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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땡땡거리 / 이해원 詩

by 맥가이버 Macgyver 2018. 11. 29.



땡땡거리 / 이해원 詩


하얀 깃발이 부르면 전동차는 서둘러 달려온다
차단기가 몸을 눕힐 때 철컥 풍경도 잘려나간다

   

용산역과 이촌동 사이를 휘돌아나가는 중앙선
이곳에서 전동차는 곡선으로 휘어진 제 꼬리를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호흡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백빈건널목
1톤 트럭의 확성기 소리도 번번이 허리가 두 동강나고
담장 아래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도 허물어지는 동네
사람들은 소란한 종소리를 귀에 걸고 산다

 

철길 옆 옛날떡집
뿌연 백열등 아래 마주앉은 노부부
땡땡 소리 오고 갈 때도
바람떡 입에 물고 바람이 된 막내아들 소식만은 건너 오라고
철길 같은 두 줄 가래떡을 길게 뽑아낸다

 

철길 허리가 잠시 이어진다 
팔당에서 바람을 쐬고 자정에 돌아오는 지하철
땡땡땡땡 붉은 종소리
피곤한 동네가 귀를 막고 꿈 쪽으로 돌아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