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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미세먼지·추위 피해 '식물 세계일주' 다녀오세요

by 맥가이버 Macgyver 2019. 1. 19.

[서울식물원] 미세먼지·추위 피해 '식물 세계일주' 다녀오세요.



서울식물원 구석구석 즐기기

가운데가 오목한 접시 모양의 대형 온실은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다. 조명이 켜진 온실의 밤 풍경도 매혹적이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긋지긋한 미세 먼지와 추위.
주말이라도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도 서울에서.
식물원 산책을 제안한다.
정식 개원하는 오는 5월 이전까지 무료 개방하고 있는 서울식물원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지구에 만든 서울식물원은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도시형 식물원.
여의도공원 2배 크기의 면적(50만4000㎡)에 '주제원'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이 펼쳐져 있다.
'주제원'은 식물원, 나머지 셋은 공원 개념이다.

소셜미디어마다 찬가가 넘친다. 주말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구석구석 더 알차게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튼, 주말'이 사용 설명서를 준비했다.


대형 온실에서 오늘은 '햇빛 샤워'

서울식물원에 들어서면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직경 100m, 최고 높이 28m의 대형 온실. 크기도 크기지만 그 형태가 여태 봐온 온실과는 다르다.
가운데가 오목한 그릇 형태의 온실은 꽃잎과 풀잎을 닮은 듯하고 골조 형태는 뻗어나가는 줄기를 연상시킨다.
천장의 소재도 벽면의 유리 소재와 다르다.
유리 대신 빛 투과율이 우수한 'ETFE'라는 특수비닐을 사용했다.

서울식물원 전시교육과 정수민 주무관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온실을 만들기 위해 형태나 구조, 소재 면에서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며
"천장의 오목한 부분은 집수 시설을 설치해 빗물을 모아 온실 속 식물들에게 공급하는 친환경적 기능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온실은 식물문화센터의 주축이다.
식물문화센터와 주제정원으로 구성된 '주제원'은 정식 개원 후 유료 구역으로 바뀔 예정이다.

온실을 둘러보기 전에 두툼한 겉옷은 벗어두는 게 좋다.
열대관의 평균 온도는 섭씨 20~24도, 지중해관은 섭씨 10~20도로 한겨울에 땀이 날 정도다.
온실 입구는 지하 1층. 열대관으로 시작해 지중해관으로 이어진다.

초록 기운 가득한 온실 속엔 열대와 지중해에 있는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보고타,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아테네, 이스탄불, 타슈켄트, 퍼스, 케이프타운 등 12개 도시의 식물들을 순서대로 배치해 뒀다.
실 속을 거닐었을 뿐인데 세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키 높은 식물이 많은 열대관엔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식물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장과 가까워 '햇빛 샤워'도 만끽할 수 있다.
열대관을 배경으로 하면 인생 사진이 찍힐 것 같다.
스카이워크의 입구는 지중해관에 있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을 둘러본 뒤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온실 관람을 마무리하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온 주부 최은주(34)씨는 "미세 먼지나 감기 걱정 없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며
 "온실 규모도 크고 이국적인 식물이 많아서 서울을 떠나 멀리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온실 속엔 작은 볼거리도 많다. 12개국 나라별 테마존과 정원사의 공간들이다.
실제 서울식물원에 근무 중인
식물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노트와 책, 가위, 부츠, 씨앗 선반 등을 모은
'정원사의 비밀의 방'도 볼 수 있다.

온실 관람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월요일엔 휴관한다.



①열대 기후에 사는 식물들이 모여 있는 ‘열대관’.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키 높은 식물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②마곡첨단산업지구 건물과 어우러진 서울식물원 ‘호수원’의 야경. ③씨앗을 대출해주는 씨앗도서관에 모여 있는 관람객들.


         씨앗 대출해주는 씨앗도서관

식물문화센터에는 온실 외에도 식물에 특화된 이색 공간이 즐비하다.

1층에 있는 '씨앗도서관'에선 씨앗을 대출해준다. 조건이 있다.

그 씨앗을 심어 키운 뒤 수확한 새로운 씨앗으로 반납해야 한다는 것.

초보라도 긴장할 필요는 없다.

기르기 쉬운 편인 해바라기, 잣나무, 완두, 소나무, 타래붓꽃, 곰솔, 유채, 편백, 메밀 같은

씨앗을 대출해주기도 하고 재배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유정(22)씨는 "해바라기 씨앗을 대출받았는데 나중에 씨앗으로 반납해야 하니

책임감을 갖고 더 정성껏 키우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식물 전문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식물전문도서관은 2층에 있다.

초록빛 가득한 도서관엔 7000권에 달하는 국내외 전문 서적과 도감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필요한 책들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대출은 불가.


'정원상담실'을 둔 1층 식물연구소도 있다.

실생활에 필요한 가드닝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식물 관련 궁금증도 풀어준다.

식물문화센터를 비롯해 식물에 대해 교육하는 공간도 많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 관찰, 미술 활동 등 다양한 체험 교육을 하는 '어린이정원학교'와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요가, 산책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숲문화학교' 등이다.

자세한 일정은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신청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으로 하면 된다.

식물과는 관계없지만 서울식물원엔 의미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어린이정원학교 옆에 있는 '마곡문화관'. '서울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등록문화재 제363호) 건물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배수펌프장이다.


서울식물원이 들어선 마곡지구는 서울에 마지막 남은 농경지로, 오랫동안 경작이 이뤄진 곳이다.

한강 하류에 있는 탓에 홍수 피해가 잦았는데 배수펌프장은 이를 막기 위해 지어진 농업 시설이다.

옛 형태를 보존해둔 문화관에서 일대의 역사와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겨울이라 더 좋은 식물원 밤 산책

서울식물원 면적의 대부분은 야외 정원과 숲이지만 겨울 풍경은 스산하기 그지없다.
러나 해가 지면 이 계절이라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2월 말까지 서울식물원의 '윈터가든' 행사가 열린다.
열린숲과 호수원, 식물문화센터 등에 설치된 빛 정원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불을 밝힌다.
관람 시간이 정해진 주제원과 달리 열린숲과 호수원 등 공원 구간은 24시간 개방돼 있다.
언제든 산책이 가능하지만 빛 정원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반갑다.
주변 마곡첨단산업지구의 건물과도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 이 연출된다.

가장 운치 좋은 곳은 호수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로 무지갯빛이 번지고 호수 주변에도 푸른색, 보라색 조명이 교차한다.
윈터가든 행사 동안에는 온실도 저녁 6시 이후 조명을 밝혀 낮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식 개원 전까지 서울식물원은 미비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카페, 편의점 외에 식당 등이 없다는 점은 나들이 때 참고할 것.




서울식물원 온 길에 근처 겸재정선미술관·허준박물관 둘러볼만



일본군 주둔지 땅굴 전시관도

겸재 정선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 오른쪽 사진은 궁산땅굴 입구 모습./강정미 기자



겸재정선미술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작품 세계와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서울식물원에서 걸어서 갈 수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정선은 65세가 되던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재 강서구 일대) 현령을 지내며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같은 작품을 남겼다.

 정선이 현령을 지낸 양천 현아를 복원한 양천현아실과 겸재정선기념실, 원화전시실 등이 있다.

관람객들이 진경산수화를 직접 그려보고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허준박물관 통합관람 시 어른 1300원, 청소년 700원).

서울 강서구 양천로47길 36


궁산땅굴역사전시관:

겸재정선미술관 옆 궁산 땅굴은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에 만들어졌다.

당시 대륙 침략의 기지로 쓰인 김포비행장과 한강 하구 일대를 감시하던 일본군부대의 본부와 탄약고 등으로 사용됐다.

건설 과정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기도 했다.

해방과 함께 굴착 공사는 중지됐지만, 높이 2.7m, 폭 2.2m, 길이 70m의 땅굴이 남아 있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도록 지난해 역사전시관이 만들어졌다.

무료 관람. 서울 강서구 가양동 산235

허준박물관:

동양 의학을 집대성한 의학서 '동의보감'을 쓴 구암 허준의 일생과 동의보감의 역사적 의미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이 세워진 강서구 가양동 일대는 허준이 태어나고 동의보감을 집필한 곳이 자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동의보감과 허준에 관한 전시 외에 한의학의 역사와 다양한 약재, 의약기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옥상 정원에선 멀리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고 동의보감에 수록된 약초를 재배 중인 약초원도 둘러볼 수 있다.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겸재정선미술관 통합관람 시 어른 1300원, 청소년 700원). 서울 강서구 허준로 87


강정미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8/20190118014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