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만시와 애사를 모아서 차례대로 늘어놓고 본다면,
갑이 죽으면 을이 이를 조문하고, 을이 갑자기 또 죽으면 병이 이를 조문한다.
이렇게 해서 끝없이 이어진다.
고인의 의론을 모아서 나란히 줄지어 놓고 살펴보면,
갑이 한 말을 을이 반드시 비난하고,
을이 갑을 비난한 것은 다른 의론이 없을 것 같지만
병이 또 이를 비난해서 이 또한 끝도 없는 무궁세계다.
단지 이 두 가지 일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면서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集古人輓詩哀辭, 比次而觀, 甲死而乙吊之, 乙忽又死而丙吊之, 以至于無窮.
集古人議論, 比次而觀, 甲之言, 乙必非之.
乙之非甲者, 似無它議, 而丙又非之, 亦無窮世界.
只以此二事, 如許如許銷遣了否)"
갑이 이것을 말하면 을이 저것으로 비난하고,
병이 발끈해서 왜 비난하느냐고 비난하고,
그러면 정이 비판과 비난을 구분 못 한다고 비난한다.
끝에 가면 갑과 을은 같은 편이 되기도 하고,
애초에 무엇을 가지고 싸우고 왜 싸웠는지도 모르게 된다.
정가의 말싸움이 이와 꼭 같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니, 무엇이 문제냐고 맞받고,
문제를 모르니 문제라고 하자, 그때 너희도 그렇지 않았느냐고 한다.
언론이 잠시 잠잠해지면 다시 웃고 악수하며 잘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이 끝없이 이어지는 무궁세계(無窮世界)의 속내는 보통 사람이 알기가 참 어렵다.
일도 많고 말도 많고 그 말 때문에 탈도 많은 세상이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