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땡땡거리
땡땡… 땡땡… 땡땡… 두 개의 기찻길 옆 잠시 멈춰있는 시간들
한강대로로 가는 큰길에서 몇 골목만 들어서면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빌딩 숲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쫓기듯 살다가 잠시 멈춰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1970~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곳, 서울 용산구 이촌로 29길.
'땡땡거리'라고 불리는 서부이촌동 동네 풍경이다.
서울 용산 땡땡거리
'땡땡'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늘을 쳐다보던 안전 바가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 즈음 저 멀리서 기차가 느린 속도로 들어온다.
어린 손자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던 할아버지도, 바삐 가던 차들도 멈춰 선다.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 안으로 또 다른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피곤함에 눈을 붙이는 등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저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질 때쯤 안전 바가 다시 허공으로 올라가고,
잠시 숨을 고르던 사람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1970~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곳, 서울 용산구 이촌로 29길.
'땡땡거리'라고 불리는 서부이촌동 동네 풍경이다.
‘땡땡거리’에 있다 보면 1970년대와 21세기 서울이 마주하는 교차점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성인 여자 키만 한 집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 주민들은 서로 안부를 먼저 묻는다.
기차가 지나는 길목에서 바라보는 고층 건물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정(情)과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땡땡거리'는 용산역에서 나와 한강대로21가길을 지나쳐 이촌로 29길로 들어서야 한다.
역과는 15분 남짓한 거리다.
한강대로로 가는 큰길에서 몇 골목만 들어서면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길갓집 담의 높이는 성인 여자 키만 하고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길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다.
'땡땡거리'의 시작은 백빈건널목이다.
'백빈'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궁에서 퇴직한 백씨 성을 가진 빈(嬪)이 건널목 뒤쪽에 있는 골목길에
한옥 기와집을 짓고 살았고 이 길로 행차했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경원선과 경부선을 이어주는 용산삼각선이 지나는 곳으로 중앙선·경춘선, 화물열차 등 하루 300여 대의 기차·지하철이 지나간다.
이곳을 기점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무인 건널목은 '삼각백빈건널목'이라 부른다.
백빈건널목에서 시작되는 '땡땡거리'는 삼각백빈건널목을 지나치면 나타나는 큰길에서 끝이 난다.
거리의 명칭은 '땡땡' 소리를 내는 기찻길 건널목 신호음에서부터 따왔다.
‘땡땡거리’의 터줏대감 용산방앗간(왼쪽)과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와 DVD가 잔뜩 쌓여 있는 ‘기찻길주점’. 1970~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세련되고 예쁜 장소'는 없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지나온 세월만큼 외관이 낡은 건물이 많다.
그러나 아늑하다.
빌딩 숲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쫓기듯 살다가 잠시 멈춰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민들의 구수한 옛정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는 대신 서로 안부를 물었다.
백빈건널목을 지키는 건널목 경비 송재홍씨는 "동네가 작은 만큼 서로서로 다 안다"고 했다.
40년 동안 용산방앗간을 운영해온 박장운(60)씨는
"도둑 없고 인심 좋은, 옛날 사람들의 정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바뀐 게 있다면 흙길이 아스팔트 길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해가 어둑해진 야심한 시간에도 기차와 지하철은 멈출 줄 모르고 지나길 반복했다.
사람들은 낮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기찻길 너머 환히 불을 밝히고 있는 고층 건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모든 게 빨리 변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1970년대를 떠나 다시 21세기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가게 안에 울려 퍼지던 김광석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너무 쉽게 변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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