석헌기념관 순서로 시계 방향으로 돈다.
우이천에서 둘리뮤지엄, 전형필가옥에서 함석헌기념관 정도만 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걷는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둘리뮤지엄, 함석헌기념관, 김수영문학관은 월요일 휴무.
■ 일본 라멘 전문점 로지(02-999-5200)는 주말 점심이면 줄이 늘어서는 인기 식당.
돼지뼈 육수 시로라멘(7000원), 따뜻하고 진한 육수에 국수를 찍어 먹는 쓰케멘(8000원)이 인기.
양념소갈비살 한 근을 2만9000원에 내놓는 동적불고기도 사람이 많다.
낡아서 군데군데 해진 나무간판이 쌍문동과 잘 어울린다.
커피전문점 가배미혼(02-904-2969)에서는 5000원에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세 곳 모두 쌍문역 근처에 있어 탐방 전후에 찾기 좋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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