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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금지에 쓰는 그 물건 ‘라바콘’ 아니고 ‘안전 고깔’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10. 28.

통행 금지에 쓰는 그 물건 ‘라바콘’ 아니고 ‘안전 고깔’


[생활 속 쉽고 예쁜 우리말 쓰기] [7] 영어·일어 섞인 건설현장용어

'아시바'는 발판, '시마이'는 끝을 뜻하는 일본어다.

제시된 문장은 "여기에 발판 치우고 끝내면 되겠네"로 바꿔 쓸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다들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물건’이라는 수수께끼가 유행했다.

‘가름끈’(읽던 곳을 표시하려고 책갈피에 끼워 넣는 끈)처럼 흔히 쓰이면서도

막상 정확한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 놓은 게시물이다.

 

문제 중엔 ‘도로 공사할 때 못 지나가게 두는 고깔의 이름은?’도 있다.

답은 ‘라바콘’.

고무(rubber) 재질의 고깔(cone)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영단어가 합쳐진 ‘라바콘’을 더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쓸 수는 없을까?

최근 도로·건설 관련 공공기관들이 앞장서고 있는

바른 우리말 쓰기 운동은 이런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길 우리말’을 공개했다.

고속도로나 건설 현장 관련 용어 중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등을 골라 우리말 순화어를 제시했다.

 

순화 대상 용어 중에는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것들이 있다.

라바콘은 ‘안전 고깔’로 바꿔 쓸 수 있다.

 

교통 안내 방송에 자주 나오는

‘램프’(ramp·위아래로 교차하는 두 도로를 잇는 경사로)는 ‘연결로’다.

 

야생동물이 길에 뛰어들어 자동차에 치이는 ‘로드킬’(road kill)은 ‘동물 찻길 사고’,

도로 표면의 얇은 빙판을 뜻하는 ‘블랙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설 현장에는 일본어투 용어도 많이 남아 있다.

‘가쿠목’은 각목, ‘다이’는 받침대, ‘와꾸’는 틀, ‘하이바’는 안전모를 순화어로 제시했다.

 

일본어 ‘데모토’(てもと·조수)에서 온 ‘데모도’는

우리말과 뒤섞여 ‘뒷모도’로도 쓰이는 상황.

‘보조 근로자’로 바꿔 쓰도록 했다.

 

도로공사는

“건설 현장에도

일본어나 한자어 등 이해하기 힘든 말과 글이 홍수를 이루고 비속어 사용도 빈번하다”면서

“우리의 노력과 실천이 쌓이면 우리말이 정착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바른 우리말이 건설 업계 전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새 용어를 행정규칙으로 고시해 관련 법령이나 문서 등에 널리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해 10월부터 국립국어원과 협약을 맺고

일본어투 건설 용어를 우리말로 개선하는 ‘건설현장 우리말 바루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현장 근로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말을 표기한 손수건 6000장을 전국 LH 건설 현장 400여 곳에 전달했다.

 

가쿠목(각목), 구루마(수레), 데코보코(요철), 오야지(책임자), 바라시(해체),

오사마리(마무리), 기리바리(버팀대) 등의 일본어와 순화어가 새겨져 있다.

 

LH는 행정 문서에서 사용되는 일본식 용어와 표현도

국립국어원 감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말로 개선할 예정이다.

공사 관련 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잉여’는 ‘나머지’로, ‘견본’을 ‘본보기’로 바꾸는 식이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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