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619 [정민의 世說新語] [551] 취문추지 (就紊墜地) 취문추지 (就紊墜地)[정민의 世說新語] [551] 취문추지 (就紊墜地) 허균(許筠·1569~1618)이 쓴 '관론(官論)'을 읽었다. 국가조직의 문제점을 꼬집은 내용이다.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관직을 멋대로 늘리면 권한이 분산되어 지위가 높아지지 않는다. 인원이 많을 경우 녹(祿)만 허비하면서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서 잘 다스려지는 이치는 결코 없다." 이어 불필요하게 자리 수를 늘린 결과 국가 예산을 잡아먹고 소관 다툼만 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부서 배치의 예를 들었다. 종실(宗室)의 친인척 관리는 종인부(宗人府) 하나면 충분한데, 종실과 제군(諸君)에 관한 일을 맡은 종친부(宗親府), 공주와 옹주 및 부마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의빈부(儀賓府)를 각각 두고, 왕실의 족보와 종실의 잘.. 2019. 12. 26. [정민의 世說新語] [550] 습정양졸 (習靜養拙) 습정양졸 (習靜養拙)[정민의 世說新語] [550] 습정양졸 (習靜養拙) 우왕좌왕 분주했고 일은 많았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손에 쥔 것은 별로 없다. 세밑 언덕에 서니 이게 뭔가 싶어 허망하다. 신흠(申欽·1566~1628)의 '우감(偶感)'시 첫 수는 이렇다. "고요 익혀 따지는 일 잊어버리고, 인연 따라 성령(性靈)을 길러보누나. 손님의 농담에 답할 맘 없어, 대낮에도 산집 빗장 닫아둔다네(習靜忘機事, 隨緣養性靈. 無心答賓戲, 白晝掩山扃)." 고요함에 익숙해지자 헤아려 살피는 일도 심드렁하다. 마음 밭은 인연 따라 흘러가도록 놓아둔다. 작위하지 않는다. 실없는 농담과 공연한 말이 싫다. 산자락 집 사립문은 대낮에도 굳게 잠겼다. 나는 나와 대면하는 게 더 기쁘다. 나는 더 고요해지고 편안해지겠다. .. 2019. 12. 19. [정민의 世說新語] [549] 낙화유수 (落花流水) 낙화유수 (落花流水) [정민의 世說新語] [549] 낙화유수 (落花流水) 남인수 선생의 노래 '낙화유수' 원곡을 여러 날 들었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엮어 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낙화유수 네 글자에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어여쁘던 꽃이 물 위로 진다. 물결 따라 흘러간 꽃잎은 어디로 갔나. 2절.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3절.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러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 소식을 편지로 쓰자." 가사가 가락에 얹혀 낭창낭창 넘어간다.봄이 가고 꽃이 진다. 진 .. 2019. 12. 12. [정민의 世說新語] [548] 어귀정상 (語貴精詳) 어귀정상 (語貴精詳)[정민의 世說新語] [548] 어귀정상 (語貴精詳) 이덕무가 '사소절(士小節)'에서 언어에 대해 말한 몇 대목을 추려 본다. 읽다 보니 찔끔하게 만드는 구절이 많다. "말이 많은 사람은 위엄을 손상하고 정성을 덜어내며, 기운을 해치고 일을 그르친다 (多言者, 傷威損誠害氣壞事)." 말 많아 좋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입만 열면 멈출 줄 모른다. "말마다 농담만 하면 마음이 방탕해지고 일마다 실속이 없다. 남들도 우습게 보아 업신여긴다 (言言諧嘲, 心則放而事皆無實, 人亦狎而侮之也)." 제 딴에는 남을 웃기려고 한 말인데, 저만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만다. 종내는 남의 업신여김까지 받게 된다. 말을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말을 할 때 빈말을 글 쓸 때 첫머리처럼 먼저 늘어놓아, .. 2019. 12. 5. [정민의 世說新語] [547] 객기사패 (客氣事敗) 객기사패 (客氣事敗)[정민의 世說新語] [547] 객기사패 (客氣事敗) 객기(客氣)는 '객쩍게 부리는 혈기(血氣)나 용기'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겸양의 뜻으로 쓴다. 객기를 부린다는 말은 헛기운을 부려 고집을 피우는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객기의 반대말은 진기(眞氣)나 정기(正氣)다.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상헌수필(橡軒隨筆)에서 "객기란 것은 진기의 밖에 있는, 일종의 떠다니는 마음이나 습기(習氣)이다(客氣者, 眞氣之外, 一種浮念及習氣也)"라고 했다. 주자가 "진정한 대영웅은 모두 전전긍긍(戰戰兢兢)에서 만들어진다(眞正大英雄, 皆從戰兢做出)"고 했는데, 이 또한 객기를 경계한 말이다. 명나라 진계유(陳繼儒)가 안득장자언(安得長者言)에서 말한다. "의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종 의.. 2019. 11. 28. [정민의 世說新語] [546] 견미지저 (見微知著) 견미지저 (見微知著) [정민의 世說新語] [546] 견미지저 (見微知著) 윤기(尹愭·1741~1826)가 '정력(定力)'에서 말했다. "겉모습을 꾸며 천하에 뽐내어 굳센 의지가 있다는 명성을 훔치려는 자는 비록 힘써 마음을 눌러 자취를 감추려 해도 자연스레 그렇게 한 것이 아닌지라 끝내 덮어 가릴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천금 값어치의 구슬을 깬다면서 깨진 솥에 놀라 소리 지르고, 벼랑 위의 범을 때려잡을 수 있다지만 벌이나 전갈에 깜짝 놀란다. 능히 천승(千乘)의 나라를 사양한다면서 대그릇 밥과 나물국 앞에 속마음이 그만 드러나고 만다. 마침내 용두사미여서 본색이 다 드러나 남의 비웃음을 사고서야 그만둔다 (欲以粧外面而誇天下, 掠取定力之名者, 雖欲力制其心, 不彰其迹, 而苟非自然而然, 終有所不可得而掩者. .. 2019. 11. 21. [정민의 世說新語] [545] 아시인구 (我矢人鉤) 아시인구 (我矢人鉤)[정민의 世說新語] [545] 아시인구 (我矢人鉤) 아암(兒菴) 혜장(惠藏·1772~1811)이 제자 자홍(慈弘)에게 준 글을 소개한다. '아암유고(兒菴遺稿)'에 나온다. 여러 사람 글을 인용하고, 자기 생각을 덧댔다.먼저 소강절(邵康節)의 시다. "세상에서 풍파를 만들지 말아야만, 얼음 숯이 가슴속에 이르는 법 없게 되리(莫作風波於世上, 自無氷炭到胷中)." 없는 말 만들고, 작은 일 부풀리면 가슴속에 얼음덩이나 숯덩이를 품게 된다. 혜장이 보탠다. "이 세상은 안 그래도 풍파가 많은 곳이다. 하물며 내가 이를 일으켜서야 되겠는가?" 제자가 수행보다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것을 나무랐다.진미공(陳眉公)의 말을 잇댔다. "눈앞의 일은 반쯤 두다 만 바둑과 한가지다. 망령되이 자웅을 다퉈본.. 2019. 11. 14. [정민의 世說新語] [544] 환상부환 (幻上復幻) 환상부환 (幻上復幻)[정민의 世說新語] [544] 환상부환 (幻上復幻) 고려 때 진정국사(眞靜國師) 천책(天頙)이 '호산록(湖山錄)'에서 말했다. "간혹 시장통을 지나다가 좌상이나 행상을 보면, 그저 반 푼어치 동전을 가지고 와글와글 떠들면서 이끗을 붙들려고 다툰다. 수많은 모기가 한 항아리 속에 있으면서 어지러이 앵앵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或經過市鄽, 見坐商行賈, 只以半通泉貨, 哆哆譁譁, 罔爭市利. 何異百千蚊蚋在一甕中, 啾啾亂鳴耶)." 사람들은 한 끗 이익 앞에 수단 방법을 안 가린 채 사생결단하고 싸운다.이런 말도 했다. "부잣집 아이가 평생 글 한 자 안 읽고 그저 가벼운 가마에 올라타 유협(游俠)만 일삼는다. 한갓 월장(月杖)과 성구(星毬)를 들고, 금 안장에 옥 굴레를 하고서 삼삼오오 무리.. 2019. 11. 7. [정민의 世說新語] [543] 습인책노 (習忍責怒) 습인책노 (習忍責怒)[정민의 世說新語] [543] 습인책노 (習忍責怒) '칠극(七克)'의 넷째 권은 식분(熄忿)이다.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을 적었다. 분노는 불길처럼 타올라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어떻게 해야 가슴속에 수시로 일렁이는 분노의 불길을 끌 수 있을까?성 스테파노가 말했다. "분노로 남을 해치는 것은 벌과 같다. 벌은 성이 나면 다른 것을 쏜다. 쏘인 것은 약간 아프고 말지만, 벌은 목숨을 잃는다(以怒害人如蜂. 蜂以怒螫物, 物得微痛, 而自失命)." 한때의 분풀이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인내를 배워야 한다.인내의 방법은 이렇다. "분노는 잠깐 동안 미쳐버리는 것이다. 술에 취하는 것과 분노에 취하는 것은 한가지다. 분노했을 때 한 행동은 분노가 풀리고 나면 .. 2019. 10. 31. [정민의 世說新語] [542] 당방미연 (當防未然) 당방미연 (當防未然)[정민의 世說新語] [542] 당방미연 (當防未然) 명나라 왕상진(王象晉·1561~1653)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 중 '복관(服官)'편은 벼슬길에 나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적은 글을 모았다. 그중 한 대목.'관직에 있는 사람은 혐의스러운 일을 마땅히 미연에 막아야 한다. 한번 혐의가 일어나면 말을 만들고 일을 꾸미는 자들이 모두 그 간사함을 제멋대로 부린다. 마원(馬援)의 율무를 길이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居官者嫌疑之事, 皆當防於未然. 一涉嫌疑, 則造言生事之人, 皆得肆其奸矣. 馬援薏苡, 可爲永鑑).'마원의 율무 이야기는 사연이 이렇다. 후한(後漢)의 명장 마원이 교지국(交趾國)에 있을 때 일이다. 그곳의 율무가 몸을 가볍게 해 남방의 풍토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해서 이를 상복했다.. 2019. 10. 24. [정민의 世說新語] [541] 환양망익 (豢羊望翼) 환양망익 (豢羊望翼) [정민의 世說新語] [541] 환양망익 (豢羊望翼) 1652년 10월 윤선도(尹善道·1587~ 1671)가 효종께 당시에 급선무로 해야 할 8가지 조목을 갖추어 상소를 올렸다. '진시무팔조소(陳時務八條疏)'가 그것이다.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외천(畏天)으로 시작해서, 마음을 다스리라는 치심(治心)을 말한 뒤, 셋째로 인재를 잘 살필 것을 당부하는 변인재(辨人材)를 꼽았다. "정치는 사람에게 달렸다(爲政在人)"고 한 공자의 말을 끌어오고, "팔다리가 있어야 사람이 되고, 훌륭한 신하가 있어야 성군이 된다(股肱惟人, 良臣惟聖)"고 한 '서경'의 말을 인용한 뒤 이렇게 말했다. "삿된 이를 어진 이로 보거나, 지혜로운 이를 어리석게 여기는 것, 바보를 지혜롭게 보는 것 등은 바로 나라를 다.. 2019. 10. 17. [정민의 世說新語] [540] 구만소우 (求滿召憂) 구만소우 (求滿召憂) [정민의 世說新語] [540] 구만소우 (求滿召憂) 명나라 왕상진(王象晉·1561~1653)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 중 '섭세(涉世)'편의 말이다. "무릇 정이란 다하지 않는 뜻을 남겨두어야 맛이 깊다. 흥도 끝까지 가지 않아야만 흥취가 거나하다. 만약 사업이 반드시 성에 차기를 구하고, 공을 세움에 가득 채우려고만 들 경우, 내부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반드시 바깥의 근심을 불러온다 (凡情留不盡之意, 則味深. 凡興留不盡之意, 則趣多. 若業必求滿, 功必求盈, 不生內變, 必召外憂)." 사람들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남는 것은 회복 불능의 상처뿐이다. 더 갈 수 있어도 멈추고, 끝장으로 치닫기 전에 머금어야 그 맛이 깊고 흥취가 커진다. 저만 옳고 남은 그르며, 더 얻고 다.. 2019. 10. 10. [정민의 世說新語] [539] 법자천토 (法者天討) 법자천토 (法者天討)[정민의 世說新語] [539] 법자천토 (法者天討)호찬종(胡纘宗)이 엮은 '설문청공종정명언(薛文淸公從政名言)'의 몇 대목. "내가 감찰어사(監察御史)로 있을 때 위응물(韋應物)이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이 편안한 것을 보지 못함이 스스로 부끄럽다'고 한 구절을 생각하면 두려워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곤 했다(吾居察院中, 每念韋蘇州 '自慙居處崇, 未覩斯民康'之句, 惕然有警於心云)." 자세를 바로잡게 만든다."남이 자기를 비방하는 말을 듣고 성을 내면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온다(聞人毁己而怒, 則譽己者至矣)." 매사에 칭찬만 듣고 싶은가? 바른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내면 된다. 그러면 바른말 하는 사람은 떠나가고,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자들이 꼬여 든다."법이란 천리를 바탕으로 인정.. 2019. 10. 3. [정민의 世說新語] [538] 물경소사 (勿輕小事) 물경소사 (勿輕小事) [정민의 世說新語] [538] 물경소사 (勿輕小事) 진평(陳平)이 음식을 조리할 때 고기를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주어 눈길을 끌었다. 끝내는 천하를 요리하는 지위에 올랐다. 임안(任安)이 사냥을 나가 함께 잡은 사슴과 고라니, 꿩과 토끼를 분배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 2019. 9. 26. [정민의 世說新語] [537] 지인안민 (知人安民) 지인안민 (知人安民) [정민의 世說新語] [537] 지인안민 (知人安民) 청나라 건륭제(1711~1799)는 63년간 재위하다가 만 88세로 세상을 떴다. 그는 재위 기간에 '사고전서(四庫全書)'를 펴내는 등 중국 문화 선양에 크게 공헌했다. 마상황제(馬上皇帝)란 말이 있을 만큼 전역을 순행(巡幸)했고, 평.. 2019. 9. 19. [정민의 世說新語] [536] 오자탈주 (惡紫奪朱) 오자탈주 (惡紫奪朱)[정민의 世說新語] [536] 오자탈주 (惡紫奪朱) 논어 '양화(陽貨)'편에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고, 정나라의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고 했다. 잡색인 자주색이 원색인 붉은색의 자리를 차지했다. 정나라의 자극적인 음악이 유행하자 정격의 아악은 퇴물 취급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번드르르한 말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이다.최근 한국 가톨릭 교회의 창설 주역 이벽(李檗·1754~1785)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성교요지(聖敎要旨)'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다. 김양선 목사가 1930년대에 '만천유고(蔓川遺藁)' 등 여러 초기 천주교 서적을 구입해 1960년대에 숭.. 2019. 9. 12. [정민의 世說新語] [535] 세재비아 (世財非我) 세재비아 (世財非我)[정민의 世說新語] [535] 세재비아 (世財非我) 곡산 부사 시절 다산이 고을의 토지문서를 살펴보았다. 100년 사이에 보통 대여섯 번 주인이 바뀌고, 심한 경우 아홉 번까지 바뀌었다. 다산이 말했다. "창기(娼妓)는 남자를 자주 바꾼다. 어찌 내게만 유독 오래 수절하기를 바라겠는가? 토지를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같다."부자는 넓은 밭두렁을 보며 자손을 향해 자랑스레 외친다. '만세의 터전을 너희에게 주겠다.' 하지만 그가 눈을 감기도 전에 그 자식은 여색과 노름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만다. 다산이 제자 윤종심(尹鍾心)에게 준 증언(贈言) 속에 나온다.글의 문맥이 천주교 교리서 '칠극(七克)' 2장 '해탐(解貪)'의 내용과 흡사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탐욕스레 재물.. 2019. 9. 5. [정민의 世說新語] [534] 훼인칠단 (毁人七端) 훼인칠단 (毁人七端)[정민의 世說新語] [534] 훼인칠단 (毁人七端) 남을 베고 찌르는 말이 난무한다. 각지고 살벌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언어의 품위가 어쩌다 이렇게 땅에 떨어졌나 싶다. '칠극(七克)' 권 6의 '남을 해치는 말을 경계함(戒讒言)' 조를 읽어 본다. "남을 헐뜯는 데 일곱 가지 단서가 있다. 까닭 없이 남의 가려진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 첫째다. 듣기 좋아하는 것이 둘째다. 까닭 없이 전하고, 전하면서 부풀리는 것이 셋째다. 거짓으로 증거 대는 것이 넷째다. 몰래 한 선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다섯째다. 드러난 선행을 깎아 없애는 것이 여섯째다. 선을 악이라 하는 것이 일곱째다. 그 해로움은 모두 같다(毀人有七端. 無故而露人陰惡一. 喜聞二, 無故而傳, 傳而增益三. 誑証四, 不許陰善.. 2019. 8. 29. [정민의 世說新語] [533] 소구적신 (消舊積新) 소구적신 (消舊積新) [정민의 世說新語] [533] 소구적신 (消舊積新) '칠극(七克)'은 예수회 신부 판토하(Didace De Pantoja·1571~1618)가 1614년 북경에서 출판한 책이다. 한문으로 천주교 교리를 쉽게 설명했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조선의 많은 지식인이 이 책을 통해 천주교인이 되었다. 서문에.. 2019. 8. 22. [정민의 世說新語] [532] 문슬침서 (捫蝨枕書) 문슬침서 (捫蝨枕書) [정민의 世說新語] [532] 문슬침서 (捫蝨枕書) 왕안석(王安石)은 두보(杜甫)의 시 중 '주렴 걷자 잠자던 백로가 깨고, 환약을 빚는데 꾀꼬리 우네 (鉤簾宿鷺起, 丸藥流鶯囀)'란 구절을 아껴 뜻이 고상하고 묘해 5언시의 모범이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청산.. 2019. 8. 15. [정민의 世說新語] [531] 취몽환성 (醉夢喚醒) 취몽환성 (醉夢喚醒) [정민의 世說新語] [531] 취몽환성 (醉夢喚醒) 취생몽사(醉生夢死)는 정자(程子)가 '염락관민서(濂洛關閩書)'에서 처음 한 말이다. "간사하고 허탄하고 요망하고 괴이한 주장이 앞다투어 일어나 백성의 귀와 눈을 가려 천하를 더럽고 탁한 데로 빠뜨린다. 비록 재주가 .. 2019. 8. 8. [정민의 世說新語] [530] 타락수구 (打落水狗) 타락수구(打落水狗) [정민의 世說新語] [530] 타락수구 (打落水狗) 루쉰의 산문집 '투창과 비수'에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글이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권세를 믿고 날뛰며 횡포를 부리던 악인이 있다. 그런 그가 실족하게 되면 갑자기 대중을 향해 동정을 구걸한다. 상처를 입은 절름발이 시늉을 하며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한다. 그러면 그에게 직접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마저도 그를 불쌍히 보며, 정의가 이미 승리했으니 그를 용서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슬그머니 본성을 드러내 온갖 못된 짓을 되풀이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물에 빠진 개를 때려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셈이니,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해서는 안 된다. 악인에 대한 징치를 분명하게 해두지.. 2019. 8. 1. [정민의 世說新語] [529] 미견여금 (未見如今) 미견여금 (未見如今) [정민의 世說新語] [529] 미견여금 (未見如今) 이대순(李大醇)은 서얼이었지만 경학에 정통했고 예문(禮文)도 많이 알아, 어린이를 가르치는 동몽훈도(童蒙訓導) 노릇을 하며 살았다. 제자 중에 과거에 급제해서 조정에 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임진왜란 이후 금천(衿川) 땅에 유락해 먹고살 길이 없었다. 한 대신이 딱하게 보아 다시 훈도 노릇을 하게 해주었다. 이대순은 상경해서 남대문 안쪽 길가에 서당을 열었다. 원근에서 배우러 온 자가 많았다. 그의 학습법은 엄격했다. 전날 읽은 것을 못 외우면 종아리를 때렸다. 도착한 순서대로 가르쳤다. 교과과정은 엄격했고, 나이 순서로 앉혔다. 학생들이 성을 내며 대들었다. "아니 저 자식은 서얼인데 내가 그 아래에 앉으라고요?" "내가 조금 늦.. 2019. 7. 30. [정민의 世說新語] [528] 성일역취 (醒日亦醉) 성일역취 (醒日亦醉) [정민의 世說新語] [528] 성일역취 (醒日亦醉) 예전 한 원님이 늘 술에 절어 지냈다. 감사가 인사고과에 이렇게 썼다. '술 깬 날도 취해 있다(醒日亦醉).' 해마다 6월과 12월에 팔도 감사가 산하 고을 원의 성적을 글로 지어 보고하는데, 술로 인한 실정이 유독 많았다. "세.. 2019. 7. 18. [정민의 世說新語]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거안사위 (居安思危) [정민의 世說新語]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이색(李穡·1328~1396)의 '진시무서(陳時務書)' 중 한 대목이다. '근래에 왜적 때문에 안팎이 소란스러워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안함에 처하여서도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면(居安思危) 가득 차더라도 넘.. 2019. 7. 11. [정민의 世說新語]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행루오리 (幸漏誤罹) [정민의 世說新語]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1791년 11월 11일, 형조에서 천주교 신자로 검거된 중인(中人) 정의혁과 정인혁, 최인길 등 11명의 죄인을 깨우쳐 잘못을 뉘우치게 했노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정조가 전교(傳敎)를 내렸다. "중인들은 양반도 아니고 상민도 아.. 2019. 7. 4. 정민의 世說新語]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다행불행 (多倖不幸)[정민의 世說新語]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1796년에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읽는데 자꾸 지금이 겹쳐 보인다. "백성의 뜻이 안정되지 않음이 오늘날보다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등급이 무너지고 품은 뜻은 들떠 제멋대로입니다. 망령되이 넘치는 것을 바라고, 흩어져 음일(淫溢)함이 가득합니다. 사양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고, 겸손한 뜻은 자취도 없습니다. 조정에 덕으로 겸양하는 풍조가 없고 보니 관리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고, 마을에 스스로를 낮추는 풍속이 없는지라 위의 명령을 모두 거스릅니다. 본분을 어기고 윗사람을 범하여 불의가 풍속을 이루고, 함부로 나아가면서 욕심이 끝도 없어 염치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예의염치의 네 바탕이 사라.. 2019. 6. 27. 아시타비 (我是他非) 2019. 6. 21. [정민의 世說新語]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신신신야 (信信信也)[정민의 世說新語]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믿을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고, 의심할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어진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어짊이고, 못난 자를 천하게 보는 것도 어짊이다. 말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고 침묵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다. 이 때문에 침묵을 안다 함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信信信也, 疑疑亦信也. 貴賢仁也, 賤不肖亦仁也. 言而當知也, 默而當亦知也. 故知默猶知言也)."순자(荀子) '비십이자편(非十二子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실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덮어놓고 믿지 않고 살피고 따져보아 믿을 만한 것을 믿는 데서 생긴다. 의심할 만한 일을 덩달아 믿어 부화뇌동하면 뒤에 꼭 후회하고 책임질 일이 생긴다. 다 잘해주고 무조건 베푸는 것이 인(仁)이 .. 2019. 6. 20. [정민의 世說新語] [523] 식졸무망 (識拙無妄) 식졸무망 (識拙無妄) [정민의 世說新語] [523] 식졸무망 (識拙無妄) 선조 때 박숭원(朴崇元·1532~1593)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었다. 대간(臺諫)들이 그가 오활(迂闊)하고 졸렬하다 하여 교체해야 한다며 탄핵했다. 임금의 대답이 이랬다. "세상 사람들이 온통 교묘한데 숭원이 홀로 졸렬하니 이.. 2019. 6. 13. 이전 1 ··· 3 4 5 6 7 8 9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