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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가슴으로 읽는 동시] 투덜이

by 맥가이버 Macgyver 2017. 9. 23.

[가슴으로 읽는 동시] 투덜이


투덜이


가방 속에
우산을 넣었더니

가방은
비좁다고 투덜투덜
귀찮다고 투덜투덜
무겁다고 투덜투덜

저녁에 소나기가 쏟아지니
우산이 말했어

"가방아, 이리 들어와."

―김금래(1954~ )

앙증맞은 동화 한 편이다.

가방과 우산이 주인공인. 우리의 친구 사이를 닮았다.

친구끼리는 더러 탓하고 불평하며 톡탁거리지만 곧 화해한다.

가방과 우산처럼. 비가 올지도 몰라 가방에 우산을 넣었다.

아이 비좁아, 아이 귀찮아, 아이 무거워.

투덜투덜, 가방의 불만이 잔 뜩 부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얼른 뛰어나와 몸 활짝 열고

"가방아, 들어와." 손잡아 끌었다.

가방은 아마 민망하고 부끄러웠을 게다.

우리는 이럴 때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걸 봐. 불만, 불평이 돋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며 살아야지 뭘 어째.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투덜대지 말고 살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