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광화문광장에서 참나무 6형제 구분하기
<164회> ‘상굴·졸갈·신떡’
고향 동네 근처 야산에는 큰 상수리나무가 있었다.
한여름 이 나무엔 풍뎅이들이 잔뜩 모였다. 운이 좋으면 등이 금빛으로 빛나는 황금풍뎅이, 뿔이 특이하게 생긴 사슴벌레도 잡을 수 있었다.
필자는 지금도 상큼한 듯 하면서도 썩는 내가 살짝 섞인 참나무 수액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산길을 가다 그 냄새가 나면 혹시라도 풍뎅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지난 8월 재개장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걷다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를 적지 않게 심어놓은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쪽은 참나무 숲이라고 할만할 정도다.
보통 도심에 참나무를 심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에 도전해 보았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벌써 고사한 참나무도 있지만 계속 시도해볼만할 것 같다.
우선 ‘참나무’라는 종은 따로 없다.
참나무는 어느 한 나무를 지칭하지 않고 참나무 종류를 모두 아우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고,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등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인 것과 마찬가지다.
참나무는 영어로 오크(oak)여서 ‘오크밸리’ 같은 지명이 있다.
산에서 볼 수 있는 참나무는 마을 근처에 흔한 상수리나무, 나무껍질로 굴피집을 짓는 굴참나무, 잎이 무리 중 가장 작은 졸참나무, 늦가을까지 황갈색 단풍이 멋진 갈참나무, 옛날에 잎사귀를 짚신 밑바닥에 깔창 대신 썼다는 신갈나무, 잎으로 떡을 싸서 쪄 먹었다는 떡갈나무 등 6형제가 있다.
이 6형제는 보통 잎과 도토리로 구분하는데, 요즘이 잎과 열매를 함께 보면서 6형제를 구분하기 좋은 시기다.
참나무 6형제는 ‘상·굴, 졸·갈, 신·떡’으로 둘씩 짝지어 기억하는 것이 좋다.
먼저 ‘상·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잎은 밤나무 잎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둘 다 잎 가장자리에 가시 모양의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상수리나무 잎은 폭이 좁고 잎끝이 더 뾰족한 반면, 굴참나무 잎은 상대적으로 넓고 잎끝이 둔한 편이다. 그래도 헷갈릴 경우 굴참나무 잎은 뒷면이 회백색이라 앞면과 확실한 대비를 이루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 잎은 밤나무 잎 비슷하게 생겼지만, 상수리나무 잎 톱니는 엽록소가 없어서 노랗게 보이는 반면 밤나무 잎 톱니는 엽록소가 있어서 녹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도토리를 감싸는 깍정이가 긴 돌기 모양의 비늘잎(털)으로 감싸여 있는데, 상수리나무보다 굴참나무가 더 많이 덮여 있다.
나머지 ‘졸·갈, 신·떡’ 나무 잎은 넓죽한 편이다. 그 중에서 ‘졸·갈’은 잎자루가 길고 ‘신·떡’은 잎자루가 없거나 아주 짧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상굴, 졸갈, 신떡’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
졸참나무 잎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이지만 갈참나무 잎 가장자리는 신갈·떡갈 나무처럼 물결 모양이다. 또 갈참나무 잎은 굴참나무 잎처럼 뒷면이 회백색이니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요즘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도토리를 보면 신갈나무는 깍정이에 비늘잎(털)이 없고 떡갈나무는 깍정이에 비늘잎(털)이 많기 때문이다. 잎 뒷면, 특히 주맥에 털이 있는지 보는 것도 두 나무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다.
신갈나무는 주맥에 털이 없고 떡갈나무는 있다. 물론 잎 가장자리 물결을 보고도 구분할 수 있는데 떡갈나무 잎이 더 큰 물결이다. 신갈나무는 우리 숲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참나무인데, 우리 숲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깍정이에 비늘잎(털)이 많이 난 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떡갈나무이고, 밋밋한 것은 신갈나무나 졸참나무·갈참나무 등이다. 특히 졸참나무 열매는 길쭉해서 구분이 쉬운 편이다.
광화문광장엔 비교적 큰 참나무를 심어놓았다. 열매 달린 모습을 보기가 수월치 않은데, 그렇다면 서울역 옆 서울로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그곳엔 참나무 6형제는 물론 대왕참나무까지 모아서 심어 놓았다.
김민철 논설위원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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