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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충청 도보후기☞/☆ 춘천 의암호 일주

[스크랩] 12월 9일 맥가이버 대장님과 함께 한 의암호 50Km 도보일주..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12. 12.
 

지난 강화 100KM 도보일주 후기를 읽으며 님들의 발길 닿는 곳에서 담겨진 그 아름다운 영상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노을이 퍼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 벌건 희열 속으로 이미 내 마음을 풍덩 빠뜨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다리던 맥가이버 대장님의 도보일주 공지가 드디어 올려졌다. 그것도 낭만이 곳곳에 배어있고 춘마로 한 계절은 삶의 역동이 숨쉬는 곳, 의암호 50Km 일주로...

그렇게 기다리던 의암호 50Km 도보일주 공지를 보고 설레이면서도 한편 두려움으로 신청을 했다.

비 내리는 새벽  옆지기가 걱정하며 챙겨준 가방을 둘러메고 송내역에서 전철을 탔다. 함께 하는 분들 중에 왕언니만 소래산 야등에서 한번 뵌 분이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처음 만나는  분들인데... 게다가 모두 어르신들이고 한별이 제일 막내다. 이런 저런 걱정과 설레임으로 빗방울 뿌리는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인데도 저마다 무슨 사연들을 지고 기차를 타려는지 청량리역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가벼운 눈인사와 담소로 역 안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12시간 도보일주의 대장정을  시작할 강촌으로 우리를 태운 기차는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달리는 경춘선 기차에 앉아 오늘 함께 하실 산우님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고 나니 서먹거림도 잠시...  이제 의자를 돌려 얼굴을 맞대고 앉자 오랜 지인처럼 편안하고 정겨워졌다.

 기차가 몇 개의 역을 지나쳤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산등성이에 하얀 쌀가루 같은 눈꽃이 피어있었다. 산자락 나즈막한 곳부터 눈꽃 핀 산을 휘감고 도는 운무는 우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렇게 우리를 강촌역에 내려준 기차는 춘천을 향해 계속 달려가고 강촌역에 내린 우리는   12시간의 도보일주를 멋지게 완주해 내겠다는 듯한 의지를 담고 사진 촬영을 한 후 아직은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

 

 

 강촌역에서 다리를 건너 강줄기를 따라 나즈막하게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다행히 새벽녁 내리던 비는 멈춰있었고  물빛을 머금은 촉촉한 공기는 상쾌한 강바람과 함께 우리를 반겨주었다. 간단히 닉소개를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늘의 가장 편안한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가 약 12시간 후에 다시 이곳을 지나칠 때 그 고통은 생각도 못한 채...

 흐르는 강줄기가 손가락 끝에 느껴질 만큼 가까이 걸으며 강가에 뿌리박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를 보았다. 잎새 떨어진 겨울 나뭇가지에는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나는 “물꽃”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때 대장님은 물방울이 울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음~ 그런 것도 같았지만 설레임으로 시작한 도보 첫걸음이라 그런지 아직은 내게 꽃으로 보였다. 대장님은 “음~그럼 水花네~”라고 말씀하셨다.  

새벽 내내 내린 빗방울과 스쳐간 운무와  이 길을 스친 사람들의 눈물도 담겨서 핀 꽃... 내게는 꽃으로 보였다. 가지 끝에 피어있는 물꽃을 마음에 담은 채 아직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름다웠다. 눈길 닿는 곳마다 마음 깊숙이 아름다움으로 밀려오는 산빛과 강, 그리고 하늘과 구름... 그 두근거림과 조심스러움.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의암댐에 도착했다. 하얀 눈꽃이 핀 산자락 아래로  하얀 아취 창이 뚫린 터널이 멀리 보였다. 노을벗님의 설명이 있었다. 춘천 마라톤을 할 때 마라토너들이 저 터널을 소리를 지르며 지나친다고. 순간 내가 알고 있는 꼬맹이들이 생각났다. 터널을 지나면 꼭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과 음~ 저곳을 달리는 마라토너들이 찾고 싶은 동심... 털어내고 싶은 세상의 짐들을 심장의 격렬한 요동 속에 소리로 질러내어 저 의암호수 속에 잠수시켜버렸을지도 모를 그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의암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저 앞의 산빛은 정겨웠다. 산자락에 하얀 쌀가루를 뿌려놓고 백설기를 찌는 듯하였다. 김이 모락모락 운무로 피어오르는 듯 산은 마치 큰 떡시루 같았다.

  의암댐에서 나는 온 힘을 다하여 마음의 창을 열었다. 저 잔잔한 호수의 물을 다 담고 싶었다. 겨울 빛이 담겨진 산자락이 구름빛인지 물빛인지 분간도 안 되는 의암호수에 잔잔히 잠겨있었다.  멀리 낯익은 중도유원지가 보이고 우리가 지나치는 길가에 가까이 있는 작은 섬이 붕어섬이란 설명을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저 큰 호수를 마음 가득히 담고  그리운 날이면 가끔  꺼내어 물빛도 맡아보고 싶었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오르며 언덕에 가로수로 심어놓은 키 작은 나무들이 보였다. 봄빛 화사한 날에 노랗게 이 아름다운 길을 수놓을 개나리였다. 성미 급한 개나리 꽃 두어 송이가 겨울바람 속에서 노란 별빛같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마치 내가 저를 보고 웃어주고 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노랑국화님은 사진을 찍으시며 연신 “너무 예뻐요. 수묵화 같아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의암호는 정말 잘 그려진 수묵화였다.  의암호에 담고 있는 작은 섬들. 거기에 농묵을 찍어 나무줄기를 죽죽 그리고 뿌연 물빛 여백일랑 큰 붓을 저 의암호수에 풍덩 담궜다가 꺼내 흐르듯이 칠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늘과 물이 맞닿아 있는 경계되지 않은 수평선과  하늘과 구름이 구분되지 않았던 그 날의 하늘빛, 그 두툼한 잿빛을 그려보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는 동안 기분좋은 미풍이 머리카락과 볼을 어루만졌다. 강줄기가 보이지 않는 정겨운 동네들을 지나쳤다.   길가 논에는 가을걷이한  볏짚들이 풍요롭게  쌓여 있었고 어느 집 담장밖에는 발그레한 감이 연시가 되어 우리의 눈빛을 머무르게 했다. 주인이 인심이 좋아서 까치밥을 많이 남겨두었는지, 아니면 지나가는 나그네들 맛난 눈요기라도 하라고 그냥 두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감 한 꼭지 마음으로 따서 깊이 간직한 채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막국수 집에서 막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따뜻한 메밀차로 차가운 몸을 녹였다. 오순도순 오가는 정겨움을 마음에 담고 일어나니 활력이 넘치는 듯 했다. 이 에너지로 우리는 다시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걷는 길가 여기저기에는 너른 밭이 있었다. 밭에는 잘 자란 배추와 무, 파들이 수확하지 않은 채로 심겨져 있었다. 가을걷이를 포기한 농민들의 아픈 마음이 배어있는 밭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산우님들은 안타까움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 걷고 걸어 춘천댐이 보이는 길목에 다다랐다.  여기서 간식을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고 이제 곱게 산빛을 담고 있는 잔잔한 호수를 눈에 담으며 다리를 건넜다.

 

 

 

   

  아직 반을 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제 춘천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을 따라가기에 좀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순간순간 보이는 가지 곱게 빗은 나목과 흔들리는 풀, 하늘 가득한 구름과 볼가에 스치는 바람과 속삭일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여유도 잠시... 대장님과 산자연님이 걷는 동안 몇 번을 뿌려준 에어파스로도 장딴지와 허벅지의 통증이 이제 잘 가셔지지가 않았다. 그러며 도달한 휴게실에서 님들이 화장실 간 사이에 그래도 대장님 렌즈에 찍히는 풍경을 뒤로 하고 사진을 한 장 찍고... 

    

  이제 춘천 시내가 가까워졌다. 사방에는 어두움이 살그머니 내려와 앉았다. 모두 나 때문에 걱정이 되는 듯 밤빛보다 더 어두운 얼굴빛을 보았다.  너무 느리기도 하고 힘들어 보이기도 해서인지... 이렇게 가다가는 10시 2분 강촌에서 기차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 앞서던 분들이 버스정류장에 모두 기다렸고...  대장님이 말씀하셨다.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까 본인의 의지가 강촌까지 함께 갈수 있으면 가고 본인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갈 수 없으면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고. 울고 싶었다. 어떻게 결정하기도 힘이 들었다. 여기서 멈추어서 대장님의 공지에 누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강촌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도 없었다. 예까지 온 아픈 하루가 물거품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아니 내 평생에 마지막으로 걸을지도 모를 이 길을 여기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시는지 대장님은 몇 번 강조를 하셨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충분히 걸을 수 있다고. 그 순간 난 대장님을 믿고 싶었다. ‘포기하지 마라’ 대장님이 생각한 그 불굴의 의지 속에 내가 놓여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계속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더 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마음만 빨라졌지 다리의 통증은 더해만 갔다.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다리를 건너서 있는 쉼터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가로등 불빛에 흔들리며 흐르는 소양강 물결을 바라보았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양강 처녀 노래가 왠지 구슬프게 들려왔다.

 

  조금을 더 걷자 춘천마라톤 37.5Km공인 지점 푯말이 보였다. 아! 예서부터가 마라토너들의 죽음의 구간이라는 곳인가?  옆지기가 지난 번 춘마때 죽을 힘을 다해 몰아쉬었을 호흡을 느껴보며 계속 걸었다. 잠시 후 우리는 자전거 길로 들어섰다. 공지천과 연결된 자전거 길에는 붉은 가로등빛이 공지천 물결 위에 번져 있었다. 자전거 길에서 잠시 쉬는 동안 난 지혜님이 주신 진통제 두 알을 삼켰다. 여간해서 약을 먹지 않던 나였지만 어둠속에 밀려오는 혹시 늦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진통제를 삼키게 했다. 약과 함께 받아마신 지혜님의 생수는 너무나 달큼하게 혀끝에서 약을 녹였다. 이제 아픔이 느껴지지 않으리라. 이제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가리라. 내 안의 내게 속삭여 주었다. 잠시 동안은 약기운때문인지 별로 아픈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걸음은 좀체  빨라지지 않았다. 지혜님의 격려와 도움에 한참을 가다가 이제 불빛도 없는 어두운 길을 돌아 김유정 문인비를 옆으로 스치며 지나갈 즈음에는 몸이 발을 끌고 가는지 발이 몸을 끌고 가는지도 모르게 걸었다.

 

   이즈음이 오전에 의암댐을 스치며 바라봤던 운무에 쌓였던 그 산자락인 것 같았는데... 이 길을 이렇게 아픈 발로 내딛을 줄이야... 멀리 어두운 산빛을 바라보았다. 산등성이 위로 별 하나가 구름사이에서 반짝거렸다. 모두들 한참 앞서가고 있었고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지만 내 뒤에는 계속 후미를 지켜주시는 산자연님과 대장님만 계시는 듯 했다. 의암댐 다리를 건너며 차가운 바람과 어두움에 가만 손을 내밀어봤다. 장갑을 끼지도 않은 손끝에 스치는 차가움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여기를 건넜으니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천근같은 발길을 그저 까만 어둠속에 맡긴 채 시간 속으로 흘러가버렸다.

 

  오늘 아침 희망을 안고 걸었던 길이 저 아래 있는데, 지금 걷고 있는 이 높은 길은 왜 이리도 길고 아무리 걸어도 짧아지지 않는지... 그래도 지루한 어둠과 쌀쌀함 속에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 살아있다는 것은 느끼는 거야.’ 라고 내게 위로의 한 마디를 나누고 북한강 물줄기 배어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이제 한 달음에 뛰면 닿을 것 같은 강촌역 다리에 다다랐다. 그렇지만 내 다리는 이제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절룩거리며 겨우 다리를 건너 강촌역사에 들어갔다.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잠시 몸을 녹이고  기차를 타러 밖으로 나왔다. 강촌역 다리 너머로 노란 쪽배 같은 하현반달이 떠올라 있었다. 기차를 놓칠까봐 달빛에게 인사도 못한 채 다리를 질질 끌어 겨우 기차에 올라탔다. 청량리역에 내려 옆지기가 기다리는 찻길까지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길은 오늘 12시간 걸었던 길만큼이나 멀었다. 나를 태운 자동차가 출발할 때는 이미 새로운 날이 되어있었다. 

 

  강촌에서 의암호와 춘천댐을 지나 소양강줄기를 따라 다시 강촌까지 다다른 기억을 재방문하는 이 밤도 밤빛에 잔물결 일렁이던 의암호수가 마음에 떠오른다 . 이토록 그날 밤빛이 그리운 것을 보니 내 마음에 호수를 다 담지 못하고 아마도 내 마음 한조각을 빠뜨려 버리고 온 것 같다. 또 하나의 그리움으로 간직된 내 보물같은 추억... 의암호 도보 50Km.  나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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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가이버 대장님께서 포기하지 않고 따뜻한 격려로 끝까지 이끌어주신 덕분에 한별이는 소중한 보물하나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겪은 통과의례라고 해주신 말씀은 마음에 새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 때문에 혹시 종주를 못하게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택시번호를 기록해두셨다는 말씀이 너무나 가슴에 사무쳤답니다.  시작부터 도착까지 후미에서 돌봐주신 산자연님, 너무 감사하구요. 노란국화님, 꿈찾기님, 지혜님, 왕언니님. 정겹게 도와주신 따뜻한 온정 감사드려요. 여러 가지 설명으로 친절하게 춘천을 설명해주신 청목님, 군데군데 마라톤 코스를 설명해주셔서 도보에 도움을 주신 노을벗님, 묵묵히 앞서주신 강촌님, 도선님, 군데군데 사진을 찍어주신 피리님, 저와 함께 마지막 다리를 건너주신 마린님, 그리고 저희들의 도보완주를 기원하고 염려해주신 모든 산우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출처 : 4050아름다운산
글쓴이 : 한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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