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460] 오자칠사(惡者七事)
어느 날 공자와 제자 자공(子貢)이 한가한 대화를 나눴던 모양이다.
"선생님께서도 미워하는 게 있으실까요?"
"있다마다. 남의 잘못에 대해 떠들어대는 사람(稱人之惡者),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居下流而訕上者),
용감하지만 무례한 자(勇而無禮者),
과감하나 앞뒤가 꼭 막힌 자(果敢而窒者)를 나는 미워한다."
"너는 어떠냐?"
자공이 대답한다.
"저도 있습니다.
남의 말을 가로채 알고 있던 것처럼 하는 자( 以爲知者),
불손한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不孫以爲勇者),
남의 잘못 들추는 것을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자(訐以爲直者)가 밉습니다."
스승은, 제 잘못이 하늘 같은데 입만 열면 남을 헐뜯는 사람,
제 행실은 형편없으면서 윗사람을 욕하는 사람을 밉다고 했다.
또 무례하게 용감하고, 앞뒤 없이 과감한 자도 싫다고 했다.
압축하면 남 욕하는 사람, 뭣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 싫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제자는, 약삭빠르고 잘난 체하는 사람과 건방진 것과 용기를 구분 못 하는 자,
고자질을 정직과 혼동하는 자가 가장 밉다고 대답했다.
스승이 네 가지, 제자가 세 가지,
합쳐서 일곱 종류의 미워할 만한 인간형이 나열되었다.
홍석주(洪奭周)가 그 아우 홍길주(洪吉周)와 얘기를 나누다가
'논어'의 '양화'에 나오는 이 대목을 화제에 올렸던 모양이다.
홍석주가 말했다.
"이 일곱 가지 중에는 종종 후세의 군자들이
스스로 명예와 절개가 된다고 뽐내는 것들이 있지."
또 말했다.
"이 일곱 가지 미운 일은
하나하나가 예전 어떤 사람과 꼭 판박이 같군그래."
'수여난필(睡餘瀾筆)'에 나온다.
다산은 '논어고금주'에서 원문의 '거하류(居下流)'를
"덕과 재주도 없으면서 몸이 비천하기가 마치 하수구 같은 것을 말한다
(謂無德藝, 身卑如汚渠)"고 풀이했다.
또 "남의 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마음이 험한 것이고,
하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것은 질투이다
(稱人之惡者, 險也. 居下流而訐上者, 妬也)"라고 덧붙였다.
제 허물은 못 보고 남 말하는 것이 늘 문제다.
비방과 솔직을 착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무식한데 용감하기까지 하면 답이 없다.
입단속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