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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나에게 길이 있었다 / 박상순 詩

by 맥가이버 Macgyver 2018. 10. 2.

 

 나에게 길이 있었다 / 박상순 詩

 

 

그 길에 서 있는 모자 쓴 사람
가방을 든 사람,  눈이 큰 사람
키가 큰 사람,  멜빵을 멘 사람
그 사람들이 뭉쳐서 하나가 된 사람
 
뭉쳐진 사람들 사이에서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다시 가방을 든 사람, 눈이 큰 사람, 키가 큰 사람
새로 산 구두를 쭈그려 신은 사람
 
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길 위에
또 보이는 사람
새로 나온 사람, 새로 뭉쳐진 사람
다시 또 부스러기처럼 떨어진 사람
그 길에 서 있는 모자 쓴 사람
 
길이 끝난 곳에서
그가 지나온 길을 색종이처럼

동그랗게 말아놓고 사라지던 사람
멜빵을 멘 사람
 
빈 상자를 닮은 사람
눈이 큰 사람을 닮은 사람
키가 큰 사람을 닮은 사람
사람을 멘 사람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