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산책로’ 절경…“발자국만 찍어도 낭만 넘칠 길”
경향신문 | 최인진 기자 | 입력 2011.01.09 14:08 | 수정 2011.01.09 14:13 |
울창한 수목에 기대어 눈덮인 강가를 눈여겨보면 마음의 성찰이 곧 따뜻한 봄이 돼 다가올테니….
경기 양평군 남한강변 산책로.
폭 4m, 길이 4.7㎞로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강의 정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양평군 도심 아파트단지에서 시작해 양평군청과 양평경찰서를 지나 양평생활체육공원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두 사람이 손잡고 걸을 정도의 아담한 길. 나뭇잎 사이로 로맨스가 훌훌 풍겨나올 것 같은 길.
발자국만 찍어도 낭만이 넘칠 것 같은 그런 길이다.
도보로는 1시간 남짓 걸린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어깨를 짓누르거나 세파에 찌든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기엔 그만인 거리다.
둘러보는 시간의 추이가 아쉽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적당하다.
현대문명의 산실인 아파트 단지에서 길이 시작된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정도로 산책로의 풍광은 절경이다.
눈 덮인 남한강과 산책로 전경
눈이 소복히 쌓인 남한강과 산책로의 설경이 겨울의 낭만을 더 해주고 있다.
산림이 우거진 가운데 강물이 흐르는 여름철의 남한강 산책로. /양평군 제공
남한강 산책로는 도심에서 가까운데도 조망이 트여 있어 매우 아름답다.
한쪽에는 단풍이 울긋불긋한 갈산의 산자락이 자리잡고 있고, 한쪽에는 남한강이 시간을 따라 흐른다.
강변의 일렁이는 물결을 조망하며 숨을 고르면 한쪽에 트여있는 울창한 산림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풀내음은 한때 녹음이 우거졌던 한 때를 상기시킨다.
산책로는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봄·여름에는 울창한 산림이, 가을에는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림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눈꽃이 내려앉은 회색 빛 하늘 아래 손을 훌훌 불어가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무나 맑도록 시리게 불어오는 북풍은 세상의 모든 고뇌를 떨쳐 내줄 것만 같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산과 강의 정취에 몸과 마음이 녹아든다.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접할 수 있고, 아름다운 시를 음미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마다 시비(詩碑)가 있다.
소규모 야외공연장도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산책의 백미는 저녁무렵 남한강변의 일렁이는 물결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운치일 것이다.
여러 계조로 나뉘는 모노톤의 붉은 저녁놀의 햇살과 맞물려 수면에 반사돼 감탄을 자아낸다.
편의시설도 고루 갖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멀티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강 건너편 둔치 강상체육공원에 자리 잡은 국제 규모의 최상급 잔디구장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남한강 산책로는 '자율금연구역'이다.
수질오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천연목재·석재같은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자연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자연의 선형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인공적인 자재를 최소화한 것이다.
또 오염원이 되는 낚시·야영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남한강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강과 강변을 조망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관찰할 수도 있다.
자연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한 설계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은 남한강 자연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이 산책로는 지난해 10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관하는 제2회 '대한민국 국토·도시 디자인 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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