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고 싶어요☞/♧ 동물 · 식물

[아하! 이 식물] 코스모스 - 우리가 바라보던 그 꽃, 한 송이가 아니었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6. 9. 19.

[아하! 이 식물] 코스모스 - 우리가 바라보던 그 꽃, 한 송이가 아니었다?



'가을에 피는 꽃'을 꼽으라면 단연 코스모스겠지요.

그런데 사실 코스모스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요.

물론 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0월 무렵이고요.

코스모스의 고향은 열대 지역인 멕시코 산악 지대예요.

그래서인지 고향의 날씨처럼 낮에 따가운 햇살을 받고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면 여름이라도 단박에 꽃을 피운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탁 트이고 바람이 센 철길 주변이나 들판을 지나다 보면 한여름에도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군락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코스모스'라는 이름은 '우주'를 뜻하는 영어 'cosmos'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장식하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osmos'에서 유래한 것이에요.

수많은 작은 씨앗을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 보내 이듬해에는 주변을 제 세상으로 만드는 코스모스의 번식력을 보면,

코스모스는 이름의 유래처럼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우리가 알고 있는 코스모스 꽃은 사실 20송이 남짓의 작은 꽃이 줄기잎이 변형된 총포(總苞)에 덮여 있는 것이랍니다.

/김종호 기자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코스모스는 사실 한 송이의 꽃이 아니랍니다.

엄밀히 말하면 울긋불긋한 잎에 싸여 있는 20송이 남짓의 작은 대롱이 다 하나하나의 꽃이에요.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 꽃잎이 아니라 코스모스 줄기의 잎이에요.

 

코스모스를 비롯한 국화류의 꽃 중에서는

이렇게 줄기의 잎이 마치 꽃잎처럼 변형되어 여러 개의 꽃을 밑동부터 감싸서 보호하는데,

이런 잎들을 총포(總苞)라고 합니다.

 

리가 한 송이라고 생각했던 코스모스는 사실 코스모스 꽃 20여 송이가 총포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죠.

코스모스가 유독 가을에 만개하는 이유는

하지(夏至·24절기 중 열째 절기로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이후

낮이 짧아질 때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하지가 지나면 일교차(日較差·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커지는데,

단일식물은 일교차를 감지하면 꽃눈을 만드는 호르몬을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코스모스와 같은 단일식물들은 일교차가 가장 큰 10월에 가장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뒤

서둘러 씨앗을 맺고 곧바로 이듬해 늦봄까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든답니다.

 

단일식물과 반대로 동지(冬至·24절기 중 스물두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이후

낮이 길어지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長日植物)은 상대적으로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른 봄에 깨어나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은 뒤 늦가을까지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해 겨울잠에 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보면 장일식물은 새벽에 일어나고 저물녘 둥지에 드는 제비와 같고,

스모스 같은 단일식물은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올빼미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코스모스의 우리말 이름은 '살살이풀'입니다.

누군가가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모습이 아름다워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런데 '살살이'란 말은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을 뜻하니 뜬금없고 생뚱맞은 느낌도 없지 않아요.

그래서 코스모스를 원래 취지에 맞게 '살랑이꽃'이라 부르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답니다.

 

 

출처 : 조선일보 -박중환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