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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世說新語] [480] 검신성심(檢身省心)

by 맥가이버 Macgyver 2018. 8. 16.




검신성심(檢身省心)



[정민의 世說新語] [480] 검신성심(檢身省心)


송나라 때 이방헌(李邦獻)이 쓴 '성심잡언(省心襍言)'을 읽는데 '

성(省)'자의 생김새에 자꾸 눈길이 간다.

성(省)은 살피고 돌아본다는 의미이나,

'생'으로 읽으면 덜어낸다는 뜻이 된다.

돌이켜 살피는 것이 반성(反省)이라면,

간략하게 줄이는 것은 생략(省略)이다.


이 둘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자세히 살피려면 눈[目]을 적게[少] 즉 가늘게 뜨고 보아야 한다.

또 항목(項目)을 줄여야만[少] 일을 덜어낼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잘 살피는 일은 잘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 해도 될 것을 갈라내고,

해야만 할 일 속에 슬쩍 끼어드는 안 해도 될 일과 안 해야 될 일을 솎아낸다.


반성과 생략은 이렇게 하나로 다시 맞물린다.


이덕형(李德馨)은 '사직차(辭職箚)'에서

한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해 임금께 죄를 지은 잘못을 사죄하며

'성현께서 남긴 책을 살펴,

몸을 검속하고 마음을 살피는[檢身省心] 일에 종사해

조금이나마 근본이 선 뒤에 다시 임금을 섬긴다면 행동에 근거가 있어

오늘날의 이 같은 어리석음에 이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고 썼다.


검신성심(檢身省心)!

몸 단속을 잘하고 마음을 점검한다.


이것을 검신생심으로 읽으면 어떻게 되나?

몸가짐을 점검하고 마음을 비워나간다.

이런 뜻이라면 성심을 생심이라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성심잡언'에 실린 몇 항목을 소개한다.

'말을 적게 해야 비방이 줄어들고,

욕심을 줄여야만 몸을 보전한다(寡言省謗, 寡慾保身).'


'말수를 줄이고 벗 사귐을 가려야만 뉘우침과 자만이 없고,

근심과 욕됨을 면할 수 있다

(簡言擇交, 可以無悔吝, 可以免憂辱).'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얻음은 침묵하여 해로움이 없는 것만 못하다

(多言獲利, 不如默而無害).'


'밀실에 앉아서도 큰길에 있는 듯이 하고,

작은 마음 모는 것을 여섯 마리 말을 몰 듯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

(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以免過).'

'이름에 힘쓰는 자는 그 몸을 죽이고,

재물이 많은 자는 그 후손에게 재앙이 있다

(務名者殺其身, 多財者禍其後).'


말씀의 체에 걸러 참 마음을 살피고 뜬 마음을 걷어내야겠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