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뚜벅뚜벅 제천여행] 한려수도인 줄? '악어섬' 찾고 카약 타며 뱃놀이.. '내륙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21. 5. 1.

[아무튼, 주말] 한려수도인 줄? '악어섬' 찾고 카약 타며 뱃놀이.. '내륙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아는 도시, 뜻밖의 풍경
뚜벅뚜벅 제천여행

 

‘내륙의 바다’라 했다. 육지 안의 커다란 바다. 충북 제천 해발 531m의 ‘비봉산 전망대’에서 거대한 인공 호수인 ‘청풍호(제천 중부 청풍면 일대를 두른 충주호를 달리 부르는 명칭)’와 마주한 순간, 섬으로 둘러싸인 다도해의 어느 전망대에 선 것만 같았다. 한반도의 가운데서 뜻밖의 ‘바다’와 만나자 감탄사가 날숨에 떠밀리듯 터져 나왔다. 산과 산 사이를 채운 호수는 바다처럼 깊고 푸르렀다. 섬 아닌 섬이 된 물 위 산봉우리들은 남쪽 한려수도의 그것과 묘하게 닮았다. 이 봄, 제천에 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청풍호 그리고 의림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제천 청풍면 비봉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풍호는 다도해 풍광을 닮았다. 호수 위 산봉우리 중엔 '악어섬'(11시 방향)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도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충주댐 건설로 호수가 된 마을

1985년 충북 충주시 종민동과 동량면 계곡 사이에 충주댐이 들어섰다. 댐 건설 후 충주, 단양, 제천의 11개 면 101개 마을이 물에 잠겼고 일대 67.5㎢가 거대한 인공 호수로 변했다.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크다는 충주호가 지도에 새롭게 추가된 순간이다. 당시 댐 건설로 물에 잠긴 가구만 총 7105가구. 수몰 지역의 60%가 제천에 속했다.

 

애달픈 탄생기를 딛고 지금의 청풍호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뽐내며 내륙 여행의 명소가 됐다. 비봉산(飛鳳山) 정상의 비봉산 전망대를 운영·관리하는 ‘청풍케이블카’ 측에 따르면 2019년 정식 운영에 들어간 ‘청풍호반 케이블카’의 경우 코로나 사태에도 지난 4월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벚꽃 철이 지난 요즘도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탐방객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비봉산 전망대의 '핫플'이 된 '하트 전망대'에 서면 영화 '타이타닉'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깊고 푸른 호수로 둘러싸인 비봉산 전망대는 청풍호와 청풍호를 두른 주변 지형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정상에 서면 방향에 따라 청풍호를 사이에 두고 금수산, 소백산, 말목산, 옥순봉, 옥순대교, 월악산, 치악산과 멀리 충주시, 제천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 곳에 서든 절경이 반기지만 남서쪽 방향 전망대에 서면 눈이 번쩍 뜨인다. 청풍면 도곡리 일대 마을의 농경지가 마치 색색의 천을 이어 붙인 패치워크(patchwork) 작품처럼 펼쳐지고 물길 너머 월악산 산봉우리가 다도해와 닮은꼴 풍경이다. 산봉우리 중엔 물 위로 머리 내민 악어 모양을 닮았다 해서 ‘악어섬’이란 별칭이 붙은 봉우리도 있다.

 

북쪽 방향 ‘하트 전망대’는 제천의 ‘핫플’로 떠올랐다. 전망대 끄트머리에 서면 영화 ‘타이타닉’ 속 주인공처럼 크루즈의 뱃머리로 순간 이동한 것만 같다. 사진 촬영 대기 줄이 길어 재빨리 ‘(사진) 찍고 빠져야’ 하는 분위기다. ‘하산’하기 아쉽다면 전망대 샛길인 ‘약초숲길’을 걸어보자. 더덕, 도라지, 맥문동, 작약, 삼지구엽초, 당귀, 둥굴레 등 전국 3대 약령시 중 하나로 꼽히는 제천산(産) 약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왕복 40분 걸리는 짧은 코스지만 계단과 경사가 이어진다.

 

비봉산 전망대를 오가는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일부 급경사 구간이 있어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청풍호반 케이블카' 승하차장인 '물태리 역'에서 '비봉산 전망대'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8분이면 닿는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비봉산 전망대까지 편히 오르내리려면, 물태리에서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도곡리에서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요즘 같은 신록의 계절엔 숲 탐험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모노레일이 인기다. 왕복 3km 구간으로 운행 소요 시간은 편도 25분 내외다. 일부 급경사 구간이 있어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40%는 홈페이지를 통해 좌석 지정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5월까지 마감된 상태다. 60%는 당일 현장 매표한다. 운영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탑승료는 대인 1만2000원, 경로·어린이 9000원이다. 케이블카는 예약 없이 현장 매표가 가능하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중 유리 바닥으로 된 '크리스탈 캐빈'은 발 아래로도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섬 여행하듯 관광 유람선이나 카약을 타고 물에 잠긴 기암절벽, 산봉우리들을 탐험하는 것도 색다르다. 비봉산 전망대 가까이 있는 ‘청풍나루’(043-647-4566)에선 ‘충주호관광선’을, 수산면 ‘청풍호 카누카약체험장’(043-646-8311)에선 카약을 타고 청풍호 풍경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케이블카 물태리역 부근 청풍문화재단지(043-641-5532)는 댐이 건설되기 전 1983년부터 3년간 수몰 위기에 처했던 제천 지역 문화재, 전통가옥 등을 이전, 복원해 문화재 단지로 조성해 놓은 곳. 보물인 ‘한벽루’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해 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 향교, 고가 4동 등 지방유형문화재 9점과 생활 유물이 기다린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현재 일부 개방·운영하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의림지 '후선각 터' 부근에서 바라본 용추폭포와 용추폭포 유리전망대.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용추폭포 위 걷고 솔숲 거닐고

제천의 중부에 청풍호가 있다면 북쪽 모산동엔 의림지(명승 20호)가 있다. 물가를 두른 버드나무에 새순이 오르는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삼한시대 축조된 인공 저수지로 고대 농경 문화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의의가 아니라도 의림지 제방 둘레길은 제천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추억의 보고(寶庫)이자 일상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수령 200~500년 된 소나무 180여 그루가 제멋대로 가지를 뻗친 둘레길을 한가롭게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난해 의림지 ‘경호루’ 부근에 ‘용추폭포 유리전망대’가 추가됐다. 용추폭포 위 인도교로 저수지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배수로를 정비하며 새로 조성한 곳이다. 폭포 위쪽으로 난 유리 바닥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일부 구간에선 센서에 의해 불투명 유리 바닥이 별안간 투명 유리 바닥으로 변하기도 한다. 해 진 뒤부터 밤 10시까지 경관 조명이 켜지면 더욱 낭만적인 풍경으로 변신한다. 용추폭포는 ‘용터지기’라 불리기도 하는데 ‘제천 신월동에서 올라온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터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용추폭포를 감상하기엔 경호루 건너편 ‘후선각 터’ 부근이 좋다.

 

1998년 개장해 옛 놀이공원의 아련한 정취를 간직한 ‘의림지파크랜드’나 의림지 위에 동동 뜬 오리 보트도 젊은 층 사이에서 레트로(복고풍) 여행지로 재발견되는 중. 왕버드나무와 어우러진 ‘우륵정’을 지나 의림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면 인근 솔밭공원으로 이어가 보자.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을 만난다.

 

의림지 위에 동동 뜬 오리배. 의림지는 젊은층 사이에서 '레트로(복고풍) 여행지'로 재발견되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제천 의림지 부근에 있는 '솔밭공원'은 피크닉 명소다. 소나무 그늘 아래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봄 풍경을 실컷 즐겼다면 재밋거리를 찾을 차례. 의림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교동민화마을은 벽화를 민화로 특화한 곳이다. ‘지은순민화연구소’ 부근 육거리를 중심으로 골목의 낡은 담벼락을 ‘담배 피우는 호랑이’부터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까치, 꽃, 십장생 그림이 장식하고 있다. 제각기 그려진 것 같아도 나름 주제가 있다. ‘어변성룡(魚變成龍·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뜻)’. 합격이나 출세를 상징하는 말로 서민들의 소원을 담은 그림들이 유난히 많다.

 

'교동민화마을'은 민화 벽화를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방탄소년단의 'Young Forever'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모산비행장'(제천비행장).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찾는 팬들이 많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방탄투어’ 코스로 소문난 모산·고암동 모산비행장(제천비행장)도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들 발길이 연일 이어진다. 1950년대에 공군 훈련장으로 조성한 곳으로 1km가 넘는 활주로가 동네 한복판에 있다. 방탄소년단 ‘Young Forever’ 뮤직비디오 속 한적한 풍경만 기대하고 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여전히 국방부 소유지만 시민이 다용도로 활용하면서 활주로 상황이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특히 인근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는 통학 차량과 학원 차량의 임시 주차장으로 변해 번잡하니 해당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는 게 좋다.

 

60여 년 노포인 제천 명동 '송학반장'의 인기 메뉴 '돼지갈비'. 돼지 갈비 부위를 잘게 토막내 깐풍기처럼 볶아낸 요리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제천 황기를 넣은 '락희옥 ES제천리조트점'의 보쌈. 청풍호를 내다보며 음식과 경치를 즐길 수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약채락’부터 ‘중국집 돼지갈비’까지

전국 식도락가들이 일부러 찾는다는 제천 시내 중국 요릿집도 지나칠 수 없다. 명동에 있는 송학반장(043-646-2038)은 화교 출신 가족이 2대에 걸쳐 60여 년째 자리를 지키는 노포다. ‘돼지갈비’(3만4000원)와 왕만두가 대표 메뉴다. 한국식 돼지갈비를 생각하면 오산. 잘게 토막 낸 돼지 갈비 부위를 양념해 튀긴 뒤 소스를 넣고 깐풍기처럼 볶아낸 요리다. 면을 곁들이고 싶다면 자장면보다는 짬뽕(7000원)을 추천한다. 돼지갈비의 기름진 맛을 매콤한 짬뽕 국물이 잡아준다.

 

약이 되는 채소를 활용한 전통 밥상을 내는 집도 많다. 그중 제천시가 선정한 약이 되는 채소 활용 식당인 ‘약채락(藥菜樂)’을 내세운 곳을 찾으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곤드레 정식을 선보이는 청풍호 권역의 ‘산마루'와 ‘예촌'을 포함해 제천 전역에서 17곳이 약채락에 선정되어 운영 중이다.

 

전통 밥상이 아니어도 제천산 약초나 약재를 활용한 메뉴도 속속 추가되는 중. 지난달 수산면 ‘클럽 ES제천리조트’ 내에 문을 연 한식 주점 락희옥 ES제천리조트점(043-641-0175)에선 제천산 황기를 넣은 보쌈(300g·3만8000원) 메뉴를 선보인다. 리조트 한편의 아담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요리하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콘셉트를 내세웠다. 식당에서 차로 5~6분 거리에 카페 글루글루가 있다. 맑은 날, 일몰 시각에 맞춰 카페 앞 호숫가로 가면 하늘과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서정적인 풍경이 선물처럼 기다린다.

 

 

[ 황기삼계죽으로 아침 식사를··· 하룻밤에 2만원이라고요? ]

싸고 깨끗한 도시재생 숙소 3곳

 

제천 명동의 '엽연초 생산조합 사옥'을 새로 단장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꾸민 '엽연초하우스'. 특급 호텔 침구류에 무료 조식을 자랑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제천 원도심에 가성비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새로 문 열어 뽀송뽀송하고 깨끗한 침구류와 시설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명동 엽연초하우스(043-920-2217), 영천동 칙칙폭폭999(043-644-3355)와 오픈을 앞둔 교동 목화 여관&다방(043-641-6265)은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이다.

 

그중 엽연초하우스는 잎사귀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말린 담배인 ‘엽연초’를 생산하고 관리하던 조합 사옥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곳이다. 8개의 객실에 28명을 수용한다. 생산조합 사무실 공간을 숙소로 고친 곳이라 방 크기는 아담하나 천명주(43) 대표는 “방마다 서울 특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침구류를 갖췄다”고 자랑했다. 한 달 살기 등 장기 투숙객을 위한 세탁실도 있다. 숙박료는 1인 2만원. 신청자에 한해 1층 카페에서 간단한 스낵으로 구성된 조식을 무료 제공한다. 때로 황기삼계죽을 맛볼 수도 있다. 게스트하우스 옆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제천 엽연초생산조합 구사옥’이 있다. 공간의 내력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역사 투어(커피 포함 3000원)도 진행한다.

 

칙칙폭폭999는 영천동 옛 철도관사 부지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기차를 테마로 한 ‘기차마을공원’과 가깝다. 총 32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6개는 온돌방과 퀸베드를 갖춘 4인실도 있어 가족 단위 투숙객이 많이 찾는 분위기다. 방에 따라 TV와 의류관리기를 갖춘 곳도 있다. 루프 톱 카페처럼 꾸민 옥상에선 바비큐 이용(숯 포함 2만원)도 가능하다. 숙박료는 1인 1만5000원부터 4인실 6만원까지.

 

교동의 목화 여관&다방은 다방, 세탁소, 미용실, 부동산중개소, 목욕탕이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북 카페, 게스트하우스, 소극장 등으로 꾸몄다. 게스트하우스는 13실 3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1인 2만원 선. 지난 15일 개관했으나 5월 초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근희 기자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