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봄·봄·봄] [2] 길따라- 금오도 비렁길
- 한해 30만명 찾는 명품 길
3코스에는 동백꽃 터널길…
매봉전망대 올라서면 고흥 우주센터가 한눈에
사랑 이뤄진다는 비렁다리 "4~5월이 가장 걷기 좋아"
지난 5일 전남 여수 백야도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40분쯤이 지났을 무렵 에메랄드빛 바다 너머로 금오도(金鰲島)가 눈에 들어왔다. 우거진 숲이 멀리서 검게 보여 여수 사람들이 '거무섬'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섬 서남부에는 해발 80~100m의 해안 절벽(해안단구)이 형성돼 있다. 그 길이가 12㎞를 넘는다. 카페리가 종착점인 직포 선착장에 가까워지자 해안 절벽이 거대한 병풍처럼 눈앞으로 다가왔다. 승객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수 비렁길은 그 아찔한 절벽 위로 난 길이다. 인공으로 조성한 길이 아니라 섬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니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길이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다섯 개 코스에 총 18.5㎞
비렁길은 금오도 서쪽 함구미마을에서 동쪽 장지마을까지 서남부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다섯 코스(18.5㎞)로 구성돼 있다. 종주에는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여수시는 2012년 5월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앞둔 2010년 12월 1·2코스(8.5㎞)를 정비해 개방했고, 2012년 2월에는 3~5코스(10㎞)를 개통했다. 1·2코스는 완만해 걷기가 편하고, 3·4코스는 숲 그늘이 많아 더운 여름철에도 걸을 만하다. 5코스는 자갈이 많은 게 특징이다. 따로 조림을 하거나 길을 내지 않고 섬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던 길을 조금 손보고 그 위에 나무 데크를 놓아 연결했다. 여행객 편의를 위해 화장실 10곳과 전망대 8곳도 설치했다.
◇동백꽃 터널 걷는 비렁길 3코스
카페리가 정박하는 직포 선착장은 비렁길 3코스(3.5㎞)가 시작되는 곳이다. 수령 300세의 노송이 봄바람에 긴 가지를 흔들며 탐방객을 맞았다. 직포 선착장에서 학동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동백꽃 터널길로 유명하다. 동백나무 그늘 아래로 낙화한 동백꽃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최영선 여수문화관광 해설가는 "비렁길은 봄철인 4~5월이 가장 걷기가 좋다"고 했다.
30분쯤 동백숲 그늘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 보면 갈바람통 전망대에 도착한다. 90m 높이의 두 절벽 사이에 난 틈으로 솟구쳐 오른 바닷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바람은 벼랑 아래로 몸을 밀어내 듯 세차게 몰아쳤다.
이곳을 지나면 40여분간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매봉전망대에 올랐다. 지척에 고흥반도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보였다. '함께 걸어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는 비렁다리를 거쳐 학동마을에 닿자 비탈밭이 지천으로 펼쳐졌다. 밭에는 금오도 특산물인 방풍나물이 자라고 있다.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방풍나물은 전국 생산량의 83%가 금오도에서 나온다.
◇전국서 연간 30만명 이상 방문
금오도는 국내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다. 고려 말 이후 왜구 침입에 대비해 공도(空島) 정책이 실시돼 오다 1885년에야 이 정책이 폐기되면서 사람이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금오도는 한동안 갯바위 낚시꾼들 사이에만 알려진 곳이었다. 가끔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금오도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10년 말 비렁길이 개통되면서부터이다. 2010년 9만5000명이던 섬 관광객은 이듬해 31만9000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관광객은 33만2000명을 기록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비렁길은 다양한 식물의 군락을 관찰하면서 보석 같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명품 길"이라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교통편은
금오도는 여수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 교동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돌산읍 신기항 등 세 곳에서 배가 오간다.
●먹을거리는
섬에서는 방풍나물, 방풍간장게장을 비롯해 군부·따개비·배말·거북손·군소 등 갯바위 생물을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유의 향에 약간 신맛이 나는 방풍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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