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산을 오르며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2. 23.

 

 

 

 

산을 오르며 / 도종환

 

      山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山 내려와서도
      山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위 사진은 2006년 1월 17일(화) 강촌 검봉/봉화산 연계산행 時

    '강선봉'을 오르는 도중에 찍은 것임.

     

     

       

       
      x-text/html; charset=iso-8859-1" loop="-1" autostart="true" volum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