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봄·봄·봄] [3] 물따라 - 속초 영랑호
- 1300년 역사 영랑호, 둘레길 7.8㎞
범바위서 보는 호수 풍경 장관… 하구로 가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여름엔 카누 등 수상 레포츠, 가을 단풍·겨울 설경 일품
닭강정 등 먹을거리도 푸짐
옅은 초록색 수면 위로 바위가 어른거렸다. 잠실종합운동장 10개 크기(119만㎡)의 너른 호숫가를 둘렀던 연분홍 벚꽃이 스러져가고, 대신 연둣빛 신록이 번져가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설악산 울산바위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어느 시인은 영랑호(永郞湖)를 '속초의 눈동자'라고 했다던가.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로 펼쳐진 호수의 맑은 물빛이 그 말을 실감케 했다.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영랑호는 자연 석호(潟湖)다. 강 하구로 들어온 바닷물이 육지를 깎아내고, 모래 퇴적물이 만(灣)의 입구를 가로막으면서 호수가 됐다.
지금은 입구가 터져 바다와 연결돼 있지만, 염도가 낮은 호수 상류에는 잉어 등 민물고기가 떼로 몰리곤 한다. 늦가을부터 봄까지는 고니, 청둥오리 등 월동하러 날아온 철새들로 장관을 이룬다.
◇산책·자전거로 곳곳 비경 즐겨
영랑호는 걸어야 맛이다. 편한 신발을 신고 두 시간쯤 느긋하게 발길을 옮기다 보면 7.8㎞의 둘레길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작은 뿔이 달린 동물 형상을 한 영랑호는 굽이굽이마다 숨은 경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범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풍경은 놓쳐서는 안 될 비경이다. 코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면 어느새 사색에 빠져든다.
호반에 자리 잡은 리조트에서 시간당 4000원에 자전거를 빌리면 상쾌한 봄바람을 맞으며 호숫가를 달릴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모는 삼륜 전기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역사 얘기를 들으며 한 시간쯤 영랑호를 도는 '스토리 자전거'(1만원)도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하구로 나가면 탁 트인 동해가 기다리고 있다.
김혜자 속초시 홍보축제계장은 "영랑호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산책길로 가꿔져 지금은 속초시민이 가장 편하게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됐다"며 "한 해 1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속초를 찾지만, 의외로 영랑호는 크게 붐비지 않는다"고 했다.
◇시시각각, 철마다 다른 얼굴
영랑호에는 1300년의 역사가 어려 있다. 삼국유사 등에 따르면 신라시대의 화랑 영랑은 동료인 술랑, 안상, 남석행 등과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성 삼일포에서 사흘을 놀았다. 그 후 동료와 헤어진 영랑은 금성(현 경주)으로 돌아가던 길에 이곳을 들렀고, 맑고 잔잔한 호수에 비친 노을의 아름다움에 취해 오랫동안 머무르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영랑호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영랑호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이 일품이다. 여름에는 카누·카약·웨이크보드 등 수상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속초시 관광과 박보영씨는 "날씨 좋은 봄날 영랑호 수면 위에 비치는 설악산은 한 폭의 그림"이라고 했다.
◇물회·닭강정·아바이순대집 순례
2㎞ 거리에 이웃해 있는 청초호는 영랑호와 쌍둥이 같다고 해서 쌍성호(雙成湖)로 불린다. 청초호는 일제가 바다로 나가는 좁은 입구를 파내고 축대를 쌓아 큰 배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하면서 지금은 속초항의 내항으로 변했다.
청초호 북쪽 끝엔 국내 대표적인 함경도 실향민 정착촌인 아바이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뗏목 모양의 갯배(편도 200원)를 타고 2~3분 거리에 있는 중앙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코스이다. 갯배는 드라마 '가을동화'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앙동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주말이면 반건조 오징어 등 건어물을 사거나 아바이순대, 물회, 섭국(홍합국), 성게알밥, 닭강정 등을 맛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청초호에서 남쪽으로 3㎞가량 떨어져 있는 대포항은 신선한 생선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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