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계뇨초(鷄尿草), 압뇨초(鴨尿草), 목상산(木常山), 단화이엽수선국
분류 장미과
학명 Spir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
우리는 예부터 흰옷을 즐겨 입고 흰색을 좋아했다.
태양숭배 사상이 강한 우리 민족은 광명을 나타내는 뜻으로 백색을 신성시했다.
일상의 의복은 물론 제사 때도 흰옷을 입고 흰떡, 흰술, 흰밥을 쓸 정도였다.
심지어 우리 고유의 나무 꽃에는 유난히 흰꽃이 많다.
조팝나무는 늦은 봄 잎이 피기 조금 전이나 잎과 거의 같이,
산자락이나 들판에 사람 키 남짓한 작은 떨기나무가 떼로 자라면서
새하얀 꽃들이 수백 수천 개가 무리 지어 핀다.
흰빛이 너무 눈부셔 때늦은 눈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란다.
버들잎 모양의 잎이 꽃과 같이 피는 모습을 두고 일본 사람들은 눈버들(雪柳)이란 낭만적인 이름을 붙였다.
조선 후기의 고전소설 〈토끼전〉에는 별주부(자라)가 육지에 올라와
경치를 처음 둘러보는 장면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고 하직하고, 강남서 나오는 제비는 왔노라고 현신(現身)하고,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오······”라고 했다.
멍청이 별주부가 토끼의 꼬임에 빠져 처음 육지로 올라왔을 때가 마침 봄이었나 보다.
지금도 조팝나무 꽃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피어 있으니,
별주부가 토끼를 꼬여내던 그 시절에는 더더욱 흔한 꽃이었을 것이다.
잘 보일 것 같지 않은 별주부의 작은 눈에도 육지에 올라오자마자 금세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조팝나무는 좁쌀로 지은 조밥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쌀, 보리, 조, 콩, 기장의 오곡(五穀)으로 대표된다.
조는 땅이 척박하고 가뭄을 타기 쉬운 메마른 땅에 주로 심었으며,
오곡의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곡식이었다.
조밥은 하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랗지만,
그릇에 담아둔 조밥처럼 작은 꽃이 잔뜩 핀 모양을 비유한 것이다.
사실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보면 조팝나무보다 작은 꽃도 여럿 있으나
무리를 이루므로 좁쌀 밥알에 비유될 만큼 꽃이 작아 보인다.
《동국이상국집》에는 〈기장밥꽃(黍飯花)〉이란 시 한 수가 있다.
“꽃은 잘고 둥그나 누른빛이 아니라네
/기장밥과 견주어 봐도 서로 다르네
/이 꽃 이름 굶주린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마오
/탐내어 숲속에서 밥 냄새 찾으리니”라는 시다.
시의 내용을 보아 기장밥꽃은 지금의 조팝나무 꽃으로 짐작된다.
조팝나무의 원래 쓰임새는 꽃을 감상하는 것보다 약용식물로 더 유명하다.
《동의보감》에는 조팝나무 뿌리를 상산(常山), 혹은 촉칠(蜀漆)이라 하여
“여러 가지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잘 밭게 하며 열이 오르내리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Aspirin)에는 해열·진통효과가 있는 아세틸살리실산을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은 조팝나무(속명 Spiraea) 종류에도 널리 포함하고 있으므로 ‘spir’를 어간으로 따오고,
접두어로 아세틸살리실산의 ‘a’와 당시 바이엘 사의 제품명 끝에 공통적으로 쓰던 ‘in’을 접미어로 붙여서 만든 말이다.
조팝나무 무리는 진한 분홍빛 꽃이 꼬리처럼 모여 달리는 꼬리조팝나무를 비롯하여
작은 쟁반에 흰쌀밥을 소복이 담아 놓은 것 같은 산조팝나무와 당조팝나무, 공조팝나무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조팝나무는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어 봄날의 우리 산천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출처 : 우리 나무의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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