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581] 식기심한 (息機心閑)
[정민의 世說新語] [581] 식기심한 (息機心閑)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홍대용(洪大容·1731~1783)이 절강 선비 엄성(嚴誠)에게 부친 시다. "편히 앉아 가늠할 일 내려놓으니, 유유히 마음 절로 한가롭구나. 뜬구름 멋대로 말렸다 펴고, 나는 새 갔다간 돌아온다네. 육신과 정신 모두 적막하거니, 만상은 있고 없는 사이에 있네. 힘줄과 뼈 저마다 편안할진대, 맑은 기운 얼굴에 떠오르리라. 진실로 이 경지를 간직한다면, 지극한 도 더위잡아 오를 수 있네 (宴坐息機事, 悠然心自閑. 浮雲任舒卷, 飛鳥亦往還. 形神雙寂寞, 萬象有無間. 筋骸各安宅, 淑氣登容顔. 苟能存此境, 至道可躋攀)." 식기(息機), 즉 득실을 따지는 기심(機心)은 내려놓겠다. 구름은 멋대로 떠다닌다. 새는 허공을 편히 오간다. 욕심을..
2020. 7. 23.
[정민의 世說新語] [576] 백려일소 (百慮一掃)
[정민의 世說新語] [576] 백려일소 (百慮一掃)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사람 간 접촉이 줄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가난한 서생의 적막한 시간 사이를 엿보며 놀았다. "망상(妄想)이 내달릴 때 구름 없는 하늘빛을 올려다보면 온갖 생각이 단번에 사라진다. 그것이 바른 기운이기 때문이다. 또 정신이 좋을 때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바위 하나, 물 하나, 새 한 마리, 물고기 한 마리를 가만히 살피노라면 가슴속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 흔연히 자득함이 있는 것만 같다. 다시금 자득한 것이 뭘까 하고 따져보면 도리어 아득해진다 (妄想走作時, 仰看無雲之天色, 百慮一掃, 以其正氣故也. 且精神好時, 一花一草一石一水一禽一魚靜觀, 則胷中烟勃雲蓊..
2020. 6. 18.
[정민의 世說新語] [572] 부초화형 (腐草化螢)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연암 박지원이 박제가를 위해 써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말했다. "천지가 비록 오래되었어도 끊임없이 생명을 내고, 해와 달이 해묵어도 광휘는 날마다 새롭다. 책에 실린 것이 아무리 넓어도 가리키는 뜻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날고 잠기고 달리고 뛰는 것 중에는 혹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고, 산천초목에는 반드시 비밀스럽고 영험한 것이 있게 마련이다. 썩은 흙이 영지를 길러내고, 썩은 풀은 반딧불이로 변한다 (天地雖久, 不斷生生, 日月雖久, 光輝日新. 載籍雖博, 旨意各殊. 故飛潛走躍, 或未著名. 山川草木, 必有秘靈. 朽壤蒸芝, 腐草化螢.)" 썩은 풀이 반딧불이로 변한다는 부초화형(腐草化螢)은 '예기(禮記)' 월령(月令) 편에 나온다. "계하(季夏)의 달에는 썩은 풀이 ..
2020. 5. 21.
[정민의 世說新語] [571] 주심제복 (注心臍腹)
주심제복 (注心臍腹) [정민의 世說新語] [571] 주심제복 (注心臍腹) 홍대용(洪大容)이 연행 길에서 만난 중국 선비 조욱종(趙煜宗)에게 공부하는 법을 친절히 일러준 '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에도 이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뜬생각을 하루아침에 말끔하게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잊지 않으면서, 여기에 더해 맑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평온치 않은 심기가 나를 옥죄어 떠나지 않거든, 바로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켜라. 그러면 정신이 집으로 돌아오고, 뜬 기운이 물러나 고분고분해진다 (凡浮念不可一朝凈盡. 惟貴勿忘, 隨加澄治. 或値心氣不平, 纏縛不去, 卽默坐闔眼, 注心臍腹. 神明歸舍, 浮氣退聽)." 글 속에 나오는 주심제복(注心臍腹), 즉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키라는 말이 귀..
2020.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