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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3 / 나태주
우리는 만났다, 힘겹게
우리는 헤어졌다, 역시 힘겹게.
가을 철길 / 김진성
이곳에 오면
버림받고도
병들지 못하고 사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철길 / 정세훈
아스라이 멀어져 갔던
내 사랑하는 이들이
숨가쁘게 씨근덕거리면서
다시,
내 곁으로
달려올 것만 같다
철길은 왜 서로 만나서는 안 되는가 / 윤수천
철길은 서로 만나고 싶지만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열차를 보내기 위해서는
철길은 서로 만나서는 안 된다
슬프지만 이대로 견딜 수밖에 없다
철길 같은 사람들이 있다
만나고 싶지만 만나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슬프지만 철길처럼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길 / 김 용 택
사랑은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다 얻는
새벽같이 옵니다
이 봄
당신에게로 가는
길 하나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 길가에는 흰 제비꽃이 피고
작은 새들 날아갑니다
새 풀잎마다
이슬은 반짝이고
작은 길은 촉촉히 젖어
나는 맨발로
붉은 흙을 밟으며
어디로 가도
그대에게 이르는 길
이 세상으로 다 이어진
아침 그 길을 갑니다
길 / 정용철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 집니다.
몸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사랑합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섭니다.
길에 관한 편견 / 박남희
길을 외롭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길 위에는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고
낙엽이 있다
더구나 그의 몸 속에는
그를 사랑했던 것들이 다녀간
둥글고 아늑한 어둠이 있다
육체를 지나 마음으로 향해있던 그 길은
살랑이던 낙엽의 언어와
출렁이던 바람의 춤과
하늘의 깊은 눈매까지를 잘 기억하고 있다
길이 외롭게 느껴지는 건
언젠가 그 길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 이정하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걸어온 길을 한번 둘러보라.
편히 쉬고만 있었다면
과연 이만큼 올 수 있었겠는지.
힘겹고 지친 삶은
그 힘겹고 지친 것 때문에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가파른 길에서 한숨 쉬는 사람들이여,
눈앞의 언덕만 보지 말고
그 뒤에 펼쳐질 평원을 생각해보라
외려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배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내 마음에 그리움이란 정거장이 있습니다 / 용혜원
내 마음에 그리움이란
정거장이 있습니다
그대를 본 순간부터
그대를 만난 날부터
마음엔 온통 보고픔이 돋아납니다
나는 늘 기다림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움이란 정거장에
세워진 팻말에는
그대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보고싶다'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의 정거장에 내릴때면
온통 그리움으로 발돋움하며 서성이던
날들은 다 사라지고
그대가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것 입니다
내 눈앞에 서 있는
그대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아이마냥 좋아할 것입니다
그대를 기다림이 나는 즐겁습니다
기찻길 / 정연복
보일 듯 말듯
아득히 먼 저곳까지
함께 곧거나
함께 굽으며
나란히 마주선
기찻길을 보며
왜 바보 같이
눈물이 나는 걸까
나의 발길이 닿는
세상의 모든 길이
쓸쓸하게만 느껴지며
방황하던 내 청춘에
햇살처럼 다가와
따스한 사랑을 주고
스물 몇 해의 긴 세월
한결같이 나의 '곁'이 되어 준
참 고마운 당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길 위에서 / 이정하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 용혜원
가슴에 새겨진
너의 흔적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삶의 길은
언제나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움으로 수놓는 길
이 길은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도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다
이 지상에서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길
늘 가고 싶고 가고싶은 길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는 혼자였다 / 천상병
거짓말 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져 왔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
이야기하고...
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길 위에서 /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서리고 있다
나에게 길이 있었다 / 박상순
그 길에 서 있는 모자 쓴 사람,
가방을 든 사람,
눈이 큰 사람,
키가 큰 사람,
멜빵을 멘 사람,
그 사람들이 뭉쳐서 하나가 된 사람.
뭉쳐진 사람들 사이에서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다시 가방을 든 사람,
눈이 큰 사람,
키가 큰 사람
새로 산 구두를 쭈그려 신은 사람.
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길 위에
또 보이는 사람
새로 나온 사람,
새로 뭉쳐진 사람,
다시 또 부스러기처럼 떨어진 사람,
그 길에 서 있는 모자 쓴 사람.
길이 끝난 곳에서
그가 지나온 길을 색종이처럼 동그랗게 말아놓고 사라지던 사람,
멜빵을 멘 사람,
빈 상자를 닮은 사람,
눈이 큰 사람을 닮은 사람,
키가 큰 사람을 닮은 사람,
사람을 멘 사람,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던 사람.
바람에도 길은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철길 / 도경원
굳이
만남이 없으면 어떠랴
혼자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내가 있어 네가 있듯이
네가 없으면
나조차 없는 것을
만남이 없으면 어떠랴
만남은 결국
이별을 안겨 주는 것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더는 갈 수 없는 그곳까지
한 번의 포옹마저
없으면 또 어떠랴
나는 네 곁에
너는 내 곁에
늘 같이 있다는
그것만으로 행복한 것을...
비가 내리면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싶다 / 이효녕
오늘처럼 비가 내려
갑자기 마음이 외로워지면
누군가를 불러내어
내리는 빗물처럼 흘러
누군가에 연인이 되어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다
노란색 우산을 나란히 쓰고
빗물에 젖은 꽃잎을 바라보며 걷다가
언제나 싱싱한 꽃잎으로
남을 그런 사랑이면 좋겠다
마냥 빗길을 걸어
풋내음이 자욱한 싱그런 녹음 속에
마루 한 칸 세들어
도란도란 사랑의 이야기 나누면서
먹구름이 낀 가슴 모두 씻어내고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 채우고 싶다
만나면 실개천에서 들려오는
맑은 실로폰 같은 목소리로
사랑의 말을 전해주고
노란 우산속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서로 바싹 거리를 걸어가면서
열정의 화살을 당기는
물이 바래지 않는 사랑이고 싶다
가슴이 송송 뚫리기 전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훗날 추억이
아름다운 사랑이면 더욱 좋겠다
사라져 가는 기찻길 위에 / 나태주
사라져 가는
기찻길 위에
내가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하늘길 위에
그대 있습니다
멀리 있어서
정다운 이여,
사라짐으로 우리는
비로소 아름답고
떠나감으로 우리는
비로소 참답습니다.
기찻길 / 양혜선
아무런 말도 없이
스쳐 가는 바람이라도
나란히 있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까이 가고파도
다가설 수 없고
애써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마주 보며
함께 가는 길
돌아서서 보면
한 치 오차도 없이 달려온 길
서로 바라볼 수 있어
행복했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운,
먼 훗날, 소실점 끝에서라도
한 점이 될 수 있어
설레는 가슴이
이렇게 뜨거울 수가 없다
마음의 간격 / 홍수희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비 오는 날 / 양성우
둥지 없는 작은 새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나비들은.
잠자리, 풍뎅이, 쇠똥구리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그리고 이름 모를 풀꽃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칠줄 모르고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문득 헤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 /배은미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
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 내리며 울어야 했을 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짚시처럼
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달 동안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
그립다는 것이
그래서 아프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 모질게 내 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그나마 사랑했기에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마저 없었을 땐
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 안도현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
철길을 따라가 보아라
철길은 절대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꺾지 않는다.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을 다 둘러본 뒤에 천천히
둥글게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커브를 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도 그렇게 철길을 닮아가라.
철길 /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뒷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에서
철길을 버리며 / 강현옥
기차가 떠났다
버리고 간
그림자만 서 있다
아니 몇 발짝 기차를 따라
움직이다가 철길 버리고
돌아서는 경험을 한다
기차의 엉덩이가
시선 속에서 작아지고 있을 때
기차의 토악질 소리에
더욱 깊어진 주름을
안고 오늘은
철길 따라 핀
사루비아 붉게 다문 입을 열고
서러운 내 속살이 조금씩
태워지듯 내 이별이 사라지고 있다
기다려야지 / 유경환
꽃씨 안이 궁금해
쪼개 보기엔
너무 작고 딱딱해
꽃씨 안이 궁금해
귀에 대고 들어보지만
숨소리도 없어
꽃씨 안이 궁금해
코에 대고 맡아보지만
냄새도 없어
궁금해도 기다려야지
꽃씨만 아니야
기다려야 할 건 참고 기다려야지
나는 사랑이었네라 / 권국명
나는 피였네라,
처음은 다만 붉음만이었다가
다음은 조금씩 풀리는
아픔이었다가,
석남꽃 허리에 아픔이었다가,
이 어지러운 햇살 속에
핏줄 터져 황홀히 흘리는
피였네라,
내 피는 남산을 적시고
남산과 대천세계를 적시고
그래도 죽지 않는 더운 사랑이었네라.
사랑했던 날보다 / 이정하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이별 이후/ 문정희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넣는 일이다
나 슬픈 것은
옛날 그 사람 되어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물방울-말 / 정현종
나무에서 물방울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나무가 말을 거는 것이다
나는 미소로 대답하며 지나간다
말을 거는 것들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물방울-말은 처음이다
내 미소-물방울도 처음이다
☞ 이것으로 봄비 내리는 날에 구로 항동철길과 서울푸른수목원을 다녀오다를 마친다.
'▣서울 도보여행 후기☞ > ☆ 서울곳곳을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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