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이내 / 박이도 詩

by 맥가이버 Macgyver 2016. 11. 30.


 

이내 / 박이도 詩

  

새벽이 오는 소리에

세상은 눈을 뜨고

나는 숲속으로 간다

모여드는 짐승들과

간밤의 꿈꾼 이야기로 목을 축이고

다가온 계절의 설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계절의 전령사傳令士,

 

저 해와 달을 거느리고

내일을 좇아 달려왔네

 

소슬바람에 깨어나 보니

한세월 간데없고

세상엔 이내로 저물어가는구나

푸르스름, 불그레

어둑어둑 잿빛 이내여,

아득하구나

 

내 눈은 침침하여

이제 영혼의 돋보기를 껴야 할 때

저 아름다운 빛, 황홀한 이내

 

산마루에 걸린

내 영혼의 풍경이로다

 

-시집『어느 인생』(문학의 전당,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