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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619

[정민의 세설신어] [465] 함구납오 (含垢納汚) 함구납오 (含垢納汚)  [정민의 세설신어] [465] 함구납오 (含垢納汚)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이 '막내아들 유방의 병풍에 써주다(書贈季子裕邦屛幅)'란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서경'에서는 '반드시 참아내야만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근면함이 아니고는 큰 덕을 이룰 수가 없다. 인내가 아니고는 큰 사업을 맺을 수가 없다. 근면이란 것은 스스로 힘써 쉬지 않아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는 것이니 하늘의 도리이다.  인내란 것은 나쁜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여서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곳까지 도달함이니 땅의 도리이다. 대저 한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편안함을 취해 주저물러 앉는 자는 끝내 궁한 살림의 탄식을 면치 못한다. 하루아침의 분노를 참지 못해 경거망동하는 자는 마침내 반드시 목숨.. 2018. 5. 3.
[정민의 세설신어] [464] 육일섬서 (六日蟾?余) 육일섬서 (六日蟾?余)  [정민의 세설신어] [464] 육일섬서 (六日蟾?余) 서거정(徐居正)은 '술회(述懷)'라는 시에서 "씩씩하던 모습에 흰머리 더해가고, 공명은 어긋나서 병마저 더해지네. 때 어긋나 삼년 쑥은 구할 방법 아예 없고, 세상과 안 맞기는 육일 두꺼비 짝이로다. 강가로 돌아가고픈 맘 죽처럼 끈끈하니, 세간의 풍미는 소금보다 덤덤하다. 시 지어 흥 풀려다 도리어 빌미 되어, 한 글자 옳게 놓으려다 수염 몇 개 끊었다오(矍鑠容顔白髮添, 功名蹭蹬病相兼. 乖時無及三年艾, 違世方成六日蟾. 江上歸心濃似粥, 世間風味淡於鹽. 詩成遣興還堪祟, 一字吟安斷數髥)"라며 노년의 서글픔을 노래했다. 한때는 노익장의 기염을 토했는데, 갈수록 세상과 어긋나더니 다 던져버리고 돌아가고픈 마음만 가득하다는 말이다. 3,.. 2018. 4. 26.
[정민의 세설신어] [463] 취우표풍 (驟雨飄風) 취우표풍 (驟雨飄風)  [정민의 세설신어] [463] 취우표풍 (驟雨飄風) 1776년 정조가 보위에 오르자 권력이 모두 홍국영(洪國榮·1748~1781)에게서 나왔다. 29세의 그는 도승지와 훈련대장에 금위대장까지 겸직했다.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고 대궐에서 생활했다. 어쩌다 집에 가는 날에는 만나려는 사람들이 거리에 늘어서고 집안을 가득 메웠다. 홍국영이 물었다. "그대들은 어째서 소낙비[驟雨]처럼 몰려오는 겐가?"  한 무변(武弁)이 대답했다. "나리께서 회오리바람[飄風]처럼 가시기 때문입지요." 홍국영이 껄껄 웃으며 대구를 잘 맞췄다고 칭찬했다. 취우표풍(驟雨飄風)은 소나기처럼 권력을 휘몰아치다가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홍국영의 한 시절을 상징하는 말로 회자되었다. 심노숭(沈魯崇·1762~1837).. 2018. 4. 19.
[정민의 세설신어] [462] 일슬지공 (一膝之工) 일슬지공 (一膝之工)   [정민의 세설신어] [462] 일슬지공 (一膝之工) 김간(金榦·1646~1732)의 독실한 학행은 달리 견줄 만한 이가 없었다.  하루는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독서에도 일슬지공(一膝之工)이 있을런지요?" 일슬지공이란 두 무릎을 한결같이 바닥에 딱 붙이고 하는 공부를 말한다. 스승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예전 절에서 책을 읽을 때였지. 3월부터 9월까지 일곱 달 동안 허리띠를 풀지 않고, 갓도 벗지 않았네.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잔 적도 없었지. 책을 읽다가 밤이 깊어 졸음이 오면, 두 주먹을 포개 이마를 그 위에 받쳤다네. 잠이 깊이 들려 하면 이마가 기울어져 떨어졌겠지. 그러면 잠을 깨어 일어나 다시 책을 읽었네. 날마다 늘 이렇게 했었지. 처음 산에 들어갈 때 막 .. 2018. 4. 12.
[정민의 세설신어] [461] 반어구십 (半於九十) 반어구십 (半於九十)   [정민의 세설신어] [461] 반어구십 (半於九十) 당나라 때 안진경(顔眞卿)의 '쟁좌위첩(爭座位帖)'은 정양왕(定襄王) 곽영의(郭英義)에게 보낸 글의 초고다.  행서의 절품(絶品)으로 꼽는다. 조정의 연회에서 백관들이 자리 문제로 다투는 일을 간쟁했다.  곽영의는 환관 어조은(魚朝恩)에게 아첨하려고 그의 자리를 상서(尙書)의 앞에 배치하려 했다. 안진경은 붓을 들어 곽영의의 이런 행동을 준절히 나무라며 '청주확금(淸晝攫金)' 즉 벌건 대낮에 황금을 낚아채는 처신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중의 한 대목이다.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 것이 부(富)를 길이 지키는 까닭이요, 높지만 위태롭지 않음이 귀함을 길이 지키는 까닭입니다. 어찌 경계하여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서경'에는 .. 2018. 4. 5.
보왕삼매경(寶王三昧經) 보왕삼매경(寶王三昧經)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念身不求無病) 2. 세상살이에 어려운 일이 없길 바라지 마라. (處世不求無難)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길 바라지 마라. (究心不求無障) 4. 수행에 마(魔)가 없길 바라지 마라. (立行不求無魔) 5. 일을 도모함에 쉽게 되기를 .. 2018. 3. 30.
[정민의 세설신어] [460] 오자칠사(惡者七事) 오자칠사(惡者七事)   [정민의 세설신어] [460] 오자칠사(惡者七事) 어느 날 공자와 제자 자공(子貢)이 한가한 대화를 나눴던 모양이다.  "선생님께서도 미워하는 게 있으실까요?"  "있다마다. 남의 잘못에 대해 떠들어대는 사람(稱人之惡者),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居下流而訕上者), 용감하지만 무례한 자(勇而無禮者), 과감하나 앞뒤가 꼭 막힌 자(果敢而窒者)를 나는 미워한다." "너는 어떠냐?" 자공이 대답한다.  "저도 있습니다. 남의 말을 가로채 알고 있던 것처럼 하는 자( 以爲知者), 불손한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不孫以爲勇者), 남의 잘못 들추는 것을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자(訐以爲直者)가 밉습니다." 스승은, 제 잘못이 하늘 같은데 입만 열면 남을 헐뜯는 사람, 제 행실은 형편없.. 2018. 3. 29.
[정민의 세설신어] [459] 오과지자 (五過之疵) 오과지자 (五過之疵)   [정민의 세설신어] [459] 오과지자 (五過之疵) '서경(書經)'의 '여형(呂刑)'에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살펴야 할 다섯 가지를 콕 집어 이렇게 얘기했다. "다섯 가지 과실의 잘못은 관(官)과 반(反)과 내(內)와 화(貨)와 래(來)에서 말미암는다. 그 죄가 똑같으니 살펴서 잘 처리하라(五過之疵, 惟官惟反惟內惟貨惟來, 其罪惟均, 其審克之)." 주(周)나라 때 목왕(穆王)이 한 말이다. 공정한 법 집행을 왜곡하는 다섯 가지 요인 중 첫째는 관(官)이다. 관의 위세에 눌려 법 집행에 눈치를 본다. 위의 생각이 저러하니 내가 어쩌겠는가 하며, 알아서 눈감아 준다. 둘째는 반(反)이니, 받은 대로 되갚아준다는 말이다. 법 집행을 핑계 삼아 은혜와 원한을 갚는 것이다. 내게 잘해준 사.. 2018. 3. 22.
[정민의 세설신어] [458] 고금삼반(古今三反) 고금삼반(古今三反) [정민의 세설신어] [458] 고금삼반(古今三反) 윤기(尹愭·1741~1826)가 '협리한화(峽裏閑話)'에서 옛사람과 지금 사람의 세 가지 상반된 행동을 뜻하는 삼반(三反) 시리즈를 말했다. 먼저 동진(東晋) 사람 치감(郗鑒)의 삼반은 이렇다. 첫째, 윗사람을 반듯하게 섬기면서 아.. 2018. 3. 15.
[정민의 세설신어] [457] 이두자검(以豆自檢) 이두자검(以豆自檢) [정민의 세설신어] [457] 이두자검(以豆自檢) 조선 후기에 '공과격(功過格) 신앙'이 유행했다. 공(功)과 과(過)를 조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격(格), 즉 빈칸에 날마다 자신의 공과를 하나하나 적어 나간다. 점수를 계산해 연말에 총점을 매긴다. 그 결과만큼의 화복이 주어.. 2018. 3. 8.
[정민의 세설신어] [456] 야행조창(夜行朝昌) 야행조창(夜行朝昌) [정민의 세설신어] [456] 야행조창(夜行朝昌) 아전이 밤중에 수령을 찾아와 소곤댄다. "이 일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소문이 나면 자기만 손해인데 누가 퍼뜨리려 하겠습니까?" 수령은 그 말을 믿고 뇌물을 받아 챙긴다. 아전은 문을 나서자마자 수령이 뇌물 먹은 .. 2018. 3. 1.
등산득명(登山得名), 입산수도(入山修道), 유산풍류(遊山風流), 서산자족(棲山自足) 登山, 入山, 遊山, 棲山 등산득명(登山得名), 입산수도(入山修道), 유산풍류(遊山風流), 서산자족(棲山自足) 스티브 잡스는 인생의 절정기에 병상에서 죽었고, 카다피는 반란군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 다니다가 죽었고, 박영석은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죽었다.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2018. 2. 26.
[정민의 세설신어] [455] 어가지요(御家之要) 어가지요(御家之要) [정민의 세설신어] [455] 어가지요(御家之要)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은 선비로 지녀야 할 일상의 범절을 924개 항목으로 나눠 정리한 책이다.누군가 집안을 다스리는 요령(御家之要)을 묻는다. 이덕무의 대답은 이렇다. "가장은 차마 못 들을 말을 꺼내지 않고, 집안 .. 2018. 2. 22.
[정민의 세설신어] [454] 순물신경 (徇物身輕) 순물신경 (徇物身輕) [정민의 세설신어] [454] 순물신경 (徇物身輕) "재앙은 많은 탐욕보다 큰 것이 없고,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 것보다 더함이 없다. 욕심이 강하면 물질을 따르게 되니, 이를 따르면 몸은 가볍고 물질만 중하게 된다. 물질이 중하게 되면 어두움이 끝이 없어, 몸을 망치기 .. 2018. 2. 8.
[정민의 세설신어] [453] 침정신정 (沈靜神定) 침정신정 (沈靜神定) [정민의 세설신어] [453] 침정신정 (沈靜神定) "침정(沈靜), 즉 고요함에 잠기는 것은 입 다물고 침묵한다는 말이 아니다. 뜻을 깊이 머금어 자태가 한가롭고 단정한 것이야말로 참된 고요함이다. 비록 온종일 말을 하고, 혹 천군만마(千軍萬馬) 중에서 서로를 공격하며,.. 2018. 2. 1.
[정민의 세설신어] [452] 불무구전(不務求全) 불무구전(不務求全) [정민의 세설신어] [452] 불무구전(不務求全) "일은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고, 사물은 양쪽 모두 흥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하늘과 땅 사이의 일은 반드시 결함이 있게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은 결함이 있을 수 있는 일에서 온전함을 구하기에 힘쓰지 않고, 결함이 있을 수 없는 일에서 덜어냄이 생길까 염려한다 (事無全遂, 物不兩興. 故天地之間, 必有缺陷. 夫明者, 不務求全其所可缺者, 恐致損其所不可缺者)." 명나라 서정직(徐禎稷)이 '치언(恥言)'에서 한 말이다. 세상일은 전수양흥(全遂兩興), 즉 모두 이루고 다 흥하는 법이 없다. 살짝 아쉽고, 조금 부족해야 맞는다. 불무구전(不務求全), 온전함을 추구하려 애쓸 것 없다. 다 쥐려다가 있던 것마저 잃고 만다. 그가 다시 말한다... 2018. 1. 25.
[정민의 세설신어] [451] 쌍미양상(雙美兩傷) 쌍미양상(雙美兩傷) [정민의 세설신어] [451] 쌍미양상(雙美兩傷) 말만 들으면 당대의 석학이요 현하(懸河)의 웅변인데, 기대를 갖고 글을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글은 빈틈없고 꽉 짜여 찔러 볼 구석이 없지만 막상 말솜씨는 어눌하기 짝이 없는 수도 있다. 말도 잘하고 글.. 2018. 1. 18.
[정민의 세설신어] [450] 화경포뢰 (華鯨蒲牢) 화경포뢰 (華鯨蒲牢) [정민의 세설신어] [450] 화경포뢰 (華鯨蒲牢) 박은(朴誾)의 '황령사(黃嶺寺)' 시에 "화경(華鯨)이 울부짖자 차 연기 일어나고, 잘새 돌아감 재촉하니 지는 볕이 깔렸네. (華鯨正吼茶煙起, 宿鳥催歸落照低)"라 했다. 화경이 뭘까? 다산은 '병종(病鐘)'에서 "절 다락에 병든 .. 2018. 1. 11.
상풍패속 전소사방 傷風敗俗 傳笑四方 2018. 1. 9.
[정민의 세설신어] [449] 자모인모 (自侮人侮) 자모인모 (自侮人侮) [정민의 세설신어] [449] 자모인모 (自侮人侮) 정온(鄭蘊·1569~1641)이 50세 나던 해 정초에 '원조자경잠(元朝自警箴)'을 지었다. 서두는 이렇다."어리석은 내 인생, 기(氣) 얽매고 외물(外物) 빠져. 몸을 닦지 못하니, 하루도 못 마칠 듯. 근본 이미 잃고 보매, 어데 간들 안 .. 2018. 1. 4.
[영과후진 盈科後進] 물은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채운 후에야 흘러간다. 2018. 1. 1.
[정민의 세설신어] [448] 경경유성 (輕輕有聲) 경경유성 (輕輕有聲) [정민의 세설신어] [448] 경경유성 (輕輕有聲) 김굉필(金宏弼·1454~1504)의 초립(草笠)은 연실(蓮實)로 갓끈의 영자(纓子)를 달았다. 조용한 방에 들어앉아 깊은 밤에도 책을 읽었다. 사방은 적막한데 이따금 연실이 서안(書案)에 닿으면서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밤새 들.. 2017. 12. 28.
[정민의 세설신어] [447] 석원이평(釋怨而平) 석원이평(釋怨而平) [정민의 세설신어] [447] 석원이평(釋怨而平) 동네 영감 둘이 심심풀이로 내기 장기를 두었다. 한 수를 물리자고 승강이를 하던 통에 뿔이 나 밀었는데 상대가 눈을 허옇게 뒤집더니 사지를 쭉 뻗고 말았다.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졸지에 살인자가 된 영감은 기가 막.. 2017. 12. 21.
[정민의 세설신어] [446] 삼년지애(三年之艾) [정민의 세설신어] [446] 삼년지애(三年之艾)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찾아온 젊은이가 있었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글솜씨로 과거 합격이 어려운 것을 근심하며 방도를 물었다. 목은이 시 한 수를 써주었다. 앞 네 구절만 보이면 이렇다. '과거 공부 저절로 방법 있나니, 뉘 함부로 문형(文衡)이 되려 하는가? 병중에 약쑥 찾기 너무 급하고, 목마른 뒤 샘 파기는 어렵다마다 (擧業自有法, 文衡誰妄干. 病中求艾急, 渴後掘泉難).' '평소에 공부를 해야지 시험에 닥쳐서 그런 걱정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나무람이다. 목은은 또 '자영(自詠)'에서 이렇게 읊었다. '근심과 병 잇달아서 어느덧 일곱 해라, 남은 목숨 여태도 이어지니 가련하다. 종신토록 약쑥을 못 구할 줄 잘 알기에, '맹자'나 읽.. 2017. 12. 14.
[정민의 세설신어] [445] 이난삼구(二難三懼) 이난삼구(二難三懼) [정민의 세설신어] [445] 이난삼구(二難三懼) 당 태종의 '집계정삼변(執契靜三邊)' 시에 "해 뜨기 전 옷 입어 이난(二難) 속에 잠들고, 한밤중에 밥 먹고 삼구(三懼)로 새참 삼네(衣宵寢二難, 食旰餐三懼)"라 한 구절이 있다. 의소(衣宵)는 해 뜨기 전 일어나 옷을 입는.. 2017. 12. 7.
[정민의 세설신어] [444] 괘일루만 (掛一漏萬) 괘일루만 (掛一漏萬)   [정민의 세설신어] [444] 괘일루만 (掛一漏萬)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임금께 올린 '물길을 따라 둔보(屯堡)를 두는 문제에 대해 올리는 글(措置沿江屯堡箚)'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신은 오랜 병으로 정신이 어두워 말에 두서가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간 나라 근심하는 정성만큼은 자리에 누워 죽어가는 중에도 또렷합니다. 간신히 붓을 들었으나 괘일루만(掛一漏萬)인지라 모두 채택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하지만 삼가 성지(聖旨)에 대해 느낌이 있는지라 황공하옵게 아뢰나이다(臣病久神昏, 言無頭緖. 然其一段憂國之忱, 耿耿於伏枕垂死之中. 艱難操筆, 掛一漏萬, 皆不足採. 然伏有感於聖旨之下, 惶恐陳達)." 퇴계(退溪) 이황(李滉)도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에서 "신이 비록 평.. 2017. 11. 30.
[정민의 세설신어] [443] 국곡투식 (國穀偸食) 국곡투식 (國穀偸食)   [정민의 세설신어] [443] 국곡투식 (國穀偸食)'사철가'는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로 시작한다. 가락이 차지다. 가는 세월을 늘어진 계수나무 끝 끄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하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 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덜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하는 끝 대목에 이르면 공연히 뜨끔해져서 마음자리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신관 사또에게 모진 매를 맞고 옥에 갇힌 춘향이의 심정을 노래한 12잡가 중 '형장가(刑杖歌)'에도 "국곡투식 하였느냐 엄형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국곡투식은 나라 곡.. 2017. 11. 23.
[정민의 세설신어] [442] 주미구맹(酒美狗猛) 주미구맹(酒美狗猛) [정민의 세설신어] [442] 주미구맹(酒美狗猛)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 맛이 훌륭했다. 그런데 맛이 시어 꼬부라질 만큼 많이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연유를 몰라 이장(里長)을 찾아가 물었다. 이장이 말했다. "자네 집 술 맛이야 훌륭하지. 하지만 자네 집 개가 너무 사나워서 말이지."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걱정거리가 있는가?" "사당의 쥐 때문에 걱정입니다. 쥐란 놈이 사당에 구멍을 뚫었는데, 연기를 피우자니 불이 날까 겁나 어쩌지를 못합니다." 위령공(衛靈公)이 옹저(癰疽)와 미자하(彌子瑕)를 등용했다. 두 사람이 권력을 전단해서 임금을 가렸다. 복도정(復塗偵)이 임금에게 나아가 말했다. "꿈에 임금을 뵈었습니다." "무얼 보았더냐.. 2017. 11. 16.
[정민의 세설신어] [441] 남방지강(南方之强) 남방지강(南方之强) [정민의 세설신어] [441] 남방지강(南方之强) 스물네 살 나던 늦가을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과거 시험공부에 얽매여 경전 읽기를 게을리한 것을 반성하면서 '중용'을 펼쳤다. 9월 9일부터 시작해 11월 1일까지 날마다 '관독일기(觀讀日記)'를 썼다. 그날 읽은 '중용'의 해당 부분과 읽은 횟수, 그리고 소감을 적어 나갔다. 9월 23일자 '관독일기'에서 그는 독서를 약(藥)에다 비유했다. "중용이란 것은 원기가 충실하고 혈맥이 잘 통해, 손발이 잘 움직이고 귀와 눈이 총명해서 애초에 아무런 통증이 없는 종류이다. 중용을 잘하지 못하는 자는 처음에는 성대하고 씩씩하지 않음이 없으나 지니고 있던 병의 뿌리가 점차 번성하여 온갖 질병이 얽혀드니 만약 때에 맞게 조치하지 않는.. 2017. 11. 9.
[정민의 세설신어] [440] 작각서아 (雀角鼠牙) 작각서아 (雀角鼠牙)    [정민의 세설신어] [440] 작각서아 (雀角鼠牙)'시경' '소남(召南)'편의 '행로(行露)'는 송사(訟事)에 걸려든 여인이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문맥이 똑 떨어지지 않아 역대로 해석이 분분하다. 1절은 이렇다. "축축한 이슬 길을 새벽과 밤엔 왜 안 가나? 길에 이슬 많아서죠(厭浥行露, 豈不夙夜? 謂行多露)." 묻고 답했다. 이른 새벽이나 야밤에 다니지 않음은 이슬로 옷을 적시게 될까 걱정해서다. 여자가 밤길을 다니다 강포한 자에게 더럽힘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내용으로 읽는다.이어지는 2절. "참새 뿔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내 집 지붕 뚫었겠는가? 네가 아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나를 옥에 불러들였나? 나를 옥에 불러와도, 실가(室家) 되긴 부.. 2017.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