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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 눈꽃산행ㅣ지리산] 해발 1,700m대 특유의 화려한 눈꽃 만발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1. 11.
[신년 특집 눈꽃산행ㅣ지리산] 해발 1,700m대 특유의 화려한 눈꽃 만발
 
  • 글·안중국 편집장
  • 사진·김영훈 
 
폭설 내리거나 안개바람 불면 절경 연출

중산리에서 장터목으로 올라 하룻밤 잔 뒤 천왕봉에 올랐다가 다시 중산리로 내려오는 천왕봉 원점회귀 산행로에는 지리산의 핵심만을 슬쩍 빼내어 맛보는 듯한 쾌감이 있다. 지리산의 그 육중한 덩치로 보아 능선까지 오르는 수고로움이 뜻밖으로 적고, 3대에 걸친 덕을 강조할 만큼 뛰어나다는 천왕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법계사 길의 발걸음 또한 유유자적이다.

해가 짧은 한겨울철이고 출발지가 서울이어도 1박2일이면 설화 풍경에 섬진강 노을 탐승까지 곁들이는 여정이 가능하다. 다만 폭설이 내리면 산릉 위의 설경은 좋아지되 산행 기점까지 다가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결 늘어남을 감안하고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 물론 장터목에서 1박 하는 일정이어야 무리가 없으며, 무엇보다 설화나 상고대 풍광을 보려면 장터목대피소 1박은 필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 할 때 안개 바람이 지붕을 잡아 흔들며 밤새 잠을 설치게 한다면 행복해할 것. 다음날 필경 몰아의 기쁨으로 이끄는 상고대 풍광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중의 흰 산호천국 같은 설화터널들에 발길이 묶이곤 하여, 천왕봉까지 오르는 데는 평소 40분보다 몇 배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탐방지원센터 안으로 들어 찻길을 따라 100여 m 오르면 왼쪽으로 커다란 네온 안내판 옆으로 천왕봉과 장터목 오름길목이 나온다. 이 길로 접어들면 이내 지리산다운 깊은 분위기의 산길로 바뀐다. 바윗덩이들 위로 둥글둥글 부드러운 굴곡을 이룬 두툼한 눈밭에 쏟아지는 햇살, 눈 위로 고개를 내민 산죽의 짙푸른 이파리들로 산록의 분위기는 투명하고 밝다.


 
▲ 지리산 천왕봉 오름길의 설화터널.
중산리~장터목~천왕봉~중산리의 역세모꼴 길을 1박2일로 돌아오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지점은 칼바위에 이어 출렁다리를 지나자마자 왼쪽 유암폭포 계곡길 초입이다. 마치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샛길 같은 인상이어서 그냥 무심히 지나치게 되기 쉽다.

유암폭포계곡은 과거 폭우로 심하게 상처를 입었지만 대개 한겨울에는 적설로 상채기들이 모두 가려진다. 사태가 휩쓸며 개활지처럼 넓어진 계곡을 우측으로 건너면 곧 넓적하게 얼어붙은 유암폭포가 길 아래로 내려다뵌다. 이 구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한다. 장터목 전에는 아이젠을 차지 않으면 발이 죽죽 미끄러질 만큼 급경사로 변한다.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 하고 난 다음날 아침 안개바람이 심하다면 정오까지는 맑기를 기다려 본다. 천왕봉 정상 지나 중산리까지 하산하는 데는 5시간 정도면 충분하거니와, 혹여 하늘이 맑아지면 천하에 둘도 없는 설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 나쁘면 장터목대피소에서 기다릴 것

상고대로 치장한 지리산의 겨울 나목들은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주장하는 듯하다. 지속되는 시간의 길이를 따지지 않는다면 사계를 통틀어 이곳의 나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빼어난 색과 자태라 할 수 있다. 눈이 내리는 대로 소복이 쌓인 것인 설화와 달리 상고대는 바람이 불며 나뭇가지에 눈가루가 들러붙은 것이라 무늬가 한결 다양하다. 장터목~천왕봉 구간은 고도가 높고 바람이 심한 만큼 이 상고대와 설화가 고루 섞이며 만발하기 마련이다.

고사목 지대 중간 전망대에 올라서면 감청색으로 겹겹을 이룬 먼 산릉들과 어울린 상고대 풍광 속에 또한 한동안 발길을 잡힌다. 나뭇가지들에서 부풀어오른 듯 소담스레 상고대 덩이들로 장식된 숲터널들과 통천문을 지나면 오래지 않아 냉기를 옷속까지 스며들게 하는 북서풍이 매서운, 나무 한 그루 없는 정상 능선이다. 바람이 세어서 눈이 쌓일 겨를 없이 날리고 검은 바위지대라 곧잘 녹는 탓에 정상부엔 눈이 거의 없다.

로타리대피소 방향의 천왕봉 남사면은 햇살이 따스한 비탈이라 상고대나 설화가 금방 녹아내린다. 햇살에 녹아내린 눈이 아이젠 바닥에 공처럼 뭉쳐져 간혹 발이 주욱 미끄러지게 한다.

중산리~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에 이르는 역삼각형 탐승로는 총 산행 시간이 길게 잡아서 8~9시간이면 되는, 1박2일이면 느긋한 길이다. 서울에서 첫날 아침 8시경 서울 출발, 12시 중산리 도착, 중식 후 1시경 출발하면 늦어도 오후 5시경 장터목에 오를 수 있다. 이틀째는 오전 6시경 장터목대피소를 출발, 오전 7시경 일출을 보고 하산하면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에 중산리에 닿는다. 

가장 유의해야 할 일은 장터목대피소 예약이다. 주말 장터목대피소에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한 달쯤 여유를 두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만 예약이 된다.

또한 장터목이나 로타리, 치밭목대피소에 가서 자려면 일몰 전 도달이 가능한 시간 내에 탐방안내소를 지나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입산을 못 하게 한다.  문의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055-972-7785.

천왕봉 일출맞이는 주변의 장터목, 로타리, 치밭목 3개 대피소에서 자고 다음날 해야 한다. 당일산행으로 일출맞이는 극히 어렵다.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야간산행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출 2시간 전이 되어야 입산을 시키기 때문이다. 오전 7시에 해가 뜨면 오전 5시부터 입산을 허용하며, 중산리부터 천왕봉까지 2시간에 오르기란 마라톤 선수급이 아니곤 어렵다. 

교통 일단 진주까지 가서 중산리행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중산리 가는 버스가 하루 18회 운행. 1시간10분 소요. 중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는 1.5km 거리에 20분 걸린다.

숙식(지역번호 055) 중산리 두류동 탐방지원센터 앞 2층 건물에 1층은 식당, 2층은 민박을 하는 천왕봉의집(972-1155), 산꾼의집(972-1212), 용궁산장(973-8646) 등 업소가 있다. 산채비빔밥, 찌개백반 등을 하며, 상가에 매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