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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홀로 서기(1) / 서정윤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2. 8.
 
 
▒  홀로 서기(1) / 서정윤  ▒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위 사진은 2007년 1월 18일(목) 원주 치악산 산행 時
'비로봉'을 오르다가 '상고대' 터널을 지나며 찍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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