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591] 능체지심 (能體持心)
[정민의 世說新語] [591] 능체지심 (能體持心)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벗의 집을 찾아갔더니, 대문에다 이렇게 써놓았다. “눈은 깨끗하게 닦고, 발은 단정하게 선다. 등뼈는 꼿꼿하게 세우고, 아랫배는 단단히 묶는다 (淨拭目, 定立足, 硬竪脊, 緊束腹).” 눈을 깨끗하게 닦아 맑게 보고, 발은 단정히 세워 똑바로 선다. 허리를 곧추 세워 기운을 통하게 하고, 허리띠는 단단히 묶어 단전에서 기운을 빼지 않는다. 문을 들어설 때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서정직이 세 번을 되풀이해 읽고는 탄복하며 말한다. “선비로구나. 진실로 능히 이 네 가지를 행할 수만 있다면, 잘될 경우 그 공렬이 우뚝하겠고, 궁하게 살더라도 그 절조를 숭상하겠다 (士乎! 信能体此四者, 達行則偉其㤠, 窮居則尙其節)..
2020. 10. 8.
[정민 세설신어] [588] 함사사영(含沙射影)
[정민 세설신어] [588] 함사사영(含沙射影)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권필(權韠·1569~1612)은 시 ‘천하창창(天何蒼蒼) 취중주필(醉中走筆)’에서 세상에 정의와 공도(公道)란 것이 있기는 하냐면서, 온갖 위험이 도사린 세상 길을 탄식했다. 그중 한 대목. “하물며 서울 큰길엔 위험이 많아, 앞에는 태항산이 막고 서있고, 뒤에는 무협의 물 흐르고 있네. 도깨비는 숲에서 휘파람 불고 뱀은 굴에서 기어 나오며, 곰은 서쪽에서 소리 지르고 범은 동쪽에 웅크려있네. 물여우는 사람의 그림자를 기다리고, 땅강아지는 사람 말을 받아 적는다. 그물은 두 어깨를 낚아채 가고, 주살은 두 다리를 달아맨다네 (況復長安大道多險巇, 前有太行山, 後有巫峽水. 魍魎嘯林蛇出竇, 熊羆西咆虎東踞. 水鏡俟人影, 天螻錄人語. 羉罿..
2020. 9. 10.
[정민의 世說新語] [585] 어심양안 (御心養安)
[정민의 世說新語] [585] 어심양안 (御心養安)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작은 일을 못 참고 화를 내다가, 그만한 일로 화를 낸 것에 또 화가 난다. 치미는 화가 나를 흔들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이럴 때면 '칠극(七克)'의 '식분(熄忿)'을 편다. "분노란 무엇인가? 원수를 갚으려는 바람이다. 나쁜 말과 욕설, 다툼과 싸움, 살상과 지나친 형벌 같은 여러 가지 일은 모두 분노의 종류다 (怒者何, 復讐之願也. 惡言詈語, 爭鬪戰伐, 傷殺過刑諸情, 皆怒之流也)." 분노가 빚어내는 행동이 이렇다. "인내라는 주인이 한번 떠나가면, 마음은 성을 내고 눈은 부라리며, 혀는 마구 떠들고 얼굴은 사나워진다. 손은 흥분하고 몸은 벌벌 떨려, 온갖 일이 한꺼번에 어지러워진다 (忍主一去, 心怒目瞋, 舌譯面厲, 手奮身..
2020. 8. 20.