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경북 상주 ‘낙동강길’
상주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걷는 게 대세다. 제주도발 '걷기 열풍'이 육지에 상륙해 저마다 '걷는 길'을 만들고 있다.
쌀과 누에, 곶감 등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MRF(Mountain·River·Field)'가 대표적.
이는 산길과 강길, 들길을 모두 아우르고 원점회귀를 원칙으로 하는 신종레포츠다.
지난해 말 조성을 끝낸 MRF 코스는 모두 12개.
이중 낙동강과 비봉산을 끼고 가는 '낙동강길'이 특히 인상적이다.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상주의 속살을 숨김없이 볼 수 있는 이 길을 개발자인 전병순씨(52·상주시청 문화관광과)와 함께 걸어봤다.
경천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상들판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다.
그 길이는 1300리에 달하는 525.15㎞.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이지만 이름은 상주에서 얻었다.
'낙동(洛東)'이란 '낙양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란 뜻.
낙양은 가락을 뜻하고 가락은 지금의 상주땅을 말한다.
결국 '상주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 바로 낙동강인 셈이다.
경천대
상주사람들은 낙동강 줄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경천대(擎天臺)'를 꼽는다.
그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하늘이 만들었다'는 뜻의 '자천대(自天臺)'로 불렀을까.
'낙동강길'은 바로 경천대가 출발점이다.
경천대 전망대 오르는 길
10.8㎞ 거리의 '낙동강길'은 경천대를 출발해 양수장, 경천교, 동봉 입구, 비봉산, 청룡사, '상도' 촬영장, 경천교를 거쳐 다시 경천대로 돌아온다.
길을 나서는 순간 모두가 '시인'과 '이야기꾼'이 되는 길이란다.
경천대 전망대 오르는 길에는 돌탑이 무수하다.
2003년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던 전병순씨가 쌓아올린 탑이다.
직원들과 함께 쌓은 탑은 무려 108개. 탑마다 정성이 가득하다.
경천대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툭 터진다.
발아래 회상들판이 훤하고 경천대도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다.
경천대 오른쪽에 고즈넉이 자리한 무우정이 한가롭다.
정자는 조선시대 석학 우담 채득기 선생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았던 곳.
하늘로 치솟은 절벽 위에 거대한 바위가 소나무를 이고 있는 경천대는 금빛 모래밭과 마주하고 있다.
그 사이로 짙푸른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가히 눈부신 절경이다.
경천교
MRF 코스는 경천대를 둘러본 뒤 건너편 길을 따라간다.
구름다리를 건너 숲길을 따라 천길 낭떠러지에 오르면 좌측으로 낙동강이 한눈에 잡힌다.
여기서 산 아래로 내려선 후 철조망을 지나면 강변길이다.
귓불을 스치는 5월 강바람이 상큼하다. 10여분쯤 걷자 다리 하나가 나온다.
낙동강에서 길이가 가장 짧다는 경천교(330m)다.
다리 뒤편에는 오는 10월 새롭게 이전해 오픈하는 자전거박물관 공사가 한창이다.
다리 위에는 30대의 거대한 모형자전거가 위용을 자랑한다.
다리 위에는 30대의 거대한 모형자전거가 위용을 자랑한다.
'자전거도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한 대에 무려 1700만원짜리란다.
다리 끝에는 그 옛날 회상나루터 자리를 알리는 비석을 세웠다.
비석에는 '회상나루는 회곡진(回谷津)이라고도 하며 풍양에서 상주로 상주에서 안동으로 왕래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객주촌이 번성해 애환과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고 적혀 있다.
고사리
오른쪽 비탈로 오르면 비봉산 들머리다.
여기서부터는 강길을 버리고 산길로 간다. 초입은 경사가 가팔라 숨이 할딱거린다.
이곳을 벗어나면 해발 230m의 야트막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호젓한 숲길은 끊어진 듯 이어져 남쪽으로 내달린다.
소나무가 주종인 숲은 참나무 군락도 눈에 띈다.
고사리와 제비꽃, 양지꽃, 할미꽃, 고란초, 부처손, 가막사리도 지천이다.
비봉산 능선길
전망대까지 이어진 능선길은 4㎞ 정도.
오른쪽 옆구리에 줄곧 강줄기를 끼고 가는 낙동강변 유일의 등반코스다.
능선길 초입에 들어서자 먹이를 찾던 노루 한 마리가 인적에 놀라 쏜살같이 사라진다.
소나무 한 그루를 등에 이고 있는 '이무기바위'도 모양새가 이채롭다.
숲길로 들어설수록 강바람이 시원하고 새소리는 청아하다.
숲길로 들어설수록 강바람이 시원하고 새소리는 청아하다.
숲향기가 알싸한 능선길은 솔잎이 융단처럼 깔려 푹신하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자연숲길'이다.
종아리가 뻑뻑해질 즈음, 정상인 동봉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에 오르자 상주시내와 벌판, 거대한 모래밭인 '하중도(河中島)'가 '와락' 달려든다.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상도 촬영장
하산길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룡사를 거쳐 내려선 후 강변을 따라 들길로 간다.
샛노란 민들레, 새하얀 복사꽃과 배꽃이 외지인을 반기는 이 길에는 드라마 '상도'를 촬영했던 세트장이 있다.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만하다.
낙동강길은 상주의 산길과 들길, 강길 중에서도 알짜배기만 모아놓은 구간.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낙동강길은 상주의 산길과 들길, 강길 중에서도 알짜배기만 모아놓은 구간.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MRF 동호회 회장인 전병순씨는 "MRF 코스는 주변 관광지는 물론 저마다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낙동강 상주보 공사현장
되돌아온 경천교에서 강 상류를 본다.
상주보 공사가 한창이다.
준설구역을 표시하기 위한 붉고 파란 깃발이 모래밭에 어지럽다.
보가 완성되는 연말께는 수심이 깊어진다.
황금빛 모래벌판은 추억으로 남는다.
이를 아쉬워한 듯 '흐르는 강'이라고 모래로 써놓은 글자가 가슴에 아련하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서울→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IC→25번 국도→경천대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서울→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IC→25번 국도→경천대
장각폭포와 금란정
▲주변 볼거리:문장대, 낙화담, 옥량폭포, 오송폭포, 용유계곡, 남장사, 충의사, 화달리3층석탑, 도남서원, 상주박물관, 자전거박물관, 임란북천전적지, 동학교당, 성주봉자연휴양림, 장각폭포와 금란정, 은자골 전통장, 효자정재수기념관 등
▲맛집:백련지 식당(연밥, 054-541-0203), 청석골식당(버섯전골, 054-536-6022), 홍성식육식당(소고기, 054-536-6608), 새지천식당(우리밀칼국수, 054-534-6402), 경천대회타운(일식, 054-536-7471) 등
▲숙박:상주관광호텔(054-536-3900), 오렌지골프리조트(054-530-8888), 경천대 펜션(054-536-7471) 등
▲문의: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537-7207
■MRF 12코스
1코스 낙동강길(10.8㎞):경천대-비봉산-촬영장-경천교-경천대(3시간30분)
2코스 아자개성길(23.1㎞):경천대-도남서원-병성교-아자개성-강창교-중동제방-청용사-촬영장-경천교-경천대(6시간)
3코스 초원길(19.6㎞):경천대-경천교-덕암산-상풍교-매협제방-경천대(5시간)
4코스 똥고개길(9.9㎞):북천시민공원-서보다리-똥고개-개운천-북천시민공원(3시간)
5코스 천년길(16㎞):북천시민공원~연원교~서보다리~너라골동네~남장교~연수암~구 서원~연원교~북천시민공원. 총 16㎞에 4시간여 소요.
6코스 자산길(6.6㎞):북천시민공원-산모퉁이 오막살이-자산-북천시민공원(1시간40분)
7코스 너추리길(7.4㎞):북천시민공원-동수나무-영암각-북천시민공원(2시간)
8코스 가야길(6.7㎞):신흥교-오봉산-봉우재-새말-신흥교(2시간)
9코스 장서방길(8.5㎞):안장서방 입구-노루목-서만새터-안장서방 입구(2시간20분)
10코스 바람소리길(11.1㎞):양달마-고갯마루-예의마을-양달마(3시간)
11코스 숨소리길(7.7㎞):낙동한우촌-나각산-강길-낙동한우촌(2시간10분)
12코스 소곰길(7.3㎞):중소2교-소곰재-예주교-잠수교-지평교-중소2교(2시간5분)
<상주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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