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⑤ 최북단 화진포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2013.09.03 06:52
푸른 동해 지키는 하얀 등대 지나 고운 모래밭 걸어요
바다가 만들어낸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화진포 호수길.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쭉 뻗은 길이 ‘해파랑길’이다. 부산에서 경북 영덕, 강원도 삼척·강릉을 거쳐 고성에 이른다. 푸른 동해 물결을 따라 장장 770㎞에 걸쳐 이어진다. 그 끝은 대한민국 최북단이다. 힐링트레일 전문여행사 블루라이프는 금강산에서 열릴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대한민국 최북단 길을 걷기로 했다. 통일의 염원을 품은 최북단 길 중 거진항에서 화진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에 위치한 거진항은 1980년대 명태의 황금어장이었다. 당시 전국 명태의 60% 가량을 거진항에서 잡아 올렸다. 거진항 입구에는 화강암으로 빚어진 소년상이 명태를 들고 서 있다. 명태로 활력 넘친 거진항의 옛 성세(成勢)를 되찾고 싶어하는 듯하다. 거진항을 지나 항구 뒷편에 야산이 있다. 소나무들이 빽빽히 자라있다. 거센 동해 바람을 맞아서인지 꾸불꾸불 휘어진 소나무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이 곳을 밝히는 하얀 등대는 거진항의 명물이다. 등대 아래 뻗어 있는 국도는 바다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해오름 전망공원에 다다른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서 있다. 인어상을 비롯, 돌로 만든 각종 조각작품을 전시해 놓은 산상 정원이다. 마치 로마시대 정원을 연상케한다. 동해가 보이는 이 길은 해안도로를 거쳐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의 화진포로 이어진다. 화진포호는 강물에 실려온 모래가 바닷물에 부딪히면서 길게 모래톱을 형성한 자연호수이다. 둘레가 16㎞나 되는 동해안 최대 호수이다. 잔잔한 호숫가에는 붉은 해당화가 가득 피어있다. 미류나무 잎사귀를 스쳐온 바람이 길게 자란 갈대들을 마구잡이로 흩뜨리며 지나간다.
이 화진포 호수길은 금강소나무가 모여 있는 화진포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금강소나무가 가득한 숲 속에 운치 있는 건물이 있다. 바로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이다. 이 곳 화진포는 6·25전쟁 이전에 북한이 소유한 땅이었다. 해안 절벽 위 소나무 숲에 자리 잡은 ‘화진포의 성’은 1938년 건립된 후 예배당으로 사용돼 왔다. 이 곳을 ‘김일성 별장’이라 부르는 까닭은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이 가족들과 종종 묵고 갔기 때문이다. 이기붕 전부통령의 별장 역시 과거 북한군의 귀빈휴양소로 이용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이 길은 화진포 호수의 섬에 지어진 ‘이승만 별장’으로 향한다. 거대한 호수의 풍광이 펼쳐지는 곳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1954년 지은 후 이승만 전대통령 부부가 수시로 찾아왔다. 별장 안엔 집무실과 침실·거실이 있다. 이 전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닮은 밀랍인형과 함께 침대·낚시도구·옷·여권·편지 등 유품 53점이 전시돼 있다.
산·바다·호수·섬·숲과 기암괴석이 있는 화진포 가는 길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이곳에서 차로 20분 넘게 북쪽으로 달리면 고성군 명파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북단 식당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비무장지대 안 ‘건봉사’도 둘러볼 수 있다. 진신사리(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를 보관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사진 블루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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