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안성에 명품 산길 66km 열렸다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특집]

by 맥가이버 Macgyver 2024. 12. 6.

안성에 명품 산길 66km 열렸다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특집]

 
칠장산 르포
아웃도어 마니아 윤용만씨와 김지은씨와 함께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정맥길인데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독도에 어려움이 없다.
 

맞춤의 도시 안성에서 등산로를 만들었다.

국가생태문화탐방로다.

경기도 안성 죽산면, 금광면, 서운면 일원에 총 66km의 길이 조성됐다. 

 

사실 산꾼들은 지자체에서 등산로를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 반신반의한다.

관련 공무원들이 등산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니 전혀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생뚱맞은 길을 내거나 지나치게 계단을 깔아버려 자연성을 훼손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칠장사에서 오르는 길엔 산죽이 우거져 있다. 
이번 탐방로 정비사업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맥길을 한결 수월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근본을 따른다.

금북정맥이다.

정맥이란 우리나라 정통 산맥 인식 체계에 따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대간이라 칭하고 거기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들을 정간, 정맥, 기맥, 지맥 등으로 세분화했다.

금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뻗어 나온 한남금북정맥의 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금강의 북쪽에 위치한 정맥으로 경기도 안성 칠장산부터 충남 태안 지령산까지 약 295km의 산줄기다.

어떤 산꾼들은 백두대간이나 정맥, 지맥을 완주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런 산줄기들이 백두산에서 흘러나온 일종의 풍수지리적인 정기가 흘러 다니는 길이라 그 기운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안성은 조금 더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 산줄기들을 대한다. 바로 생태축이란 것.

울창한 신갈나무 숲이 짙어져가는 가을을 바닥에 깔았다. 
 

칠장산에서 남쪽으로 300m 떨어진 지점에는 3정맥 분기점이 있다.

한남정맥과 금북정맥, 그리고 한남금북정맥이 3갈래로 나뉘는 지점이다.

각각 수백km에 이르는 산줄기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와 그 자그마한 점에서 교차한다.

야생동물의 입장에선 이 점은 인간의 개입을 받지 않고 다른 산줄기로 이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로 치면 일종의 분기점JC이다.

그래서 이 길에 ‘생태’가 붙었다.

그리고 ‘문화’도 붙어 있다.

석남사, 칠장사, 청룡사 등 보물과 사적 가득한 사찰부터 남사당 바우덕이, 어사 박문수의 몽중등과시, 갖바치와 임꺽정, 7인 악인 교화, 400년 전통 복조리마을 등이 금북정맥 안성 구간에 솟아 있는 7개의 산, 7개의 고개마다 서려 있다.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코스별 안내도. 
 

이러한 생태문화를 더 잘 보여 주기 위해서 전문가에게 이 사업을 의뢰했다.

국립공원공단이 맡아 길을 닦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북정맥 안성 구간 28.4km와 주변 순환코스를 아우른 66km의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다. 

 

옛 정상석을 치우지 않은 이유

정맥에 한 번 데여본 이들은 안다.

정말 만만치 않은 길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이 매우 험하고, 애초에 길 찾기도 어렵다.

조금만 방심하면 엉뚱한 지능선을 따라서 이름 모를 마을 어귀로 내려서서 우두커니 머리를 긁적이기 일쑤다.

그래서 일단은 반만 타보기로 했다.

칠장사에서 출발해 칠장산(492m)에 오른 뒤 칠현산(516m), 덕성산(519m)을 지나 광영고개에서 금북정맥을 이탈해 순환코스인 수석정으로 내려서는 12.4km를 목표로 잡았다.

공사가 한창인 칠장사에 섰다.

요사채를 새로 짓고 있는데 12월 중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절 왼편으로 올라가자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가 나온다.

1723년 박문수가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칠장사에서 잤는데 꿈에 나한전 부처님이 과거시험 ‘족보’를 줘 이를 통해 장원급제했다고 한다.

혜소국사비도 보며 경내를 구경한 뒤 절 뒷마당으로 마저 오른다.

그러자 절의 소식을 전하는 깃대 너머로 국립공원 들날머리 트레이드마크인 목재 대문이 보인다. 

대문에 들어서서 뒤돌아 은행과 한데 뒤엉킨 천년고찰 칠장사의 고즈넉한 지붕을 눈에 담아두고 길을 오른다.

길은 잔머리 굴릴 새 없는 정직한 오르막. 우거진 키 큰 산죽이 주변을 꽉 채우고 있다.

그 밀도감이 아직 몸이 덜 풀려 흔들거리는 몸을 기분 좋게 잡아 준다.

산죽 사이로 난 길. 대체로 등산로가 뚜렷하나 간혹 흐려지는데 이럴 땐 이정표와 등산리본을 참고하면 된다. 
 

바닥에는 단풍과 낙엽이 자욱하다.

문명이 세운 계단의 위와 사이 틈바구니에 경쟁하듯 비집고 끼었다.

신갈나무가 다가오는 겨울을 체념하듯 받아들이며 속절없이 톡톡 나뭇잎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고요한 산허리에 낙하음이 울려 퍼진다. 

1km쯤 오르자 3정맥분기점.

여기서 발걸음을 어느 방향으로 두느냐에 따라 다른 수백km의 산줄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인류 문명에 가로막히지 않고 금북정맥 끝 지령산의 짐승이 이곳을 지나 한남정맥을 따라 문수산으로, 혹은 한남금북정맥을 따라 속리산으로 갈 수 있는 것. 

또 약간의 오르막을 보태 칠장산 정상에 오른다.

이번에 등산로 공사를 하며 새로 만들었다는 정상석이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정상석과 어울려 섰다.

예전 정상석들은 아예 없애는 것이 일반적인데 안성시는 과거부터 있던 정상석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비봉산악회가 세운 옛 정상석 뒤에는 이곳으로 흘러드는 3개 정맥의 약도가 정겹게 새겨져 있다.

 

정맥답지 않게 너무나 편한 등산로

다시 정직하게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

오롯이 금북정맥을 탔다면 갚지 않아도 될 빚이지만 중간에 새치기했으니 어쩔 수 없다.

다시 3정맥분기점을 지나 칠현산 방면 이정표를 따른다.

정맥에 뿌리를 박은 숲은 울창하게 가지를 뻗었다.

마치 모세혈관처럼 촘촘하게 사위를 감싼다. 

정맥길에 대한 두려움은 괜한 것이었다.

오르내림은 끊임없고 낙엽 쌓인 길이 가끔 미끄러울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너무나 편안한 육산이다.

옛날엔 힘겹게 올랐을 구간에는 이제 모두 견고한 나무 데크 계단들이 들어서 있어 발을 돕는다.

반복하던 오르내림 도중엔 칠순부부기념탑이 나온다.

한 노부부가 칠순을 기념해 쌓은 돌탑으로 이 탑을 보고 가는 부부는 금슬이 더욱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노부부가 주름진 손으로 하나둘 돌을 쌓아올리며 또 같이 쌓아올렸을 금슬과 정을 헤아려본다.

덕성산 정상 정자. 
 

두터운 신갈나무숲을 통과해 칠현산에 오른다.

칠현산이란 이름은 혜소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일곱 명의 악인을 교화해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오르는 길에 얕은 산죽과 그 위에 우람하게 솟은 소나무 군락이 인상적이다.

칠현산 정상에 오르는데 여전히 조망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금북정맥은 볼거리들을 내놓는다.

덕성산으로 향하는데 이따금 왼쪽으로 진천 일원 너머로 흐르는 음성의 산줄기, 또 오른쪽은 앞으로 가야 하는 안성의 산줄기들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그 흔한 누군가가 실수로 흘린 초코바 껍질 쓰레기 하나조차 없을 만큼 등산로는 깨끗하다.

그 광경이 머리와 마음마저 깨끗하게 지워낸다.

상념을 잊고 정처 없는 듯 걷자 어느덧 덕성산 갈림길. 덕성산은 길에서 100m 옆에 따로 솟아 있다.

무시하고 지나칠까 싶다가 문득 칠현산에서 멀리 지평선에 특이하게 생긴 소나무가 보였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바로 그 훤칠하고 잘생긴 소나무가 덕성산 정상석을 그늘처럼 덮고 서있다.

울긋불긋 물든 금북정맥.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덕성산 정상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모두 보상해 주는 곳이다.

정자 한 채가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 앉으면 바로 앞 진천부터 음성까지 쭉쭉 지평선까지 막힘없이 펼쳐진 조망을 한가롭게 즐길 수 있다.

낮고 아담하게 솟아 흘러대는 지능선들이 귀엽다. 

덕성산에서 이어지는 길은 쉴 만하면 오르고, 또 올랐다 싶으면 내려간다.

재간스러운 길의 장난을 즐기면서 꾸준히 길을 따른다.

네이버 지도상으로는 어느 순간 등산로가 꼬리를 말고 진천 쪽으로 빠지며 사라지지만 실제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다. 

큰 계단 하나를 오르면 광영고개.

여기서부터 금북정맥과 헤어져 금광호수를 향해 내려간다.

멋진 소나무들 아래로 정면에 큰 송전탑이 보인다.

금북정맥 탐방안내소까지 6.6km인데 수석정에서 탐방안내소까지 가는 1.6km의 박두진문학길을 포함한 거리다.

그러니 수석정까지는 5km 남은 것. 

낙엽이 짙게 깔린 곳은 자칫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송전탑을 지나면 적당한 오르내림을 겪으며 꾸준히 해발고도를 떨어뜨린다.

사람의 등장이 신기한지 청설모와 딱따구리가 구경을 나왔다가 눈이 마주치자 잽싸게 도망친다.

구불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상수리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숲을 번갈아 통과하며 큰골봉과 뒷골봉을 넘는다.

누군가 마을주민이 걸어둔 파란색 그물의 해먹은 신갈나무 낙엽이 먼저 이용하고 있다.

길과의 이별은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 순간 툭하고 임도로 길이 떨어지며 안성연수원 건물과 눈앞에 금광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석양이 드리운 호수 위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개를 펼치고 자유롭게 날아가며 서로 어우러진다.

등산과 생태, 그리고 문화도 안성 금북정맥 위에서 어우러졌다. 

수석정으로 내려서는 날머리. 
칠장산  등산지도

 

산행길잡이

단순 명쾌한 금북정맥 길이다.

한 번에 이어 걷는다면 길잡이가 별도로 필요 없을 정도로 이정표가 잘 돼 있고 길도 헷갈릴 것이 없다.

다만 낙엽이 짙게 쌓여 길의 형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는데 그럴 땐 경기도둘레길이나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등산리본이 주위에 있으니 이를 통해 길을 찾아가면 된다.

도로가 통하는 일부 고개에 금북정맥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 공간과 데크 계단 등을 이번에 새로 만들어두기도 했다.
또한 네이버 지도 및 산림청에서 일부 구간을 봄, 가을 산불조심기간 입산통제구역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안성시에 따르면 입산통제되는 구간은 없다고 한다.  

 

교통

들날머리인 칠장사와 수석정 모두 주차장이 넓게 확보돼 있어서 차를 주차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칠장사는 죽산터미널을 한 번 거쳐서 가야 한다.

죽산까지는 여러 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

만약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죽산터미널로 한 번에 가면 된다.

죽산터미널에서 칠장사까지는 3-2번 버스가 하루 4회(06:30, 09:30, 13:00, 18:30) 운행한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수석정은 봉산로터리를 한 번 경유해야 한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다수의 버스가 봉산로터리를 오간다.

수석정 안성연수원 정류장에서 봉산로터리는 2번 버스가 하루 5회(종점발 기준 11:10, 14:10, 16:30, 19:10, 22:20) 운행한다.

 

맛집

금광호수 주변에 맛집들이 여럿 있다.

먼저 기와집(0507-1317-3553)은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으로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

장어구이는 국내산으로 3마리 2인 기준 9만 원, 쏘가리매운탕 12만 원, 잡어매운탕 中  7만 원. 장어매운탕도 판다.

맛은 얼큰하고 시원하며 산행 후 주린 배를 꽉꽉 채워 줄 만큼 양도 풍족하다.
통돼지와도토리(0507-1376-1292)도 좋은 선택지다.

불 맛 가득한 삼겹살과 도토리묵을 함께 즐기는 통삼겹 훈제보쌈( 6만5,000원)이 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온묵밥(1만1,000원), 들깨 국물에 도토리수제비가 들어간 임자탕(1만3,000원) 등 식사 메뉴도 인기가 높다.
두 가게 모두 사전 예약을 추천한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