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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오로라] 태양 에너지 입자가 대기와 충돌하면서 내는 빛이에요

by 맥가이버 Macgyver 2021. 11. 9.

[신문은 선생님-오로라] 태양 에너지 입자가 대기와 충돌하면서 내는 빛이에요

 

 /그래픽=안병현

 

지난달 북유럽과 캐나다, 알래스카 등 지구 곳곳에서 아름다운 오로라가 관측됐어요. 하늘에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는 것은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인 '버킷리스트'로 꼽기도 하지요. 과거 사람들은 신비한 오로라를 보고 '신의 영혼'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오로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왜 오로라를 보려면 꼭 극지방으로 가야만 하는 걸까요?

초속 1000㎞로 날아온 태양풍 입자

태양 표면에선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요. 대표적인 것이 '태양 폭발(flare·플레어)'이에요. 태양 폭발은 태양 표면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인데, 수소폭탄 수천만개에 해당하는 위력을 갖고 있답니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전기를 띤 수많은 에너지 입자가 우주 사방으로 퍼져 나가요. 이를 태양풍(solar wind)이라고 부르죠. 태양풍은 자기력선(자기력이 작용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선)을 따라 초속 1000㎞ 이상으로 이동해서 1억5000만㎞ 떨어진 지구에 도달해요.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빠른 태양풍은 초속 3000㎞ 정도예요. 태양풍은 빠르면 이틀, 늦어도 3~4일 정도면 지구에 도달한대요

이렇게 날아온 태양풍 입자들은 지구를 보호막처럼 덮고 있는 자기장 경계면에 대부분 튕겨버려요. 하지만 일부 입자는 지구 자기권(지구 자기장에 의해 통제되는 영역)에 들어와 대기로 진입하지요. 이때 입자들이 대기와 충돌해 아름다운 빛을 내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따라서 오로라를 '태양풍과 지구의 입맞춤'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오로라'라는 이름은 1621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1592~1655)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Aurora)'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극지방에만 나타나는 오로라

오로라는 보통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어서 '극광(極光)'이라고도 불러요. 오로라가 주로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지구의 자기장 때문이에요.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막대자석처럼 N극과 S극을 갖고 있어요. 막대자석의 N극과 S극에 철가루가 달라붙는 것처럼 전기를 띤 태양풍 입자들도 북극과 남극으로 모이게 되지요. 그래서 오로라는 위도 60도에서 75도 사이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해요. 북유럽의 아이슬란드,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지역 등이 해당됩니다.

오로라는 하늘 가까이 떠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론 보통 고도 100㎞ 이상 높은 곳에서 발생해요.

태양 활동이 활발하면 자주 발생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는 평소에도 가는 띠 형태로 북극과 남극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요. 하지만 햇빛이 있거나 구름이 많으면 오로라가 발생해도 보기 어려워요. 북반구라도 여름엔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가 계속되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힘들죠. 보통 오로라를 관측하기에는 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가 가장 좋다고 해요.

태양 활동이 활발해져서 태양풍이 세지거나 속도가 빨라지면 오로라 발생 지역이 평소보다 더 넓어져 중위도 지역에서도 관측된대요. 태양 활동은 평균 11년을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해요. 지금은 태양 활동이 강한 주기(2019년 12월 시작)에 해당하죠. 이렇게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땐 태양 폭발도 자주 발생해요. 태양 폭발은 지구 주변 위성에서 측정한 X선 파장의 밝기에 따라 C(경미)·M(중간)·X(강함)로 나뉘고, 각 등급은 다시 1~9로 나뉘어요. X등급은 지구 주변의 우주 기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한 강도지요. 이렇게 높은 강도의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 고에너지 입자가 많이 방출돼 지구 자기권에 붙잡히는 입자도 많아져서 오로라 발생 지역도 넓어지죠.

과거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오로라가 관측됐다고 해요. 조선왕조실록 등에 '백기(白氣)' '적기(赤氣)' 등 기록이 나오는데, 이것이 오로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기록이 나타났던 해가 태양 활동이 강했던 주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왜 우리나라에서 오로라를 볼 수 없을까요? 그건 자북극(지구자기장의 북극)이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자북극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캐나다 북쪽 지방에 있지만, 고려 시대엔 유럽~러시아 북극권에 있었다고 합니다.

오로라가 여러 색인 이유는?

오로라는 녹색·붉은색·푸른색·보라색·황색 등 색이 아주 다양해요. 오로라 색은 태양풍 입자가 어떤 기체와 충돌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지구 대기 대부분은 질소(78%)와 산소(21%)로 이뤄져 있어요. 태양풍 입자가 산소와 충돌하면 녹색이나 붉은색 오로라가 나타나요. 특히 산소 밀도가 높은 90~150㎞ 범위 내 상공에선 녹색 오로라가, 산소 밀도가 낮은 150㎞ 이상 높은 고도에선 붉은색 오로라가 발생하지요. 또 질소의 밀도가 높은 곳에선 보라색, 질소 밀도가 낮은 곳에선 푸른색 오로라가 보이죠. 네온이 많은 곳에선 황색을 나타내요.

오로라는 지구뿐 아니라 목성·토성 등 다른 행성에도 나타나요. 자기장이 있고 대기가 있으면 오로라를 볼 수 있지요. 특히 토성의 오로라는 길이가 1000㎞나 되어 장관을 이룹니다. 반면 화성에는 옅은 대기가 있지만 자기장이 없어서 오로라가 나타나지 않아요.


[두 개의 북극]

지구에는 두 개의 북극(北極)이 있어요. 하나는 지구 자전축의 북쪽 끝이에요. 우리가 보통 북극이라고 하면 이 지리상 북극을 말해요. 다른 하나는 지구 자기장의 북극인 '자북극(磁北極)'이에요. 나침반은 이 자북극을 가리켜요. 지리적 북극과 자북극은 약 11도 정도 차이가 나요.

지리적 북극과 달리 자북극은 계속 움직여요.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외핵에서 만들어지는데, 액체 상태인 외핵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최근 수십년간 자북극은 연평균 55㎞씩 북서쪽으로 이동했어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