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사는 게 맵다 / 김낙필 詩

by 맥가이버 Macgyver 2016. 10. 11.

사는 게 맵다 / 김낙필 詩

 


죄가 많다
그래서 기다릴 사람 없고 늘 혼자다
죄가 깊디깊다
혼자 사는 일이 능숙하다는 걸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독선이다

주위 사람을 무시하는 몹쓸 행태
독립군이 아니라
역마살 낀 행려병자에 가깝다

 

기다릴 사람 없이 기다리느라 한 세월이 갔다
그리고 또 다른 기다림의 시작
그러고나면 생의 끝이 오겠지

 

아무렴 사는게 뭔 큰 위세라고 사설... 넋두린...
많은 죄를 지은 만큼 삶은 유난히 길다

 

낮보다 밤이 긴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죄가 넘치니 또 가을이다
사느냐 마느냐를 고뇌해야하고
시작할까 말까를 망서려야하는
망할놈의 계절이다

 

낙엽 한 잎의 의미와
이미 가버린 사랑을 반추하고
버림받은 날들과 다시 해후해야하는
대책없는 날들이다

 

곱씹기도 싫다
세속 인연일랑 다 버리고
은비령 골짜기 은자당에 숨어
한세월 불아궁이나 지키고
돼지감자나 구워먹으며 살면 좋겠다


구설수에 말릴 일도 없고
산 듯 죽은듯 보이지 않게 그렇게
만사 세상일
이리해도 저리해도 다를 건 없는데

사는 게 맵다


죄값이다

눈물이 또 고인다.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2 / 김낙필 詩  (0) 2016.10.13
여행 / 김낙필 詩  (0) 2016.10.11
그렇게 살고 있을 거야 다들 / 김낙필 詩  (0) 2016.10.11
사이 / 김현태 詩  (0) 2016.10.11
구절초 / 오세영 詩  (0) 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