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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특집1 3둔4가리의 심산유곡 | 방태산 개관] 크고 높은 산, 그 산이 그립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5. 8. 6.
[시즌 특집1 3둔4가리의 심산유곡 | 방태산 개관] 크고 높은 산, 그 산이 그립다
 
 
탐험과 등산, 힐링의 명소로 변신하는 은둔의 땅
 
▲ 온갖 산릉과 골이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다. 그 안에 은둔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전복 껍질을 뒤집어놓은 듯한 형상의 방태산 적가리골. <드론촬영>

인제 방태산(芳台山·1,443.7m)은 높다. 크다. 남한땅에 해발 1,443.7m 높이의 고봉은 한라산(1,950m)에서 발왕산(1,458m·강원 평창)에 이르기까지 10여 개에 불과하고, 백두대간 상의 고봉을 제외한다면 계방산(1,577m, 평창·홍천), 가리봉(1,519m, 인제), 화악산(1,468m, 가평·화천), 두위봉(1,466m, 정선), 발왕산 정도다.


큰 산답게 고봉도 여럿 거느리고 산줄기도 사방팔방 뻗친다. 정상 주억봉 양옆(동서)에 구룡덕봉(九龍德峰·1,388m)과 깃대봉(1,435.6m)이 대장부의 어깻죽지인양 근육질을 자랑하며 솟아 있고, 구룡덕봉에서는 남서쪽으론 개인산(1,341m)~침석봉(1,323.9m)~숫돌봉(1,320m)으로 이어지는 굵은 산줄기를 내린천으로 흘린다. 여기에 남동쪽으로는 가칠봉(1,240.3m)을 거쳐 갈전곡봉으로 이어지면서 백두대간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덩치 큰산은 물줄기도 여러 가닥 흘릴 수밖에 없다. 산 북쪽으로 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대골, 매화동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방태천을 이루고, 산 남쪽 개인동계곡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내린천 상류를 이루다가, 현리에서 합쳐진 다음 인제 합강교에 이르러서는 소양강 상류를 이룬다. 한강 최상류의 수원지가 방태산인 셈이다.


방태산은 강원도 북부의 고봉준령 조망대이기도 하다. 북쪽에서 동쪽을 거쳐 남쪽으로는 설악산에서 점봉산~갈전곡봉~응복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가리산(1,051m)은 물론, 멀리 화악산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방태산은 키가 크고 덩치가 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산이다. 그래서 <정감록>에서 피장처((避藏處)로 꼽는 3둔4가리가 산기슭에 있는 것이다. 살둔(생둔)·월둔·달둔의 ‘둔’은 둔덕,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거리의 ‘가리’는 개울가 널찍한 땅을 뜻한다. 즉, 강가나 계곡 주변에 살 만한 곳들을 일컫는 것이다.



	방태산은 높기만 한 게 아니다. 품이 넓다.
▲ 방태산은 높기만 한 게 아니다. 품이 넓다. 방태산은 그 넓은 품을 펼치며 고봉준령과 함께 덩실 덩실 춤추고 있다. 사진 염동우

이 골짜기들의 산세와 자연미 또한 남다르다. 연가리와 아침가리는 한 가닥으로 쭉 뻗으면서도 원시림 울창한 가운데 계곡 미의 절정을 보여 주고, 수십 가닥 물줄기가 모여드는 적가리골은 여느 산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주억봉 북릉과 구룡덕봉 북릉 사이의 적가리골은 지능선을 부챗살처럼 펼치고 그 부챗살 사이로 수많은 골짜기가 형성된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전복을 뒤집어놓은 형상과 유사하다. 이는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형성된 분지이기 때문이라 한다.


월간산은 7월호를 준비하며 피서철을 위해 방태산 일원을 답사했다. 방태산 주릉은 역시 힘이 넘쳤다. 푸른 숲을 등에 지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 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초여름의 산봉은 너무도 힘이 넘쳤다. 하늘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연가리에는 몇 가구가 밭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 이전까지 70여 가구가 살았다는 아침가리는 아침가리다리 위쪽 중상류 일원에 세 가구가 살고 있고, 아래쪽은 오랜 가뭄에도 꿋꿋하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적가리골 또한 여러 해 전 휴양림이 조성되긴 했지만 심산유곡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 골짜기들은 오랜 가뭄에도 맑고 깨끗한 물을 흘리며, 내린천으로 흘러들었다.


산 남쪽, 조선 초 단종 복위를 꿈꾸던 이들이 터를 닦은 곳이라 전하는 홍천군 내면 내린천 변의 생둔(살둔)은 2층 목조건물의 살둔산장으로 잘 알려진 힐링의 공간이자 캠핑의 명소다. 월둔과 달둔 일원은 이제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농작지로 이용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풍광을 지니고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방태산 일원은 이제 ‘은둔(隱遁)의 땅’에서 힐링의 명소로 바뀌고 있다. 높은 산, 깊은 골짜기는 몸과 마음의 힐링을 꿈꾸는 산객들이 찾아들고, 산을 감아 도는 내린천은 래프팅과 캠핑 명소로 이미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올 여름 방태산으로 가자. 거기서 치유의 시간을 갖고 새 힘을 얻자. 방태산이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