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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세설신어] [388] 영상조파(影上爪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6. 10. 19.




 


 


 


 
 
 영상조파(影上爪爬)   
 
 [정민의 세설신어] [388] 영상조파(影上爪爬)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중 한 단락을 소개한다.

"지극한 사람은 헐뜯음과 기림에 대처할 때

사실과 거짓에 관계없이 모두 배불러하지도 않고 목말라하지도 않으며,
가려워하지도 않고 아파하지도 않는다.

보통 사람은 진짜로 하는 칭찬과 진짜로 하는 비방에도 잘 대처하지 못한다.
그러니 근거 없이 해대는 칭찬이나 잘못이 없는데 퍼붓는 비방에 있어서이겠는가?
사실이 아닌데 받는 칭찬은 꿈속에 밥을 더 먹는 것이나,
그림자를 손톱으로 긁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잘못이 없는데 받는 비방은 꿈속에 목마른 것이나,
림자 위에 몽둥이로 맞는 것과 한가지다.
어리석은 사람은 다만 꿈에서 밥을 더 먹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강퍅한 인간은 그림자를 몽둥이로 때려도 유감으로 여긴다

(至人之處毁譽也, 無論眞與假, 皆不飽不渴, 不不痛.
平人不能善處眞譽眞毁, 之譽, 無過之毁乎.
之譽, 何異乎夢中飡加, 影上爪爬, 無過之毁, 何異乎夢中漿乏, 影上棒打.
痴人惟幸飡加於夢, 愎人猶恨棒打其影)."
 
세상의 칭찬과 비방은 네 가지 중 하나다.
좋은 일을 해서 칭찬받는 경우와,
야단맞을 짓을 해서 비방을 부르는 경우가 처음 두 가지다.

나머지 둘은 잘한 일 없이 얼떨결에 받는 칭찬과,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난데없이 쏟아지는 비난이다.

처음 둘은 당연한데, 나중 둘은 불편하다.
사람의 그릇은 나중 둘의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난다.
제가 받을 칭찬이 아니면 부끄러워 사양해야 마땅한데 모르는 체 업혀간다.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으면 떳떳해야 하건만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든다.

공연한 칭찬은 그림자 위를 손톱으로 긁기(影上爪爬)다.

가려운 발을 안 긁고 그림자를 긁으니 시원할 리가 없다.
근거 없는 비방은 그림자를 몽둥이로 때리기(影上棒打)다.

때리는 손만 아프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못난 인간은 꿈속에 밥 한 그릇 더 먹었다고 배부르다 하고,
강퍅한 인간은 몽둥이가 제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두고 보자 한다.

사실에 관계없이 칭찬에 우쭐대고 비난에 쩔쩔매다 제풀에 제가 넘어간다.
훼예(毁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정신의 힘을 길러야겠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