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통시장해설사와 떠나는 광장·방산·중부시장 답사
서울미래유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미래유산의 유형은 문화적 인공물, 문화적 행위·이야기, 배경으로 구분된다.
문화적 인공물에는 토목구조물, 건축물과 같은 건조물, 그림, 조각, 공예품, 공산품 등이 포함된다.
문화적 행위·이야기는 의식이나 기술, 전통과 명성, 이야깃거리 같은 무형 유산을 의미한다.
배경은 문화적 인공물이나 문화적 행위, 이야기 등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의미한다.
서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특색 있는 장소나 경관이 포함된다.
미래유산 선정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보존이 필요한 공통의 기억과 감성’이다.
서울시는 서울신문, 문화지평과 함께 미래유산에 대한 보존과 홍보를 위해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앞으로 남은 답사 코스를 확인할 수 있고 참가 신청도 가능하다.
이희준(29) 전통시장해설사이자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질문을 던졌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1398개의 전통시장이 있고 그중 330여개의 시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광장시장은 서울 전통시장 1호…동문 옆 신발점은 미래유산 지정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은 어디일까요?”
이 해설사는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이날도 답사 내내 다양한 질문으로 시민들을 긴장(?)시키면서 전통시장 매력에 푹 빠져들게 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12년(490년) 오늘날 경주 지역에 국가에서 직접 설치한 시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백제 가요 ‘정읍사’에도 시장의 존재를 짐작게 하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7번 출구에 모인 서울미래유산 탐방답사단은 이곳에서 시장의 역사에 대해 선행학습을 하고 시장답사에 나섰다.
시장답사라서 그런지 앞선 답사 때보다 중년 여성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해설사의 설명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조선 초 1414년 경복궁 앞 시전에 무려 2827개 가게가 있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 한성부조’에 남아 있는데 이를 운종가라 불렀습니다.
조선 후기 무렵에 지금 남대문시장 자리에는 ‘칠패시장’이, 동대문시장 자리에는 ‘이현시장’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운종가는 지금의 광화문과 종로1가 인근을 말하는데 조선 왕조가 허용한
유일한 공식 시장 ‘육의전’이 있던 곳이고 칠패시장이나 이현시장은 이른바 ‘난장’이다.
답사팀은 광장시장 동문을 통해 시장으로 들어갔다.
동문 입구 옆에는 상호명이 서울고무상사(프로월드컵)인 신발가게가 있다.
1955년 개업해 주인은 몇 번 바뀌었지만, 60년 동안 신발가게로 한자리를 지켜온 이유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됐다.
광장시장은 이현시장 후신으로 1905년 한성부에 등록된 서울 공식 전통시장 제1호이면서 최초의 사설시장이다.
청계천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어서 광장(廣長)시장으로 불렸다.
1905년 7월에는 동대문시장으로 이름을 확정했다가 나중에는 ‘넓게 저장한다’는 의미의 광장(廣藏)으로 정해졌다.
서울미래유산은 아니지만 문화재적 가치는 그 이상이다.
답사팀은 광장시장의 광장(廣場)에 모였다.
이곳은 먹거리 구간을 지나 견과물 구간에서 좌회전해서 포목부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시장의 중심이다.
포목을 사러오지 않는 이상 이 공간을 접해 보기 힘들다.
답사단은 광장에 다다르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경윤(55·나눔마켓 대표)씨는
“지금껏 광장시장 하면 빈대떡이나 육회 같은 먹거리만 떠올렸지 이런 곳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포목부를 지나면서 이 해설사가 “뭔가 이상한 간판이 있을 것”이라며 궁금증을 유발했다.
주변을 살피자 포목점 간판들 사이에 ‘장안백화점’이란 간판이 낯설다.
이 해설사는 “과거 백화점들이 별도 건물을 짓는 대신 상권이 발달돼 있는 시장에
‘숍인숍’(가게 안에 또 다른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 형태로 들어온 흔적”이라며
“지금도 수원 남문시장(글로벌명품시장, 팔달문시장 주변 9개시장 연합) 중 하나인 영동시장에는 영동백화점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섭(47·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씨는
“전통시장 안에 백화점이 있었다는 것도, 그 백화점이 지금은 초라하게 변한 것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예전의 화려함이나 생기는 잦아들었지만, 그럼에도 전통시장은 그 나름대로 멋이 있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도 포목상점과 한복점들이 즐비하다.
중앙직물부 2층에 가면 ‘성은도서’라는 세 평 남짓한 허름한 책방이 있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관은 “시장 답사를 통해 아주 오래간만에 전통시장의 정을 느끼고 왔다”며
다음 답사지인 방산시장을 가기 위해 예지동 시계골목을 지났다.
이 해설사는 “대부분 시계공들과 장인들이 예지동을 벗어나 인근 세운상가와 전국 각 지역으로 흩어지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방산시장은 1976년 9월 폐교된 방산국민학교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시장 인접에는 김치찌개가 유명한 은주정이란 밥집이 있다.
답사단은 서울미래유산인 중부시장을 가기 위해 길을 건넜다.
이 해설사가 답사단을 이끈 곳은 50년간 황태 등 건어물을 판매하는 서울상회다.
정 사장은 “장사는 모름지기 신용이고 사람은 됨됨이가 중요하다”며 답사단에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몇 마디 건넸다.
이 해설사는 “시장은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른 것처럼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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