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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가슴으로 읽는 동시] 뒷걸음질 / 남진원

by 맥가이버 Macgyver 2018. 8. 9.



뒷걸음질


뒷걸음질하면
멀어지겠지

뒷걸음질하면
네가 점점 작아 보이겠지

뒷걸음질하면
나중엔 네가 안 보일지도 몰라

그러나 발자국은
여전히 네게로 향해 있지.


―남진원(1953~ )


왜 뒷걸음질을 할까?

사이가 멀어져서다.

그러면 마음이 뒷걸음질한다.

뒷걸음질 할수록 마음 거리가 멀어져

상대방 존재가

점점 작아지다가 나중엔 안 보일 수도 있다.

마음에서 사라져버리는 거다.


마음에서 싹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 그게 아니네!

'발자국은 / 여전히 네게로 향해 있지.'
네가 아주 지워진 게 아니네.



사이가 가까울 때처럼 '여전히' 발자국은 서로 마주 보고 있구나.

잊히지 않고 그 존재가 가슴 속 어디엔가 발자국처럼 찍혀 있었구나.

그럼 그렇지.

사이 좋았던 일이 그렇게 허무하게 잊힐 리 있을라고.
싫은 사람, 미운 사람도 어느 구석엔가

조그만 그리움으로 박혀 있구나.

싫은 마음, 미운 마음이 괴로워하다가 조금은 위로를 받네.

뒷걸음질이 이런 의미를 품고 있을 줄이야.

새 의미 발견이다.


박두순 동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