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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심여(심혈을)를 기울였지만 숲으로(수포로) 돌아가서 찹찹해(착잡해)" "…뭐?"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11. 24.

[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심여(심혈을)를 기울였지만 숲으로(수포로) 돌아가서 찹찹해(착잡해)" "…뭐?"

  • 유석재 기자
  • [23] 들리는대로 마구 쓴다

    '주의' 환기… '주위'로 쓰고 '건투' 빈다… '권투'로 誤記

    "모든 게 숲으로 돌아갔다."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시험을 망쳤거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됐을 때 안타깝고 허무한 심정을 드러내는 말인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것은 '수포(水泡)로 돌아갔다', 즉 '물거품이 됐다'는 표현을 잘못 쓴 것이다. 젊은 세대가 한자(漢字)를 잘 모르고 들리는 대로 쓰다 보니, 발음이 비슷한 엉뚱한 표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주위 환기' '권투를 빈다'고?

    인터넷에선 "자기 말을 들어 달라며 사람들의 주위를 환기했다"는 표현이 뉴스 기사에서도 자주 보인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주위(周圍)를 환기(換氣)하라'는 말인 줄 알고 창문을 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것은 '주의(注意)를 환기(喚起)하다'를 잘못 쓴 것이다. '주의(注意)'가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해 기울임'이고 '환기(喚起)'는 '주의나 여론, 생각 등을 불러일으킴'이니 '관심을 집중시키다'는 뜻이다.

     

     

    "환자의 건강에 심여를 기울이세요"라는 문장도 인터넷에서 쉽게 눈에 띈다. 이는 '심혈(心血)을 기울이다'를 잘못 쓴 것이다. '심장의 피를 기울일 정도로 목적 달성을 위해 애써 노력하다'는 뜻이지만 한자를 모르면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다.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의 권투를 빈다." 단순 오타라고 믿고 싶지만, 한 정당 공보실이 워크숍 발언을 공개한 글 가운데 나오는 문장이다. "씩씩하게 잘 싸워나가길 빈다"는 뜻인 '건투(健鬪)를 빈다'를 잘못 쓴 '권투를 빈다'란 표현 역시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압건이다' '찹찹하다' '회개망칙'

    한 인터넷 뉴스는 "환상적 무대와 중독성 높은 음악이 압건이다"라고 썼다. '압건'이란 말은 당연히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란 뜻인 '압권(壓卷)'을 잘못 쓴 것이다.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이 찹찹하다" "아프고 찹찹하다"는 표현도 뉴스에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찹찹하다'의 뜻을 '마음이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가깝고 살뜰하다'로 풀이해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는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는 뜻인 '착잡(錯雜)하다'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임옥구비가 뚜렷하다" "회개망칙하다"는 표현은 각각 이목구비(耳目口鼻·귀와 눈과 입과 코)와 해괴망측(駭怪罔測·헤아릴 수 없이 괴상하고 야릇함)이란 말을 잘못 쓴 것이다. '역마살(驛馬煞·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을 '영맛살'로, '시말서(始末書)'를 '심한 일을 저지른 경우에 쓰는 문서'라고 생각해서'심할서'로 쓰는 경우도 있다.

    '발암물질(發癌物質)'을 '바람물질', '사생활침해(私生活侵害)'를 '사생활치매', '고정관념(固定觀念)'을 '고전관념', '무난(無難)하다'를 '문안하다', '연예인(演藝人)'을 '연애인', '폐해(弊害)'를 '폐혜', '훼손(毁損)'을 '회손'으로 쓰는 잘못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요즘 대학생이 내는 시험지나 리포트에도 이런 표현이 부지기수"라며 "한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대학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