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8 낯선 편지 / 나희덕 낯선 편지 오래된 짐꾸러미에서 나온 네 빛바랜 편지를 나는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다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건포도처럼 박힌 낯선 기호들, 그 속삭임을 어둠 속에서도 소리내어 읽곤 했던 날들, 그러나 어두운 저편에서 네가 부싯돌을 켜대고 있다 한들 나는 이제 눈 멀어 그 깜박임을 .. 2011. 9. 19. 내 인생의 가시 / 나희덕 내 인생의 가시 가시는 꽃과 나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또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찔리면서 사람은 누구나 제 속에 자라나는 가시를 발견하게 된다. 한번 심어지고 나면 쉽게 뽑아낼 수 없는 탱자나무 같은 것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뽑아내려고 몸부림칠수록 가시는 더 아프게 .. 2010. 8. 7. 기억의 자리 - 나희덕 기억의 자리 -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 2009. 8. 31. 삶의 가시 삶의 가시 가시는 꽃과 나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또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찔리면서 사람은 누구나 제 속에 자라나는 가시를 발견하게 된다. 한번 심어지고 나면 쉽게 뽑아낼 수 없는 탱자나무 같은 것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뽑아내려고 몸부림칠수록 가시는 더 아프게 자신.. 2007. 12. 22. 달개비꽃 피는 창문 / 나희덕 ♣ 달개비꽃 피는 창문 - 나희덕 ♣ 그 창문은 내 발길 아래 있다 지하의 방 한 칸 세상의 볕이 잠시 모였다 흩어지고 별조차 내려오지 않는 창문에 달개비꽃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어난다 버석거리는 밥술과 자욱한 꿈자리 창에 들이친 흙탕물은 지나가던 내 발걸음 때문이었나 한때 가난은 나의 것이.. 2007. 8. 3. 기억의 자리 / 나희덕 기억의 자리 /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 2006. 3. 25. 산 속에서 산 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 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 2005. 8. 18. 산 속에서 산 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 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 2005. 6.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