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만남의 신비 - 김영무(1944~2001) 떠돌이 빗방울들 연잎을 만나 진주알 되었다 나의 연잎은 어디 계신가, 나는 누구의 연잎일 수 있을까 |
연잎 위의 물방울은 진주알을 닮았다.
스며들지도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물방울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잔뜩 오므린 연잎을 떠나지 않는다.
연잎은 물방울을 품어 안았지만 그 사이에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물방울은 연잎에게, 연잎은 물방울에게 영원한 타자다. 그래서 신비롭다.
물을 끌어들이지 않는 연잎의 특징을 소수성(疏水性)이라 한다.
잎 표면의 솜털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실은 길쭉이 올라온 잎자루의 보이지 않는 진동 때문이다.
물은 잎을 적시지 않고, 잎은 물을 깨뜨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꼭 이와 같지 싶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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