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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덕풍계곡] - 깊고 깊은 산속 검은 물빛에 홀렸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6. 6. 2.

[삼척 덕풍계곡] 깊고 깊은 산속 검은 물빛에 홀렸다

척 덕풍계곡 가보니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 1용소.

높은 절벽에 가려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물빛이다. 깊은 산중에 숨어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심심산천(深深山川)이란 이곳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깊고 깊은 산속에 세차게 내가 흐른다.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이다.

20년 전(조선일보 1997년 6월 27일자) 이곳을 '한국의 오지'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사람 발길 닿기 어려운 산중이다.

골 깊은 응봉산(999m) 품 안에 숨어 있다.

주소는 삼척이지만 강원도 태백과 경북 울진에 더 가깝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 가까이 걸린다.

산행은 덕풍산장에서 시작한다.

덕풍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5㎞쯤 걷는다.

자동차로 갈 수도 있다. 산장까지 시멘트 도로가 이어진다.

앞에서 다른 차가 내려오면 아슬아슬 서로 비켜야 하는 외길이다.

계곡은 세 개의 용소(龍沼)를 품고 있다.

용소는 폭포물이 떨어져 아래에 웅덩이를 이룬 지형이다.

첫째 용소는 산장에서 2㎞ 떨어져 있다.

산길 계곡을 40분쯤 걸으면 나온다.

험한 절벽 바위 길이다.

가기 힘든 곳에는 철로 만든 다리와 계단을 설치했다.

절벽에 매단 밧줄을 잡고 힘겹게 걸음을 옮겨야 하는 구간도 있다.

높은 절벽 좁은 협곡에 폭포수가 쏟아지면서 깊은 웅덩이를 이뤘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검은 물빛이다.

폭포 위 바위에 서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늘이 절벽에 가려 해가 중천에 뜨는 짧은 시간만 용소를 비춘다.

절벽 꼭대기에는 커다란 벌집이 달려 있었다.

손바닥 반만 한 큰 나비가 검은 날개를 하늘거리며 난다.

이곳 주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1시간 더 걸으면 둘째 용소가 나온다. 더 높은 폭포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자갈이 물살에 밀려나 반원 형태 섬을 이뤘다.

첫째 용소가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운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자갈 섬에 편히 앉아 물장난을 할 수 있다.

잠깐 손을 담갔는데 손등이 이내 빨개졌다. 햇빛이 어디로 옮겨가든 높은 절벽이 만든 그늘이 생긴다.

서늘한 기운이 살갗에 닿는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서울 기온이 섭씨 30도라던 날이었다.

이곳에 발자국을 남긴 이는 얼마나 될까.

이런 절벽과 폭포가 있는 기경(奇景)에는 대개 예전 높으신 관리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곳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조선시대 서울에서 파견된 삼척부사 같은 나리들이 지역을 호령했어도 이곳까지 오지는 못했다.

전쟁도 피해간 곳이니 찾아올 수 없었던 것이다.

용소에 이름이 없는 것도 이곳이 오지라는 증거다.

편의적으로 1·2·3용소라고 숫자를 붙였다.

용소를 설명하는 표지 글도 없다. '사고 장소'라고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만 걸려 있었다.

하여 나 혼자 제멋대로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1

용소는 검은빛 물이 아득히 깊으니 '검은 물 용소(폭포)'라고 부르기로 한다.

2용소는 자갈 섬이 반달 모양을 이루고 있어 '반달 용소'라고 붙였다.

훗날 누군가 이 멋진 폭포를 찾아 용소의 이름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이 있다면 먼저 이름 붙인 사람 있었음을 알아주시기를.

3용소를 보려면 깊은 계곡을 건너 3시간 30분 더 걸어야 한다.

더 웅장한 풍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왕복 7시간 산행할 생각에 기가 질린다.

새벽에 나서야 해가 지기 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 이름 짓기는 후인(後人)에게 맡기고 아쉽지만 올랐던 길을 서둘러 내려왔다.

사람[人]이 산[山]에 오르면 신선[仙]이 되고 계곡[谷]으로 내려오면 속인[俗]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심산(深山)에 유곡(幽谷)이다.

신선도 아니고 속세도 아닌 비선비속(非仙非俗)의 경지가 여기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

덕풍계곡 주차장 5㎞(차량 이용)→덕풍산장 2㎞(이하 도보)→1용소 2.4㎞→2용소 5.5㎞→3용소.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에서 ‘덕풍산장’을 친다(서울 기준).

삼척 가곡면 풍곡리 128. 약 4시간 30분.

2용소까지는 왕복 4시간, 3용소까지 다녀오려면 9시간 이상 걸린다.

길이 험하고 미끄럽다.

등산·트레킹화 필수.

덕풍산장(010-9021-7378)에서 5만원을 받는다.

바로 옆에 고향산장(010-5479-6026)도 있다.

덕풍계곡마을에 민박·펜션이 여럿 있다.

황토방 펜션·민박(010-8485-5801), 돌배나무 민박(010-9109-3786) 등.

마을 문의 010-6319-8000

덕풍산장에서 5000원(1인)에 차려주는 시골 밥상이 정겹다.

아침 식사도 부탁하면 해준다.

토종닭 백숙은 예약 필수.

인근 논골식당(033-572-7140)은 토종백숙(5만원), 도토리묵 무침(1만원), 추어탕(8000원) 등을 낸다.

백숙은 1시간 전 예약해야 한다.


삼척=이한수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