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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울릉도 특집 | ② 백패킹으로 울릉도 한바퀴] 신비의 섬에 새롭지 않은 길은 없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10. 23.

[가을 울릉도 특집 | ② 백패킹으로 울릉도 한바퀴] 신비의 섬에 새롭지 않은 길은 없다

  • 글·사진 김민수 객원기자 

 

총연장 50km 안팎, 두 발로 도는 섬 한 바퀴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말, 울릉도에서는

 ‘2013 도전 백패킹&카약킹! 울릉도 낭만 대탐사’ 행사가 열렸다.

울릉군산악연맹(회장 김두한)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사전 심사를 거쳐 선발한 백패커와 카야커 10명씩이 참가했다.

 육지와 바닷길을 통해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팸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100% 스폰서십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울릉도 혜초여행사에서 주관하고

제로그램, C&K 컴퍼니, 대아고속해운에서 후원했다.


오전 8시에 묵호항을 출발하는 배에 오르려면 밤잠을 설쳐야 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차량은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했고, 퍼붓는 장대비를 뚫고 고속도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묵호항은 초만원이었다.

막바지 휴가철답게 형형색색 나들이 차림을 한 사람들은 상기된 얼굴로 출항 시간을 기다렸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착한 도동항. 갈매기 날갯짓에 실려 온 해풍에는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다닥다닥 붙은 마을 풍경은 언제나처럼 정겨움을 느끼게 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이국적인 항구 풍경과 더불어 흡사 외국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 첫 날 만난 바위 전망대. 삐죽이 얼굴을 내민 곳이 도동항이다.

찾을 때마다 새로움 선사하는 울릉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차량에 나눠 타고 미팅 장소인 울릉콘도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그곳에서 점심식사와 함께 행사취지 및 일정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았다.

이번 팸투어에 참가한 인원들은 백패킹과 카야킹 분야에서 열정을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블로거들로 이뤄졌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브리핑에 임하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식사 후 일행들은 두 팀으로 갈렸다.

카약 팀은 다음날부터 시작될 일정을 위해 사전 루트 정찰을 떠났고, 백패커들은 곧장 도보 탐사를 시작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동 저잣거리를 빠져나오자 거짓말처럼 산길이 시작됐다.

울릉군청 뒤 야산으로 접어들자 온갖 소음들이 일순간 잦아들며 호젓한 오솔길이 펼쳐졌다.

‘두발로’ 팀은 저동항까지 트레킹한 뒤 차량을 이동해 내수전전망대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후 숲길로 북면 섬목마을까지 선을 이은 뒤, 삼선암이 바라보이는 선녀탕 인근에서 1박하게 된다.


울릉도 트레일은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이용해 오는 산길과 임도,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일주도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면이 깎아지른 화산섬인 탓에 안전상의 이유로 일부 구간은 포장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로들이 거미줄같이 나 있지만 외지인들이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번 행사는 걷는 재미가 덜한 아스팔트 도로는 차량이동으로 건너뛰는 대신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내륙 속살을 만끽할 수 있게 기획됐다.


	1 도동을 출발해 저동 방향으로 높이를 더하다 보면 커다란 바위에 설치된 철제계단을 오르게 된다. 2 고사리과의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길. 일주도로를 벗어나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섬은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으로 찾은 이들을 맞이한다. 3 어둠이 내린 천부항의 야경.
▲ 1 도동을 출발해 저동 방향으로 높이를 더하다 보면 커다란 바위에 설치된 철제계단을 오르게 된다.
2 고사리과의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길.
일주도로를 벗어나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섬은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으로 찾은 이들을 맞이한다.
3 어둠이 내린 천부항의 야경.

빗줄기가 가늘어지는가 싶더니 때마침 날씨가 개이며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거진 산림에 가린 그늘진 숲길은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사실 이번 비는 100여 일에 달하는 긴 가뭄 끝에 내린 귀한 손님이다.

모처럼 어려운 발걸음을 한 방문객들에게야 더할 나위 없는 불청객이지만,

물이 귀한 섬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오른쪽 아래로 도동항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며 모습을 드러냈다.

검푸른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단애에서 내려다보는 항구 전경은

반대편 독도전망대에서 보아오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무척이나 신선했다.

걷는 내내 일행들이 나누는 대화소리는 두런두런 끊이질 않았고,

습기를 흠뻑 머금은 숲에는 코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숲내음이 가득했다.

처음 울릉도를 찾은 이들이 대부분인 ‘두발로’ 팀에게 길은 그렇게 편안한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저동항에 내려서자 방파제 너머로 하늘을 향해 곧추선 촛대바위가 사람들을 맞이했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탄 뒤 이번에는 내수전전망대로 향했다.

독도전망대와 더불어 바다와 어우러진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곳.

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올라가지 않았다.



	내수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전경.
▲ 내수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전경.

차량에서 내린 팀은 대신 정북방향 섬목마을을 향해 산길로 접어들었다.

울릉도에는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일주도로가 나 있다.

하지만 북면 섬목에 이르러 길이 끊어지는데 여기서 내수전을 잇는 4.7km 구간은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울릉도 트레일을 아끼는 이들은 내수전과 섬목을 잇는 이 구간을 백미로 치곤 한다.

길이 끊기는 곳에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찾는 사람이 적고,

그런 만큼 호젓함 속에 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답사 당일 마주 오는 이들과 단 한 차례 만났을 정도. 그마저도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조우였다.


한낮인데도 빛이 별로 들지 않는 숲속은 어두운 밤을 연상케 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짙은 녹색 일색인 탓에 눈이 뜻하지 않는 호강을 한다.

성인봉(984m)을 중심으로 울릉도에는 아직 외부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원시림이 잘 발달해 있다.

특히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많은 희귀식물들이 자생하는데

너도밤나무, 섬조릿대, 솔송나무, 섬단풍나무 등과 섬말나리, 섬바디, 섬노루귀 등이 좋은 예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는 울릉도의 원시림은

그야말로 자손대대로 가꾸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산림자원인 것이다.


해질 무렵 도착한 섬목마을 뒤로는 어느덧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잠기고 있었다.

선녀탕 야영지에 도착한 백패커들은 식사준비를 하고 텐트를 설치하는 등 한동안 분주했다.



	1 나리분지에 마련된 섬말나리 동산. 섬말나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2 알봉분지 한 편에 자리한 투막집. 1940년대 지어진 걸 보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 1 나리분지에 마련된 섬말나리 동산. 섬말나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2 알봉분지 한 편에 자리한 투막집. 1940년대 지어진 걸 보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순위 매길 수 없는 절경들 이어져


이튿날 일정은 편평한 땅이 귀한 섬 울릉도에서 가장 너른 평야를 이루고 있는 나리분지에서 시작됐다.

근처 신선수라는 이름의 샘에서 다리쉼을 한 뒤 현포까지 길을 이을 요량이다.

도중에 알봉분지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 역시 나리분지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났다.

울릉도 성인봉은 특이하게도 두 차례 화산 분출이 모두 정상이 아닌 중턱에서 이뤄졌다.

그로 인해 해발 250m 높이에 이렇듯 독특한 지형이 생겨난 것이다.


두 곳 분지를 걷다 보면 울릉도의 전통가옥 형태인 ‘투막집’을 볼 수 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기거했던 이 집들은

지금은 섬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학습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물맛 좋은 신선수는 바로 곁에 마련된 ‘족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길어야 2~3분이면 어지간한 사람도 나가떨어질 정도의 차가운 냉수지만,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너른 평지 너머로 넘실대는 능선과 그 뒤로 펼쳐진 병풍 같은 바다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오가 가까워지며 따가운 햇살이 화살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어느 누구도 피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섬을 느끼고 하나가 되고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섬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강한 흡인력으로 사람들을 제 살 속으로 받아들였다.



	태하전망대에서 바라본 현포 방향 풍경.
▲ 태하전망대에서 바라본 현포 방향 풍경.
울릉도의 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으로 한국의 1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절경이다.

짙은 녹음 속을 한 시간가량 헤매다 광활한 바다가 아찔하게 펼쳐지는 전망대에 올라섰다.

울릉도 유일의 식물원 예림원 내에 위치한 곳으로,

일명 코끼리바위라 불리는 공암과 송곳봉(430m) 등의 장관이 펼쳐진다.


현포마을에 이르러 허기진 배를 채운 팀은 마을 뒤 현포전망대를 거쳐 향목령으로 향했다.

도중 군사시설로 인한 제한구역이 있어 가슴 높이를 훌쩍 높이는 수풀 속을 헤치며 걸어야 했다.


향목령에 다다랐다면 향목전망대는 필히 들러야 한다.

한국의 1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곳.

이곳에서 바라보는 울릉도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할 만해 범상한 이라도 신선이 될 것만 같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성인봉의 크고 작은 능선들은 남성미를 과시하며 바다로 달려 나가고,

먼 옛날 용암이 바다와 만나 생겨났다는 송곳봉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아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카메라 든 손을 쉴 수 없게 만든다.

그 속에 몸이라도 담글라치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바타’가 되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태하마을 해안 산책로 데크에서 밤을 보내고 3일째 날이 밝았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보낸 지난밤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역시 화창한 가운데 일정은 시작되고 ‘두발로’ 팀은 태하령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주민들이 아니면 아는 이가 없을 법한 길에는 이끼가 무성했고, 숲은 그 짙음을 더하며 햇빛을 차단해 버렸다.



	알봉분지에 자리한 옥수수 경작지. 이웃한 나리분지와 더불어 울릉도에서는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너른 평지다.
▲ 알봉분지에 자리한 옥수수 경작지.
이웃한 나리분지와 더불어 울릉도에서는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너른 평지다.

태하령 고갯마루 일대는 오직 울릉도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너도밤나무, 섬잣나무, 솔송나무 군락지가 있어 천연기념물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한대식물인 만병초와 난대식물인 동백이 한데 어우러져 자라고 있어 신비의 섬 울릉도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태하령을 오르내리는 길은 서면 남양과 북면 태하마을을 잇는 옛길이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산길은 태풍이나 산사태로 인해

일주도로를 이용할 수 없을 때 우회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남양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카메라에 그 광경을 담으려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마을로 내려서기 전 지나게 되는 위통구미에서는 가파른 산비탈을 일궈 나물농사를 짓고 있다.

부지갱이와 고비나물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울릉도의 이름난 먹거리 중 하나인 따개비칼국수로 식사를 마치고

인근 사동마을에 있는 진각종 성지 금강원에서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백패킹 팀은 차량으로 대하리조트로 이동해 리조트 측에서 제공한

야영 터에 여장을 풀고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밝혔다.


울릉 혜초여행사에서는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오토캠퍼들을 초청해 한 차례 더 팸투어를 가질 계획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대표 최희찬씨는 “아직 울릉도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매력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며

 “우리 모두의 자산인 이 관광자원들을 잘 정비하고 관리해 더욱 많은 이들이 다녀가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울릉도 문화관광 해설사 이소민씨

MINI INTERVIEW


울릉도 문화관광 해설사 이소민씨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부디 지켜주세요”


이번 울릉도 백패킹 탐사에 동행하며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준 숨은 공신.

울릉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문화관광 해설사 중 한 명인 이소민씨는,

인터넷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정보들로 산행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직업적인 이유 외에 그가 이토록 울릉도에 대해 해박한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

지금보다 젊었을 땐 좀더 큰 세상 욕심에 뭍에 나간 적도 있었지만, 2009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터를 잡았다.


“울릉도에는 육지에선 볼 수 없는 볼거리들이 가득해요.

여기 살고 있지만 저 역시 철따라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섬과 연애하고 있어요.

한번 다녀간 이들이 이곳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 이유죠.

하지만 최근 울릉도는 무분별한 임산물 채취와 개발 등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병들고 있어요.

아직 늦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현재의 모습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개발 정책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봐요.

주민들 스스로의 환경의식 고취도 필요한 대목이고요.”


이름 모를 꽃들과 인사하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나무들과 대화하는

이소민씨는 사실 여성산악인 수가 적었던 시절부터 ‘흰 산’을 오르던 전문산꾼 출신이다.

1980년 초부터 산을 오른 그는 히말라야와 유럽 알프스, 알래스카 등지에서 등반했고,

1985년에는 네팔 가네시히말 원정을 다녀왔다.

당시 지금의 반려자인 조중호씨와 부부의 연을 맺어

함께 도봉산 아래에서 ‘어택캠프’라는 이름의 장비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저동에서 ‘어택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문화관광 해설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