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삼반(古今三反)
[정민의 세설신어] [458] 고금삼반(古今三反)
윤기(尹愭·1741~1826)가 '협리한화(峽裏閑話)'에서 옛사람과 지금 사람의 세 가지 상반된 행동을 뜻하는 삼반(三反) 시리즈를 말했다. 먼저 동진(東晋) 사람 치감(郗鑒)의 삼반은 이렇다. 첫째, 윗사람을 반듯하게 섬기면서 아랫사람이 자신의 비위 맞춰주는 것을 좋아했다. 둘째, 몸가짐은 맑고 곧았지만 계산하여 따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셋째, 본인은 책 읽기를 좋아해도 남이 학문하는 것은 미워했다. 위(魏)나라 왕숙(王肅)의 삼반도 이와 비슷했다. 첫째, 윗사람 섬기기를 방정히 했지만 아랫사람의 아첨은 좋아했다. 둘째, 몸가짐을 더럽게 하지는 않았으되 재물에는 너무 인색했다. 셋째, 성품이 부귀영화를 좋아하면서도 구차하게 영합하지는 않았다. 윤기가 나열한 지금 사람의 삼반은 이렇다. "남이 숨기고 싶은 일은 굳이 끝까지 캐내려 하면서, 자기 일은 은근슬쩍 덮는다. 말만 들으면 세속 사람보다 우뚝하여 늠름한 기세를 범할 수가 없는데, 하는 짓은 천박하고 용렬하다. 남에게는 분수도 모르고 지나치게 후하면서, 마땅히 잘해주어야 할 사람에게는 모질고 잔인하게 군다 (探覘人隱微, 必欲到底, 而於己則厭然揜之. 談論則高出世人, 凜不可犯, 而所行則賤陋庸惡. 過厚於他人, 太無分數, 而於其所當厚者則薄隘殘忍)." 그보다 못난 인간들은 반대로 하는 짓이 더 많아 오반(五反)이다. 첫째, 목소리나 웃는 모습은 멍청하기 짝이 없으나, 말과 행실은 속임수가 교묘하고 약삭빠르다. 둘째, 나가서 남을 대할 때는 비굴하여 겁쟁이 같건만, 집에만 오면 사납게 함부로 군다. 셋째, 간사한 무리와는 끈끈하게 지내면서, 올곧은 선비는 원수처럼 미워한다. 넷째, 턱도 없는 잘못된 얘기는 대단하게 여기면서, 바른 의론은 만전(萬全)의 계책이건만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흘려듣는다. 다섯째, 재주와 학식이 없어 매사가 남만 못한데도, 스스로는 모르는 것이 없어 자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얘기한다. 윤기가 덧붙인다. "반(反)이란 모두 상반된다는 뜻이 아니라 남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일 뿐이다." 아첨을 좋아하며 위를 잘 섬기고, 재물에 인색하면서 몸가짐이 깨끗할 수 있겠는가? 가까운 이에게 함부로 하면서 남에게 잘할 수 있는가? 그 나머지는 슬퍼할 뿐 나무랄 것도 못 된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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