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방송·신문 등 잘못 쓰이는 한자어
'경비원의 애환' 보도한 방송 기사, 슬픔·기쁨 아우르는 '애환' 오용해
'염두에 두다','염두하다'로 쓰기도
'경비원의 애환' 보도한 방송 기사, 슬픔·기쁨 아우르는 '애환' 오용해
'염두에 두다','염두하다'로 쓰기도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자,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현실을 취재한 뉴스 기사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방송 기사는 〈'을(乙)'도 아닌 '병(丙)'… 경비원의 애환〉이란 제목을 달았다. '애환(哀歡)'이란 '슬픔(애·哀)과 기쁨(환·歡)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기사 어디에도 경비원의 '기쁨'에 관한 내용은 없다. '애환'이란 한자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런 제목이 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한글 세대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한자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문, 방송, 통신사, 인터넷 뉴스 등 '언어'를 쓰는 분야에서조차 '한자 문맹'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옷차림도 비슷해?
용어의 한자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탓에 뉴스 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잘못된 어휘로는 '유래(유례·類例의 잘못)없다' '막연(막역·莫逆의 잘못)한 사이' '환골탈퇴'(환골탈태·換骨奪胎의 잘못)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뿐 아니다. 얼마 전 한 방송 뉴스는 "경찰은 CCTV 속의 인물이 해당 인사와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옷차림도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인상착의(人相着衣)'의 뜻은 '사람의 생김새(인상·人相)와 옷차림(착의·着衣)'이기 때문에 '인상착의와 옷차림'이란 표현은 중언부언이다. 최근엔 각종 뉴스에서 '사전예약(事前豫約)'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예약'이란 말이 '미리(예·豫) 정한 약속(약·約)'이란 뜻이기 때문에 '사전'이란 말은 불필요하다. '사후예약'이란 표현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한글 세대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한자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문, 방송, 통신사, 인터넷 뉴스 등 '언어'를 쓰는 분야에서조차 '한자 문맹'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옷차림도 비슷해?
용어의 한자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탓에 뉴스 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잘못된 어휘로는 '유래(유례·類例의 잘못)없다' '막연(막역·莫逆의 잘못)한 사이' '환골탈퇴'(환골탈태·換骨奪胎의 잘못)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뿐 아니다. 얼마 전 한 방송 뉴스는 "경찰은 CCTV 속의 인물이 해당 인사와 인상착의는 물론이고 옷차림도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인상착의(人相着衣)'의 뜻은 '사람의 생김새(인상·人相)와 옷차림(착의·着衣)'이기 때문에 '인상착의와 옷차림'이란 표현은 중언부언이다. 최근엔 각종 뉴스에서 '사전예약(事前豫約)'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예약'이란 말이 '미리(예·豫) 정한 약속(약·約)'이란 뜻이기 때문에 '사전'이란 말은 불필요하다. '사후예약'이란 표현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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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사전에도 없는 동사(動詞)가 난데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금 문제를 염두해야 한다"는 문장에서 '염두하다'란 표현이 나온다. '염두(念頭)'는 '생각의 시초·첫머리' '마음속'이란 뜻으로, '염두에 두다(생각의 첫머리에 놓을 정도로 늘 중요하게 인식한다)'라는 표현은 있어도 '염두하다'라는 말은 없다.
원래 뜻과 다르게 쓰이는 용어도 있다. '전격적(電擊的)'이란 말은 '번개같이 급작스럽게 들이치는'이란 뜻으로 '갑자기' '돌연'과 비슷한 표현이다. 하지만 "차츰 내년이면 전격적으로 부회장 체제가 들어설 것이다" "올해 3분기에 전격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종종 나타난다. '전면적(全面的)'이란 말과 혼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명세(有名稅)'는 '유명하기 때문에 겪는 불편'을 세금에 비유한 부정적인 말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유명세를 떨쳤다"며 긍정적인 표현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연류' '6가원칙' '봉화직염' '서배'…
단어의 한자를 모르다 보니 발음이 비슷한 엉뚱한 표기가 기사에 버젓이 노출되기도 한다. "걸그룹 전 멤버가 마약 사건에 연류됐다고 전해졌다"는 한 인터넷 기사의 문장에서 '연류'는 무슨 뜻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연류(涓流·작은 흐름)'와 '연류(連類·하나의 무리를 이룬 동아리)'라는 두 단어가 등재돼 있지만, 이 문장에선 모두 뜻이 통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이란 뜻을 지닌 '연루(連累/緣累)'를 잘못 쓴 것이다.
전투화를 신은 군인에게서 잘 나타나는 세균성 피부 감염증인 '봉와직염(蜂窩織炎)'은 '벌집의 많은 방(봉와)처럼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지만, 많은 매체에서 '봉화직염'이나 '봉아직염'으로 잘못 쓰고 있다. '육하원칙(六何原則)'은 기사를 작성할 때 물어야 할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의 여섯 가지 원칙이지만, 이것을 '6가원칙'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유명 가수 등 연예인 서배는 물론…"이라고 쓴 사례도 있는데, 여기서 '서배'는 '섭외(涉外)'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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