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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똥 / 예성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8. 11.

  

 

똥 / 예성희

     

 

 

그 꿈틀거리는 존재의 운동으로 말미암아

그토록 어둡고 긴 인고의 장을 지나

너는 세상의 빛을 보았구나.


너는 머무르지 않음으로

진정 '변화'라는 우주의 진리를

몸서 깨우쳐 주었고


그 형태없음으로

어떠한 형태도 될수 있으며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임으로써

고운 빛깔과 향기로운 내음을

간직하게 되었구나.


너는 길기도, 혹은 짧기도

굵을 수도, 가늘 수도

짙을 수도, 옅을 수도

질기도, 되기도

고약할 수도, 향기로울 수도


때로는 천둥의 소리를 동반하고

때로는 산고의 고통을

때로는 순간의 유연함을

때로는 한줄기 폭포수를 동반한 채


시간이 시작된 이래로

너는 모든 생명체와 함께

우주의 지고한 과업을

가장 폐쇠된 장소에서

때로는 개방된 장소에서

말없이 수행하고 있었구나.


네가 머무르는 곳은

어디든 같은 곳이 되며,

너는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

진정 무차별의 사랑을

인류에게 전해주는 도다.


오늘도 나 너를 보냄으로써

진정 돌아서야 할 때를 깨우치게 되고,

미련을 두지 않으니

무욕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구나.


진실이 이러함에

내 어찌 너를 예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지금도 어느 한 구석에서 떨어져

웅크리고 있을 너를

온 마음으로 찬양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